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신보에 하프시코드의 시대를 담은 까닭 (ft. 서른 즈음에)

라효진 2023. 2. 6.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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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하게 반짝인 영광일수록 그 빛을 지키기 어려우리란 걱정은 조성진에게 통하지 않았습니다. 우승으로 마무리한 2015년의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그의 마지막 경연이었지만, 동시에 음악가로서 꾸릴 또 다른 경력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도이치 그라모폰(Deutsche Grammophon, DG)에서 발매한 쇼팽 콩쿠르 우승 실황 앨범 이후 그는 쇼팽에 천착하지 않았어요. 드뷔시와 모차르트, 슈베르트와 리스트까지 쳤습니다. 성악가 마티아스 괴르네와 협연도 했고요. 팬데믹에도 조성진이 공식 활동을 쉰 건 1년 남짓 뿐입니다. 나머지 기간은 투어와 녹음으로 보냈죠.

그런 조성진이 약 2년 만의 정규 앨범 〈헨델 프로젝트(The Handel Project)〉를 발매했습니다. 그 동안 고전주의 혹은 낭만주의 곡들을 주로 연주했던 조성진의 첫 바로크 음반입니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음악의 어머니' 헨델이 대표했던 바로크 시대엔 피아노가 없었습니다. 대신 '쳄발로'라고도 불리는 하프시코드가 있었죠. 건반 악기 특유의 비슷한 모양 때문에 하프시코드를 피아노의 조상으로 부르는 사람도 있지만, 둘은 엄연히 달라요. 하프시코드는 건반을 누르면 연결된 촉이 현을 뜯어서 소리를 내기 때문에 음색 자체는 기타와 비슷합니다. 반면 피아노는 현을 때려서 소리를 내고요.

그럼 현대 피아노를 치는 조성진이 이번 앨범에 헨델의 하프시코드 곡들을, 심지어 만들어진 시기도 천차만별인 곡들을 담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지난 앨범 발매 당시 '다음 앨범은 바로크를 하고 싶다'라던 바람도 영향이 있었겠죠. 더불어 그는 모두가 생애 처음으로 겪었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처음 헨델 녹음을 생각해 봤다고 해요. '와 닿았다', '그냥 할 때가 돼서, 직감적으로'. 그는 장황한 설명보다 짧은 문장으로 헨델을 신보로 내놓은 까닭을 전했습니다. "왜 싫은지는 오히려 설명하기가 쉬운데, 그 반대로 왜 마음에 드는지는 참 설명하기가 힘든 것 같아요."

말 그대로 '꽂혀서' 헨델을 선택한 조성진은 이번 앨범을 위해 태어나서 가장 많은 연습을 했습니다. 지난해 2월에는 시국 상 투어가 취소되며 하루에 7~8시간도 피아노를 쳤고요. 조성진은 오늘날의 피아노로 하프시코드 작품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서스테인 페달을 사용하지 않거나 강약을 조절했으며, 동시에 헨델 대위법에 각각 다채로운 색과 무게감을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준비한 앨범에는 1720년 런던에서 처음 출판된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 2권 중에서 조성진이 가장 아끼는 세 곡이 담겼습니다. 〈모음곡 2번 F 장조 HWV 427〉, 〈8번 F 단조 HWV 433〉, 〈5번 E 장조 모음곡 5번 HWV 430〉 등입니다. 연주곡으로서 대중에 널리 알려진 곡은 아니지만, 조성진의 마음을 울린 음악들이라고 해요. 여기에 자신이 '가장 완벽한 변주곡'이라고 생각한다는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도 담았습니다.

이번 〈헨델 프로젝트〉를 들고 전 세계 투어를 이어갈 예정인 조성진은, 지난해까지 유효했던 '세는 나이'로 서른이 됐습니다. 만으로는 28세죠.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좋아해서 '서른'이 주는 무게가 묵직할 것 같았지만, 막상 몇 달 전과 다를 바는 없다고 하네요. 그는 앞서 '30대가 되면 브람스에 도전하고 싶다'는 언급을 한 적도 있는데요. 공교롭게도 신보에 브람스의 곡을 실었습니다. 하지만 과거 발언과 선곡 사이 영향은 없으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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