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임플란트에 무슨 일이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3. 2. 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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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부 공세에 백기사 맞불…편법 증여 논란

역대급 직원 횡령, 행동주의 펀드 공세, 백기사 동원한 주식 공개 매수, 편법 증여 논란….

오스템임플란트가 시끄럽다. 이 회사는 연매출 1조원을 기록하는 임플란트 1위 기업으로 증권가에서도 알짜 기업으로 꼽혔다. 그러다 지난해 초 2215억원이라는 사상 초유의 횡령 사건으로 도마에 올랐다. 횡령 사태를 수습하고 주식 거래를 재개하자마자 이제는 경영권을 둘러싼 사모펀드 격전지가 됐다.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가 오스템임플란트의 내부 통제와 지배 구조 문제를 지적하며 경영권을 압박한 것이다. 그러자 최대주주인 최규옥 회장이 우호적인 사모펀드(PEF)에 지분을 넘기는 강수를 뒀다.

KCGI는 오스템임플란트 보유 지분을 6.92%까지 확대했다. KCGI는 지분 100%를 보유한 투자목적회사 에프리컷홀딩스를 통해 지난해 12월부터 공격적으로 지분을 매집했다. 1월 19일에는 오스템임플란트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 “후진적인 거버넌스 탓에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며 최 회장 퇴진과 함께 독립적인 이사회를 구성하라고 요구했다. 횡령 사건 이후 드러난 ‘최대주주 리스크’ 피해를 개인 투자자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며 ‘흑기사’를 자처한 셈이다.

최 회장은 순순히 응하지 않았다. 또 다른 유력 사모펀드와 손을 잡았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운용사인 유니슨캐피탈코리아(UCK)와 MBK파트너스(MBK)를 백기사로 끌어들이며 맞불을 놨다. UCK와 MBK파트너스는 공동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를 통해 경영권 인수를 목적으로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을 공개 매수한다고 1월 25일 밝혔다. 시장에서 239만~1117만주(지분 15.4~71.8%)를 주당 19만원에 2월 24일까지 공개 매수한다는 계획이다.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또 최 회장 보유 지분(19.62%) 가운데 144만여주(9.61%)를 주당 19만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별도로 체결했다. 공개 매수일 이전 1개월 평균 종가(13만5631원)에 40%를 웃도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다. 공개 매수가로 19만원을 제시한 것은 일반 주주들에게도 최대주주와 동등한 웃돈을 인정해주겠다는 의미다. PEF ‘연합군’이 공개 매수에 성공해 최소 지분(15.4%)만 추가로 확보한다면,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지분 25%로 최대주주가 되고, 최 회장은 2대 주주로 물러나게 된다.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가 오스템임플란트의 내부 통제와 지배 구조 문제를 지적하며 경영권을 압박하자, 최대주주인 최규옥 회장이 우호적인 사모펀드에 지분을 넘기는 강수를 뒀다. 사진은 오스템임플란트 본사와 최규옥 회장.
공개 매수로 주가 올랐는데…

추가 상승 기대감에 장투할 수

증권가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의 공개 매수 발표 이후 오스템임플란트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당일에만 14.65% 급등하는 등 2월 1일 기준 18만6400원으로 공개 매수가에 근접했다. 경영권 분쟁이 격화한 최근 두 달 새에는 무려 67% 치솟았다.

여기까지만 보면 최 회장과 UCK·MBK 연합군이 승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또 다른 논란이 벌어졌다. 최 회장의 지분 매각 과정에서 ‘편법 증여’ 논란이 불거졌다.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월 21일 최 회장의 두 자녀로부터 전환사채(CB) 콜옵션(매도청구권)을 인수하는 대가로,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최 회장의 두 자녀를 대상으로 발행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이보다 이틀 전인 1월 19일 두 자녀에게 CB 콜옵션을 증여한 바 있다.

해당 CB 콜옵션은 2020년 오스템임플란트가 다수 금융 회사 등의 사모투자 신탁펀드를 대상으로 발행한 5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에 대한 매도청구권이다. 최 회장은 이듬해인 2021년 콜옵션 행사 최대치(CB 발행액의 40%)인 200억원에 해당하는 주식 51만6315주(주당 3만8736원)로 바꿀 수 있는 CB 콜옵션을 부여받았다.

이 같은 거래 구조를 두고 편법 증여 논란이 불거졌다. 두 자녀는 최 회장으로부터 양도받은 CB 콜옵션을 넘기는 대가로, 사모펀드 연합군의 지분 인수 주체인 SPC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받아 사실상 손쉽게 오스템임플란트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최 회장이 만약 두 자녀에게 지분을 직접 증여한다면 주당 19만원을 기준으로 증여세가 산정될 텐데, CB 콜옵션을 활용해 세금 부담이 훨씬 낮아질 것이라는 게 세무업계 분석이다. 콜옵션 가치는 콜옵션 행사 가격과 시가의 차이인데, 공개 매수 전 콜옵션 상태에서는 그 자체로 가치가 없는 것으로 평가될 확률이 높아 증여세가 전혀 부과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당 CB에 대한 액면가는 약 200억원어치인데 자녀들이 700억원가량의 BW를 손에 쥔 데 비해, 증여세는 200억원가량에 대해서만 부과될 수도 있다”는 게 세무 관계자 분석이다.

최 회장 2대 주주 지위 확고

“최대주주 리스크 여전” 주장도

공개 매수를 통해 경영권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녹록지 않을 수 있다. 통상적으로는 일반 투자자는 공개 매수 참여 시 내야 하는 22%의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장내 매도에 나서고, 차익 거래를 노리는 기관들이 이 물량을 받아 공개 매수에 응한다. 시장에서는 유례없는 횡령 사태에 편법 증여 논란까지 더해 빨리 ‘팔겠다’는 투자자와 사모펀드 연합군이 인수하면 기업가치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더 들고 가겠다’는 투자자로 양분될 것으로 본다. 특히 장기 투자 쪽으로 무게를 둔 투자자는 최 회장이 보유 주식 절반 정도만 경영권 프리미엄이 얹은 가격에 일단 처분한 뒤, 잔여 지분에 대해서는 주가 부양에 나설 것이라고 판단한다. 주식을 더 보유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금융당국과 국세청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심이다. 이미 역대급 횡령 사태로 집단 주주 소송에 직면해 있는 오스템임플란트는 경찰 수사와 함께 금융당국의 강화되는 감시에도 대응해야 한다. 여기에 편법 증여 논란까지 불거져 국세청까지 나선다면 거래가 성사된다 하더라도 그 파장이 커질 수 있다.

실제 국세청도 향후 과세를 위해 예의 주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 회장 측은 증여 재산을 투명하게 신고해 납부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2021년 CB 콜옵션을 활용한 부의 승계 사례를 전수 조사한 바 있어 이번 거래를 주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하나의 관전거리는 최 회장이 ‘진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느냐다. 최 회장이 지난해 하반기 오스템파마에 근무하던 장녀를 퇴사시키고 유학을 보낸 것을 기점으로 경영에 대한 의지를 내려놨다는 얘기가 시장에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영권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연합군이 승리하면 최 회장 지분은 자녀 등 특수관계자까지 고려해 13.4%대다. 여기에 투자 계약에 따라 최 회장은 매각 지분에 대한 콜옵션 권한도 갖는다. 일정한 행사 기간 동안 3회 이내의 범위에서 전체 지분율 4%에 해당하는 주식 범위에서다. 이 같은 잠재적 지분까지 고려하면 지분율은 대략 17%까지 확대할 수 있다. 기존 2대, 3대 주주였던 라자드에셋운용, KCGI보다 높은 지분율로,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 다음인 2대 주주 입지를 확고하게 다지는 셈이다. 최대주주가 된 사모투자펀드가 관련 업계의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최 회장의 전문성이 필요하고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가 추후 오스템임플란트 지분을 매각할 경우 최 회장은 우선협상권을 갖는다는 점도 최 회장이 ‘일단 후퇴’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해석을 낳는다. 최대주주 리스크에 반기를 들어온 강성부 펀드가 UBK·MBK 인수를 마뜩지 않아 하는 이유기도 하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이에 대해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최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다거나 경영한다’고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처럼 회장 직함으로 미등기임원을 지내면서 주요 의사 결정을 자문해주는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5호 (2023.02.08~2023.02.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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