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작가의 루틴<3>-이규리의 '차고 따뜻한 심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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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용하는 물건들을 단순히 물건으로 소용된다고 여기기보다 존재로 여기고 있다.
펜이나 용지들, 책상과 의자와 키보드들은 모두 소중한 동반자이니 그들에게 최소한의 격을 부여하는 것.
사물들은 자신의 역할에 소홀하거나 나태하지 않으며 인간보다 겸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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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사물에게 생명이 있다고 여긴다. 폐지도 구겨서 버리지 않는다. 내가 사용하는 물건들을 단순히 물건으로 소용된다고 여기기보다 존재로 여기고 있다. 사물의 존재의식은 릴케에서 비롯되었다. 사물들을 나와 평등한 자리에 두려 한다. 펜이나 용지들, 책상과 의자와 키보드들은 모두 소중한 동반자이니 그들에게 최소한의 격을 부여하는 것. 사물들은 자신의 역할에 소홀하거나 나태하지 않으며 인간보다 겸손하다. 존재하는 대상들에 대하여 한 인간으로서 온전히 마주하고 온전히 교류하고 온전히 결합하기 위하여 나의 용량에 맞게 갖추는 일이 미니멀리즘을 옹호하고 자신의 삶을 다스리는 맞춤한 전략이라 여긴다. 식사도 7첩 반상보다 단품을 선호하는 편이다. 우선 식탁이 단순 정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로 섞이지 않아서 좋다. 먹기 시작해서 먹는 동안의 단정함이 맛을 구성한다. 적을수록 음식을 음미하는 시간이 고요하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은 몇 가지 음식을 주문해 서로 이리저리 나누어 먹으려 흘리고 소란해지는 식탁의 분위기이다. 자신이 선택한 메뉴를 각자가 단정하게 먹는 것이 나의 기호에는 맞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식사 후 손님이 일어선 뒤에 난장이 된 식탁을 볼 때이다. 이건 내 아이에게 배운 것인데 식사 후에도 티가 안 나게 수저와 빈 그릇들과 냅킨을 가지런히 정리해 두고 나오는 일, 그것이 어느덧 루틴이 되었다. 맨발 이야기가 여기까지 왔다. 양말을 벗고 맨발로 다니는 이유가 발에 밟히는 먼지나 불순물을 염려하기 때문이라면 정신분석학상 이 지독한 결벽증의 내막에는 나도 모르는 나의 불순함을 지우려는 심리가 숨은 게 아닐까 종종 생각하기도 한다. 주변 사람이 불편할까 염려되지만 고쳐질 수도 없고 고치려 한 적도 없는 이 습관이 혹 드라이하다고 해도 나는 할 말이 없다. 사실 나는 참 재미없는 편이다.
-이규리 외 6인, <작가의 루틴: 시 쓰는 하루>, &(앤드),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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