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내주고 마음 써주고… 아날로그 방식으로 아이들에 다가서야

박용미 2023. 2. 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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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진 본교회 목사
조영진 본교회 목사가 최근 서울 성북구 교회 예배당 십자가 앞에서 다음 세대를 향한 목회 철학을 소개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조영진(65) 본교회 목사는 본인의 목회 인생에서 아버지의 덕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조 목사 아버지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장을 지내고 서울 중구 한일교회를 담임했던 조덕현 목사다. 실제로 그는 아버지의 오랜 벗이었던 하용조 옥한흠 김삼환 목사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받았던 가장 큰 선물은 오직 말씀으로 성도와 이웃을 목양했던 믿음의 유산이었다. 최근 서울 성북구 교회에서 만난 그는 “다음세대를 키우고 어려운 이를 찾아가는 게 교회의 역할이라는 걸 어린 시절부터 배우고 내 목회에 접목했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할머니가 세 딸을 잃고 서원 기도 한 뒤 낳은 아들이었다. 그도 가정 분위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목회자의 꿈을 꿨다. 1978년 기장 측 신학교인 한신대가 아닌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서울신대에 진학했다. 신앙의 지경을 넓히고 싶어서였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신학대를 졸업하고 이민 목회를 시작했다.

“다음세대 투자 결실, 오래 기다려야”

그가 1996년 첫 담임을 맡았던 곳은 장로교단인 뉴저지초대교회였다. “어린 시절은 기장에서 기독교 가치관으로 사회를 보는 눈을 키웠고 대학 때는 기성에서 뜨거운 기도와 성령 운동을 배웠죠. 장로교단에서는 체계적인 목회 시스템을 훈련받았습니다.”

뉴저지초대교회를 섬기며 그는 성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대다수 성도는 자녀 교육 때문에 힘든 이민 생활을 견디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녀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심어주는 거라 생각했다. 영어가 익숙한 다음세대를 위해 영어에 능통한 교회학교 교역자를 청빙했고 교회학교 아이들이 마음 놓고 활용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했다. 교회 예산은 교회학교 사역에 먼저 썼다. 교세가 크지 않은 한인교회가 다음세대를 위해 투자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었다.

“제가 뉴저지초대교회에 부임했을 때 40여명이었던 성도가 10년 뒤 1200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성도 수가 불어나는 건 눈에 쉽게 보였지만 다음세대에 대한 투자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빛을 보더군요. 뉴저지초대교회를 떠난 후 교회학교 아이들이 아름답게 성장해 건강한 그리스도인으로 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귀국 뒤에도 다음세대 향한 열망

그는 또 뉴저지 한인 커뮤니티를 넘어 고국에까지 하나님의 사랑을 흘려보냈다. 서울 난곡 판자촌 학생 40여명이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 교육비와 생활비를 후원했고 그들을 돕는 사회복지사의 인건비를 댔다. 당시 생소했던 ‘교육 복지’를 시도한 것이다. 미국에 있는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을 마음에 품고 후원하는 모습을 인상 깊게 보고 진행한 사역이었다.

귀국 후 1년간 대전온누리교회를 담당한 그는 2006년 기성 산하 본교회 청빙을 받았다. 당시 본교회는 담임목사가 공석인 채로 교회 건축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규태 청빙위원장은 다양한 교단을 두루 거치고 다음세대 사역에 강점을 보인 그를 8개월간 설득했다.

그는 “교회 현장을 한번 둘러보러 갔을 때 이곳에 다음세대를 위한 불을 지피고 싶다는 열망이 솟아올랐다”며 “부임 뒤 교회 설계부터 바꿔 교회학교 12개 부서를 위한 독립된 공간을 마련했다. 당시 교회 건축비로 이자만 한 달에 5000만원이 나갔는데 당회의 협조로 교회학교 목회자도 여럿 모셔왔다”고 설명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교회가 물량 공세만으로 다음세대를 사로잡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들에게 교회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을 줘야했다. “요즘은 오히려 아날로그 방식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내주고 마음을 써주는 거죠.”

얼마 전 교회학교 아이들이 수련회를 갔다가 코로나19에 걸려왔던 적이 있었다. 그때 조 목사는 직접 아이들의 집을 방문해 사과하고 격리 용품을 전달했다. 아이들의 치료비도 교회가 부담했다. 지난해부터 대학생들에게는 ‘자기 계발 지원금’을 주기 시작했다. 방학 동안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면서 꿈을 키울 수 있게 도운 것이다.

전 세대 아우르는 목회로 변화 꿈꿔

“요즘 대학병원들도 병을 치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돌봄’을 중요시한다고 하더라고요. 교회도 복음 전파만 하는 게 아니라 성도들의 모든 삶에 관심을 갖고 도와줘야 한다고 봐요.”

성도들을 사랑하는 것만큼 이웃도 섬기는 것도 본교회의 자랑이다. ‘지속적으로 하자’ ‘구체적으로 하자’ ‘할 때마다 수준을 업그레이드하자’는 목표로 이웃을 섬긴다. 2018년부터는 매년 ‘작은 교회 목회수기 공모전’을 열고 미자립교회 목회자까지 돕고 있다.

그는 이제 전 세대를 아우르는 목회로 새로운 변화를 꿈꾼다. “부모의 신앙이 자녀들에게 이어지는 게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그런데 부모들도 아직 배울 게 많거든요. 어르신들이 젊은 부부를 가르치고 젊은 부부가 또 자녀를 교육하는 건강한 연결고리를 만들어서 전 세대가 역동적으로 성장해나가는 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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