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증상 땐 보온만 해도 완화… 기저질환 동반 땐 심각

2023. 2. 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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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난방설비 점검으로 냉기가 남아있는 진료실에서 환자를 본 적이 있었다.

올해 환갑이라는 이 환자는 이번 겨울 유독 손이 시리고 아파서 밤에 잠도 잘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진료실 공기가 너무 차가워서 꺼내기가 어렵다는 환자에게 그래도 의사가 아프다는 손을 봐야 무슨 병인지 알고 치료할 수 있지 않겠냐며 재촉하자 그제야 손을 꺼내어 보여줬다.

물론 단순히 손가락에만 문제가 있는 환자라면 추위와 스트레스 요인을 피하고 보온만 잘해도 증상이 완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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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료원과 함께 하는 건강 Talk] ④ 손발 차고 저린 ‘레이노 증후군’


얼마 전 난방설비 점검으로 냉기가 남아있는 진료실에서 환자를 본 적이 있었다. 차가워진 손을 호호 불며 진료를 보고 있는데, 얼굴에 근심이 가득한 중년 여성이 진료실로 들어왔다. 올해 환갑이라는 이 환자는 이번 겨울 유독 손이 시리고 아파서 밤에 잠도 잘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심지어 네 번째 손가락에 난 상처는 두 달째 낫지 않아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며 약을 먹어봐도 소용이 없다고 했다.

손을 좀 보자고 하니까 환자는 패딩 주머니에서 쉽사리 꺼내지 못했다. 진료실 공기가 너무 차가워서 꺼내기가 어렵다는 환자에게 그래도 의사가 아프다는 손을 봐야 무슨 병인지 알고 치료할 수 있지 않겠냐며 재촉하자 그제야 손을 꺼내어 보여줬다. 그런데 환자의 손 색깔이 한눈에 봐도 이상했다. 손바닥은 빨간데, 손가락은 허옇게 돼 얼룩덜룩했다. 이러다가 파랗게 되기도 한다며 환자는 연신 나을 수 있는 병이냐고 물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전형적인 ‘레이노 증후군(Raynaud's syndrome)’이다. 이는 추운 환경이나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손끝 미세혈관이 과도하게 연축(오그라들다가 이완되어 원상태로 돌아가는 현상)되면서 손가락으로 피가 통하지 않아 일시적으로 손가락의 색조 변화를 보이는 현상이다. 손가락 끝까지 피가 잘 통하지 않다 보니 상처가 생겨도 회복이 더디다. 레이노 증후군은 의사가 직접 확인하는 것이 진단에 중요하기 때문에 만약 비슷한 문제를 겪는다면 증상이 발생했을 때 사진을 찍어두면 좋다.

레이노 증후군은 추운 날씨에만 증상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아서 별것 아닌 것처럼 여기는 환자들도 있다. 물론 단순히 손가락에만 문제가 있는 환자라면 추위와 스트레스 요인을 피하고 보온만 잘해도 증상이 완화된다. 하지만 ‘전신경화증’ 같은 류머티즘성 질환과 연관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피부뿐 아니라 폐나 심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심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다행히 이 환자는 기저질환이 동반되지는 않은 경우였다. 혈관확장제를 처방하니 증상이 많이 나아져 앞으로는 석 달에 한 번만 병원에 오라고 했다. 추운 날씨에는 꼭 장갑을 낄 것과 금연하시라는 당부와 함께.

정유진 류마티스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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