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 ‘뚝’…곳곳서 리모델링 반대 목소리

2023. 2. 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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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현장진단 | 주택 시장 침체 ‘불똥’ 어디로

서울 지하철 3호선과 5호선 환승역 오금역 2번 출구로 나와 약 15분쯤 걸었을까. 오금공원을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조금만 더 걸으면 성내천이 나온다. 성내천 맞은편에는 흰 펜스로 둘러싸여 있는 한 공사 현장이 있다. 바로 올해 12월 준공 예정인 ‘송파더플래티넘’이다. 이곳이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 리모델링 아파트 중 처음으로 일반분양을 했던 단지기 때문이다. 2012년 주택법 개정으로 리모델링 사업에서도 가구 수를 늘릴 수 있게 됐다. 이 단지는 지난해 1월 주택법 개정에 따른 리모델링 일반분양을 처음으로 시행했다. 당시 29가구 모집에 7만5385건이 접수돼 평균 2599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30가구 미만으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음에도 흥행에 성공했다.

지금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전용 65㎡ 분양가는 약 14억7000만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약 13억2000만원에 매물이 올라왔다. 기존 분양가와 비교해 약 1억5000만원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오금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송파더플래티넘은 30가구 미만으로 분양해 분양가상한제와 고분양가 심사를 피해 높은 분양가를 책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반적인 주택 시장 침체로 주변 매물이 쏟아지면서 이곳 역시 가격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한다.

주택 시장 침체에 따른 사업성 악화,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의 영향으로 주요 리모델링 아파트 단지들의 사업 역시 주춤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서울 등 수도권에서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이 어려운 단지들은 부동산 상승기 흐름에 맞춰 리모델링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전 정부의 재건축 규제 강화 움직임에 따른 차선책으로 사업 속도가 빠른 리모델링을 선택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 후 주택 공급을 위한 정비사업 규제 완화 정책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리모델링 추진 단지 중 여러 곳에서 재건축으로 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 시장이 극도로 침체되면서 리모델링 사업성 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서울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아파트는 기존 3116가구에 467가구를 증축하는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이다. (윤관식 기자)
리모델링 빅2 속도 내지만…

남산타운·우극신 올해 사업 가시화

서울 내 리모델링 사업장 중 가장 규모가 큰 남산타운 아파트가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금까지 남산타운아파트는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서울형 추진위원회’와 ‘주민주도형 추진위원회’가 각각 설립돼 있었다. 두 단체가 각각 조합설립 동의서를 걷고 별개의 활동을 하는 등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많았다. 결국 두 추진위원회가 합쳐져 ‘남산타운 리모델링 통합추진위원회’가 발족했다.

그간 두 단체가 거둔 주민 동의서를 합하게 되면서 그 비율이 50%를 넘어 조합설립 요건이 되는 주민 동의율(66.7%)에 가까워졌다는 게 추진위 측 설명이다. 현재 중구청과 협의만 남은 상태로 상반기 중 조합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남산타운은 총 5150가구에 이르는 대단지다. 2002년 사용 승인을 받아 준공 22년 차를 맞이한 이 단지는 임대를 제외한 3116가구에서 467가구를 증축하는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남산타운 단지 내에는 추진위 통합을 축하하는 대형 건설사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추진위 역시 올해 하반기 시공사 선정 총회를 진행하는 것이 목표다. 남산타운 리모델링에 관심을 두고 있는 건설사는 GS건설과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 등이다.

남산타운 리모델링 추진위 관계자는 “2월부터 통합위원회로서 처음 개최하는 사업설명회를 시작으로 주민들과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추진위 통합을 통해 불확실성이 줄어든 만큼 연내 가시적인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위치한 우성2차(1080가구)와 3차(855가구), 극동(1550가구), 신동아4차(912가구) 등은 현재 4개 단지가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4개 단지를 합치면 약 4400가구에 이른다. ‘우극신(우성, 극동, 신동아)’이라 불리는 이곳은 리모델링이 마무리되면 5000가구가 넘는 초대형 단지로 탈바꿈한다.

4개 단지 중 우성2차와 우성3차, 극동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조합설립 동의율을 충족했다. 1월 동작구청에 조합설립 신청서를 접수해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르면 2월 중 인가가 날 것으로 추진위 측은 기대한다.

신동아4차는 추진위가 별도로 설립됐다. 현재 조합설립을 위한 주민 동의율은 60%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추후 나머지 3개 단지와 같은 시공사, 브랜드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우극신 추진위 관계자는 “아파트 노후화로 인해 불편함이 커 빠른 리모델링 추진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조합설립 인가 후 6개월 내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리모델링 반대 목소리도 커져

불투명한 사업성 발목 잡을 수도

136단지, 총 10만9986가구.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 숫자다. 지난해 6월, 추진 단지가 131곳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6개월 동안 5곳 늘어났다.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로 사업을 시작한 단지는 많지 않았다. 남산타운과 우극신 등 서울에서도 비교적 규모가 큰 단지가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리모델링 사업을 둘러싼 분위기는 좋지 않다.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재건축 규제 완화 기조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리모델링으로 사업을 추진하던 사업장에서는 일부 재건축을 요구하는 주민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급기야 리모델링을 원하는 주민과 재건축을 원하는 주민 간 갈등으로 사업 자체가 중단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강남구 대치2단지에서는 기존 리모델링 조합과 재건축을 주장하는 반대파의 갈등으로 리모델링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이 결국 시공권 입찰을 포기했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모여 있는 용산구 이촌동 역시 리모델링 사업을 둘러싼 주민 간 의견이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이촌동 한가람 아파트에서는 리모델링 반대파가 “리모델링 대신 재건축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제안서를 각 집마다 돌리기도 했다.

사업성에 대해 의문을 갖는 목소리도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서울 송파구다. 송파구는 용적률이 높고 소규모지만 입지가 좋은 단지가 여럿 있다. 이들은 재건축 사업이 불가능한 만큼 리모델링 기대감이 컸다. 대부분 리모델링 단지들은 앞서 송파더플래티넘처럼 29가구만 분양해 고분양가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계산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미 분양에 나선 리모델링 단지 분양권 가격이 계속해서 하락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오금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송파구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모두 29가구 분양 방식으로 사업성을 계산했다”며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조합원 부담이 더욱 늘어 사업 방식 변경을 검토하는 단지도 있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5호 (2023.02.08~2023.02.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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