[이제는 지방시대] 기술 선도 반세기 대덕특구, 이젠 세계적 혁신클러스터 도약 꿈

전희진 2023. 2. 6. 21:2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태어나게 될 대덕특구 조감도. 대전시 제공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심장’ 대전 대덕특구가 출범 50주년을 맞았다. 지난 50년간 국내 과학의 요람으로서 눈부신 성과를 이룩했지만, 대내·외적 환경이 급변하면서 특구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요구 역시 높아졌다.

대덕특구의 새로운 50년을 위한 ‘대덕특구 재창조 종합이행계획’이 나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한 재단장을 넘어 대덕특구를 새로운 개념의 혁신클러스터로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모이면서다. 예열은 끝났다. 대덕특구는 세계를 대표하는 혁신클러스터로 태어나기 위한 본격적인 채비에 들어갔다.

쉴 새 없이 달리며 낡아진 심장

1973년 ‘대덕연구학원도시’ 건설 기본계획이 수립되며 태동하기 시작한 대덕특구는 1978년 기업과 연구소가 대덕연구단지로 대거 이전·설립되며 급격하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1992년 대덕연구단지가 준공돼 33개 기관이 입주한 이후 2005년엔 대덕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됐고, 2011년에는 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로 확정됐다.

대덕특구는 말 그대로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산실이다. 2020년 기준 출연연 26개, 교육기관은 7개, 국·공립 연구기관 3개, 기타 연구기관 10개, 정부·공공기관은 28개가 들어섰으며 기업은 무려 2243개가 둥지를 틀었다. 전체 연구 인력 3만8995명 중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은 절반에 가까운 1만7504명(44.9%)에 달한다.

특구 내 기업 매출액은 19조2768억7400만원, 연구개발비는 7조7283억6500만원 규모다. 코스닥 등록 기업은 51개, 연구소 기업은 377개이고 첨단기술 기업은 127개다. 기술과 인재, 자본이 모여드는 명실상부한 국가 과학기술의 심장 역할을 했다.

이처럼 많은 성과를 냈지만 대덕특구는 최근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특유의 폐쇄적 구조 때문에 연구기관 간 소통 단절은 심화됐고, 기업들이 활동할 공간도 부족해 연구성과의 기술사업화가 지연되고 있다. 종사자 수에 비해 주거·문화·편의시설 역시 열악한 상태다.

또 국내·외 혁신주체간 네트워크가 부족해 지역산업과의 연계 및 글로벌화가 미흡할 뿐 아니라 연구역량 대비 혁신성과는 떨어진다. 최근에는 미·중 패권경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제정세가 급변하면서 불확실성마저 높아진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각종 인프라와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이제는 혁신주체들의 이탈마저 가속화되고 있다. 다른 혁신클러스터의 성공사례처럼 자생력을 강화해야만 하는 길목에 선 것이다.

일례로 판교테크노벨리의 경우 입주기업 업종을 IT 및 IT 관련 R&D 융·복합 분야로 제한하고 전문성을 확보하면서 국내 4대 업무지구로 성장했다. 2017년 이후에는 공실률 0%를 기록하는 등 클러스터 자체가 브랜드가 됐다.

미국의 RTP는 민간·주정부가 함께 장기적 비전을 갖고 성공시킨 대표 사례로 꼽힌다. 양질의 연구·교육·주거 환경을 제공한 덕분에 대졸자의 65% 이상이 지역에 정착했으며, 2011년부터는 제조·기업·문화·여가 기능이 복합된 방식으로 토지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50년의 핵심은 ‘선순환’
지난해 12월 대덕특구 재창조위원회가 종합이행계획을 확정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전시 제공

대덕특구 재창조위원회는 지난해 12월 대덕특구 재창조 종합이행계획을 확정했다. 올해부터 2032년까지 10년간 진행되며 장기과제는 2040년까지 계속해서 추진한다.

종합이행계획은 대덕특구의 우수한 과학기술 연구성과가 사업화·창업화로 이어지고 경제 성장까지 이끄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수립됐다. 인재·자본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소하고 대덕특구를 사람이 모이는 공간으로 바꿔 지역 균형발전을 실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확정된 종합이행계획의 비전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개척하는 세계적 혁신클러스터’로 잡았다. 대덕특구가 세계·국가·대전의 중심으로 거듭나기 위한 3대 목표는 ‘기술패권시대를 선도할 초격차 전략기술의 산실’ ‘청년인재가 모여드는 균형발전·지역혁신거점’ ‘과학기술 기반 일류경제도시의 성장엔진’으로 잡았다.

세부 과제는 총 34개에 달한다. 이중 중요성·시급성·실현가능성 등을 고려해 10대 핵심과제도 선정했다. 10대 핵심과제는 전략기술 융합연구, 연구성과 실증, 기술창업·사업화, 기업성장 및 산업고도화 등 성격에 따라 분류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이 마이크로 LED 동시전사 접합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모습.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일례로 창업 분야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스타트업 500개 만들기’가 꼽혔고 융합연구 분야는 ‘융합연구혁신센터 구축’이 선정됐다.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과제로는 ‘연구소 기업 성장지원’이, 문화 관련 과제는 ‘과학문화 둘레길 조성’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대전시는 34개 세부과제를 통해 대덕특구에 축적된 지식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기업의 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인재가 모여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는 새로운 성공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다 효과적인 계획 추진을 위해 제도도 일부 개선한다. 시는 그동안 7층으로 건물 높이가 제한 됐던 교육·연구 및 사업화 시설구역의 층수 제한을 완화해 다기능·고밀도 연구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자율주행차 내부의 투명 디스플레이 시연 모습.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또 대덕특구 특유의 폐쇄적인 공간구조를 바꾸기 위해 기관별 보안규정을 토지(면) 단위 보안에서 건물(점) 단위 보안으로 전환하고, 공간별 적합한 용도로 구역을 재지정하거나 허용 시설의 종류를 다각화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대전시 관계자는 “종합이행계획을 통해 폐쇄적인 전원형 연구단지였던 대덕특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출연연과 대학, 기업 등 각 혁신주체간 교류·협력을 활성화할 수 있는 공간구조를 만들어 혁신을 촉진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