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①] “큰 영향 없대도 한강에 ‘침 뱉으라’ 할 수 있나” [이슈&탐사]

박장군,이택현,정진영,이경원 2023. 2. 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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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바다로 오염수가 온다] <5·끝> 돌아볼 과거, 준비할 미래
좌담회 참석 3인

▲정경태 오셔닉 해양환경연구소장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서 해양 방사능 물질의 해양생물 축적 예측 모델링 등을 주로 연구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원전 오염물질의 해수 모델링 작업에 참여했다. 중국과 우크라이나 등 해외 연구진과도 공동연구에 나섰다. 이후 해양환경컨설팅 중소기업 오셔닉에 해양환경연구소장으로 합류했다.

▲송진호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에서 초고온 방사성 물질을 사용하는 중대사고 실증 실험 장치를 구축하는 등 중대사고 분야를 주로 연구했다. 한국형 원자로 안전해석 방법론을 구축하고 차세대 원자로 및 중소형 원자로 스마트 안전해석 기술을 개발하는 등 연구업적을 쌓았다. 2010년 한국원자력연구원 영년직 연구원으로 선정됐다.

▲조양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서울대 해양환경예측연구실에서 지구환경 데이터과학과 해양환경변화에 대해 주로 연구하고 있다. 현장 관측 및 수치 모델링을 통한 연안 및 하구의 물리적 과정, 우리나라 주변 해의 순환, 갯벌 지역의 열속 변화 등을 연구한다. 최근엔 ‘그 많던 동해안 명태는 어디로 갔을까?’라는 주제의 연구 내용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왼쪽부터 정경태 소장, 송진호 교수, 조양기 교수. 이한결 기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심리는 과장된 편인가, 이유 있는 편인가? 의문 속에서 현재 하나의 기준점이 되는 것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기구를 신뢰해야 한다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이 기구의 독립성 문제가 거론되기도 한다.
▲정 소장=최고 권위기관의 조사 자체는 신뢰할 수 있다고 본다. IAEA는 방사능 물질에 대해 잘 알며 그를 분석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고 이해한다. 우리나라에서 참여하신 분도 있다. 다만 방류 자체에 대해 묻는다면, 해양환경을 연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씀드린다. IAEA가 국제 기준상에서 그게 유해한 수준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해양 환경을 연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해양 방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씀드리겠다.

▲송 교수=방사선의 위해 여부를 판단할 때 전문가들은 소위 1mSv(밀리시버트)라는 용어를 쓴다. 피폭이 되더라도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과학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양이 1mSv다. 일본 정부와 그를 지지하는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위 기준을 사용하는 것이 경제성이 있고 또 일반 대중의 건강도 지킬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반 대중 입장에서는 방사선에 의한 피해가 하나도 없으면 좋을 것이다. 그런 대중의 견해를 부당하거나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정당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방사선에 의한 위해를 과장해 자신의 정치적 어젠다나 신념을 관철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이 아닌 걸 사실인 것처럼 과장하는 부분은 지양됐으면 한다.

그러니까 현재는 세 가지 시각, 즉 전문가의 견해, 일반인의 시각, 방사선의 영향을 자신의 정치적 어젠다를 위해 공포심을 주장하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하여 방사선의 위해를 과장하는 시각은 제외하고, 1mSv가 충분히 합리적인 기준이니 방류가 문제없다는 비용 이득 측면에서의 시각, 일반 대중이 원하는 1mSv보다 훨씬 작은 피폭을 바라는 시각이 서로 건강하게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IAEA의 역할에 관해서는, 우리가 WTO(세계무역기구) 수산물 분쟁 때도 유사한 상황을 겪었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직접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기보다 IAEA 등 원전에 우호적인 국제기구와 미국의 저명한 전문가 등 제3자의 도움을 받아 자신들의 입장을 우리나라에 강요하려 했다. 분쟁 당시 일본은 자신들의 검역 기준에 따른 물고기를 저희가 수입해 먹어도 건강에 전혀 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피폭량으로 계산해 본다면, 일본에서 수입되는 수산물을 연간 50㎏ 정도 먹어도 1mSv 보다 아주 작은 양으로 피폭된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일본의 검역 기준이 부족하다고 여기고 후쿠시마 수산물에 대해 검역 기준을 강화하자 WTO에 제소한 것이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동의를 받거나 이해를 구하기보다 WTO에 제소하고 제3자인 IAEA 등 국제기구, 미국의 저명한 과학자들을 동원해 우리나라를 압박했다. 그런데 WTO 수산물 분쟁에서는 그런 시도가 결국 실패했다.

이번 오염수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의 접근 방법은 비슷하다. IAEA나 미국을 등에 지고 제3자의 의견을 가지고 한국을 압박하고 있어서, 바람직한 이웃 나라의 태도로 보이지는 않는다. 인접국 국민들의 이해와 동의를 얻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 많이 부족해 보인다. 한편으로는 일부 정치인들이 다소 반일 감정을 조장한 부분도 보이기는 했다.

과학적인 태도로 볼 때에도,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이 문제의 답은 여러 가지인 것인가?
▲송 교수=그런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이나 과학자가 볼 때 허용할 수 있는 기준은 분명한데, 일반인은 더 안전하길 원한다. 가치 기준이 조금 다른 것이다. 해양 환경은 우리가 보전해야 할 귀한 자산이니 되도록이면 거의 영향이 없도록 하라고 주장하는 것도 맞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입장은 국제적으로 용인되는 기준이라는 게 있어서 그 이하로 처리하면 법을 어긴 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묘하지만 건강한 긴장이 있어 보인다.
도쿄전력이 지난 2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오염수를 희석한 물로 키우고 있는 광어를 공개했다. 연합뉴스

해양생태계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본다면 어떠한가.
▲조 교수=국민적인 가장 큰 관심은 영향이 있느냐 없느냐일 것 같다. 하지만 영향의 정의부터가 사실은 각자 다를 것이다. 이를테면 사람에 따라선 0.00001Bq(베크렐)도 영향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과학자들은 현재 바다 등 자연 상태에 이미 어느 정도 있는 방사능 값에 변화를 일으킬 만한 영향을 생각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중이 생각하는 영향과 과학적으로 정의하는 영향에는 상당히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이렇게 비유하면 어떨지 모르겠는데, 누군가가 우리가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한강 물에 침을 뱉었다고 하자. 한강물은 엄청 많은데 침은 거기에 비하면 굉장히 소량일 것이다. 그래서 아마도 크게 인체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과학적으로 말할 수 있겠지만, 국민들은 굉장히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왜 먹을 것에 어떤 물질이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를 침을 뱉느냐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많은 먹거리를 바다에서 얻고 있는데, 그런 먹거리의 서식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다. 거기에 또 많은 부분에서의 불신이 있는 것 같다. 그 배경에는 그간 언론을 통해 과학적으로 여과되지 않은 많은 자료들이 일방적으로 보도돼온 일이 있다. IAEA가 국제적으로 충분히 전문가 집단이고 대부분의 국가가 신뢰할 만한 기관임에도 국민들이 믿지 못한다면, 추가적으로 우리나라 전문가들을 조사에 참여시킨다거나 하는 노력들이 있어야 국민 불신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IAEA 조사단은 최근 두 번째 일본 현장검증을 했고, 일본의 검사가 국제적 안전기준에 맞게 이뤄지고 있다고 코멘트했다. 또 최근 5년가량은 한국 해역의 표층해수상 세슘 방사능 농도 등이 원전 사고 이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체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고도 볼 만한데, 곧 방류가 시작되면 이 기류에 변화가 있겠는가?
▲조 교수=실제 얼마만큼 방류할지를 정확히 모른다. 예상 방류 계획에 따르면 가장 많은 양이 삼중수소다. 계획대로라면 후쿠시마 사고 당시 일시에 방출된 양보다는 적은 양을 배출한다고 하니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변화가 쉽게 감지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정말 알려진 양만큼만 방류하겠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불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 소장=같은 의견이다. 그간 언론과 이야기할 때 “유의미한 수준의 방사능 물질이 우리나라에는 도달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기자들은 “그래도 조금이라도 오긴 오지 않느냐, 그게 영향이 있는 게 아니냐”고 얘기했다. 예를 들어 언론사의 신뢰도를 여론조사한 값이 있다고 하자. 이 여론조사 값에는 플러스 마이너스 오차범위가 있을 것이다. 그 여론조사의 값은 그 오차범위까지 고려해서 변동이 있을 때 유미의한 변화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오차범위의 1000분의 1, 1만분의 1, 100만분의 1 수준에서 변동이 있다면 그것은 ‘유의미한 숫자’라는 개념에는 반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유의미한 영향이라 할 수준의 방사능 농도에 도달하느냐 아니냐”로 본다면, 이번 경우는 우리나라 해역에는 그런 수준의 영향까지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송 교수=이번의 방출량을 생각할 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을 때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해양으로 방출된 것을 염두에 두면 이해하기 좋을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에는 이번 오염수 방류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방사성 물질이 방출됐다. 그런데 그 당시 우리나라 해역에서 핵종의 변화에 대해 조사한 결과 유의미한 변화를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의 오염수 방류로 인한 우리나라 근해의 핵종 농도 변화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수 속의 유의미한 변동까지 없을 것이라지만 해수의 도달 시점 자체가 관심이긴 하다.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한 이후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그 해류가 한국 해역에 언제 오는지에 대해서도, 과학적 예측이 제각기 다르게 전해지고 있다. 200일도 있고 500일도 있고 수년도 있는데.
▲조 교수=바다에서 어떤 물질이 이동이 되는 건 해류와 확산에 의해서다. 그런데 물질의 주된 이동은 해류에 의해서 발생한다. 해류에 의한 이동은 상당히 시간이 많이 걸린다. 대부분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표층해류는 일본에서 동쪽, 즉 미국 방향으로 흘러가고 다시 되돌아온다. 가는 데만 4~5년, 오는데도 4~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해류에 의해서는 물질의 이동 모습이 한쪽 방향으로 비대칭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는데, 많은 언론에서 보도된 그림들은 원의 형태에 가까운 대칭적인 확산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 농도를 보면 굉장히 작은 값들이다. 작은 값들은 확산에 의해서 상당히 빠른 시간에 퍼져나가고 있는데 그런 값들을 주로 국민들이 많이 봤던 것이다.

말하자면 굉장히 보수적인 차원에서 물질의 이동을 말했고, 그 경계심이 형성된 것인가?(삼중수소 농도가 0.001Bq/㎥인 후쿠시마 해수가 약 5년 뒤 한국 해역에 도달하는 것으로 시각화된 중국 국가해양국 등의 연구논문을 제시함)
▲조 교수=이 그림도 소수점 이하 셋째 자리까지도 표시하고 있다. 이미 바다에는 1~2Bq/㎥ 값이 있다. 그 값의 1000분의 1까지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1~2Bq/㎥이 이미 있다 한다면 그 값의 0.001배나 0.01배는 적은 값이다. 1Bq/㎥ 정도의 농도를 살펴본다면 그건 주로 해류에 의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다. 일부 그림의 결과로 200일, 500일 이후에 도달한다고 보도가 이뤄지고 있는데, 표층해류 흐름 방향을 고려하면 그 시간 안에 우리나라에 오기는 힘들다. 그것은 확산 과정으로 미량이 올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정 소장=기본적으로 조 교수님 말씀에 동의한다. 여기(중국 국가해양국 등의 연구논문)에 제 이름도 저자로 들어가 있지만, 이 삼중수소에 대한 시뮬레이션은 일본의 방류 확정 전에 10년간 방류 등으로 시나리오를 만들어 한 것이며 희석 개념은 없었다. 우리나라 주변이나 북태평양을 보면 60~150Bq/㎥ 정도가 있다. 소위 배경농도(자연 상태에서의 기본 농도)가 60에서 150가량 이미 있는 상태인 것이다. 작게 잡았을 때 60이라 할 때, 0.001이란 값은 굉장히 작은 값이긴 하다. 하지만 1Bq/㎥까지만 도식화하면 표현이 되지 않는 문제도 있다. 과연 미세한 양이더라도 한국 주변에 영향을 미치는 게 언제쯤인지 파악하기 위해 그림으로 제시한 것이다.

많이 회자되는 독일 연구진의 동영상에는 배경농도의 100만분의 1, 1억분의 1까지 들어가 있다. 그 연구진이 논문으로도 내고 동영상으로도 냈는데, 논문에서는 0.01Bq/㎥까지 그림을 그렸다. 동영상에서는 0.00000001Bq/㎥까지 표현한 것이다. 아마 낮은 농도까지 그림으로 그리다 보니 그 동영상의 시각화 효과가 얼른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거기서부터 출발해서 방사능물질이 1년 내에 우리나라 해역에 도달한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송 교수=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해양으로 방출됐다. 그 중에 제일 많이 방출된 게 세슘 137인데, 수십 PBq(페타베그렐)이 방출됐다. 그리고 세슘 137은 반감기가 30년이라서 그때 방출된 게 아직도 바다에 여전히 대량으로 있다. 그렇다면 그 사이에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에 왔어야 될 텐데, 해양환경방사능 조사로는 지난 10년간 변화가 거의 없다.

그런데 이번에 일본이 해양 방출하겠다는 양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출된 양에 비하면 굉장히 작다. 그래서 몇 년이 걸려 도달할까 하는 질문도 의미가 있겠지만, 혹시 도달하더라도 거의 차이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바다의 배경 핵종 농도는 거의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된다.

“[좌담회②] “또 ‘바다에 버리자’ 할 수도… 선례되면 안돼””에서 이어집니다.

이슈&탐사팀 박장군 이택현 정진영 이경원 기자 general@kmib.co.kr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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