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속내는 결국 돈”… 오염수 저장엔 무려 81조엔 [이슈&탐사]

이택현,정진영,박장군,이경원 2023. 2. 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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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식으로 따진다면 이 세상 어느 땅도 서로 이웃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대기(大氣)를 통해 전 인류가 서로 이웃한다는 결론도 피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오염수를 해양에 버리는 건 '일본이 국내에서 스스로 처리할 문제를 외부로 돌리는 것'이라고 본다.

일본 민간 싱크탱크인 일본경제연구센터는 2019년 "오염수를 방출하지 않고 저장했을 때 원전 폐로 시점(2051년 예상)까지 81조엔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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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바다로 오염수가 온다] <4> 일본 정부의 손익계산서
도쿄전력은 올해 저장 한계를 넘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할 예정이다. 사진은 오염수 탱크가 설치된 후쿠시마 제1원전 전경. 연합뉴스


“그런 식으로 따진다면 이 세상 어느 땅도 서로 이웃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대기(大氣)를 통해 전 인류가 서로 이웃한다는 결론도 피할 수 없다.”

주변에서 피해를 우려할 때, 사고를 낸 당사자는 “당신이 내 이웃이냐”고 반문하고 있다. 일본 도쿄전력은 지난해 10월 부산 시민 16명이 부산지법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금지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자 “상식에 부합하는 주장인지 의문”이라는 의견서를 재판부에 냈다. 도쿄전력은 시민 몇몇의 주소지가 해안에서 수㎞ 떨어진 아파트 20층, 24층이라는 점까지 언급했다. 과연 이들 부산 시민이 후쿠시마의 이웃이냐고 따지고, ‘처리수’를 ‘오염수’라 부르지 말라 요구하는 게 도쿄전력의 태도다.

국제사회는 “왜 하필 바다냐”고 의문을 제기해 왔다. 전문가들은 오염수를 해양에 버리는 건 ‘일본이 국내에서 스스로 처리할 문제를 외부로 돌리는 것’이라고 본다. 해양 방류 이외의 대안이 있고, 만일 방류하더라도 충분한 보관 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예컨대 삼중수소는 반감기가 12년이라서 육지에서 24년간 보관한 뒤 방류하면 위험성이 4분의 1로 줄어드는 셈이다. 하지만 일본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일까. 일본의 속내는 결국 비용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2020년 작성된 다핵종제거설비(ALPS) 소위원회 보고서에 어느 정도의 힌트가 담겨 있다. 이 보고서에는 여러 오염수 처리 방안별 소요 기간, 비용, 작업자의 위험성이 기재돼 있다. 일본 내 처리 방식인 ‘오염수 지하 매립’에는 2431억엔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됐다. 수소 배출(1000억엔), 수증기 배출(349억엔)이 뒤를 이었다. 해양 방류에는 증기 배출의 10분의 1 수준인 34억엔만 필요했다.


바다 방류의 비용 절감 효과는 ‘장기 저장’과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일본 민간 싱크탱크인 일본경제연구센터는 2019년 “오염수를 방출하지 않고 저장했을 때 원전 폐로 시점(2051년 예상)까지 81조엔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희석 후 해양 방출에는 그 절반가량인 41조엔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됐다.

일본이 아끼는 비용은 인접국에 전가된다. 오염수가 흐르는 방면에 있는 태평양 섬나라 18개국은 어업인들의 유무형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태평양도서국포럼(PIF) 과학자 자문단을 통해 오염수 문제에 대응 중이다. 자문단 소속 로버트 리치먼드 하와이 케왈로드연구소장은 “식량 안보 차원에서 상당히 중요하고, 문화적 정체성에도 영향을 준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원전 오염수를 ‘처리수’라 부른 적이 없다. 정부는 2021년 4월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에 강한 유감을 표하고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했다. 일본은 한국의 문제 제기 때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일본은 2021년 기준 IAEA 예산 8.32%를 분담하는데 이는 175개 회원국 중 3번째로 높은 분담금 비중이다. IAEA의 국제 검증에는 한국 측 전문가 1명이 참여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보안이 유지된다.

방류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 정부의 입장이 주목된다는 말도 나온다. 한·일 관계 회복 노력과 오염수 방류가 난제로 얽혔다는 것이다. 다만 오염수 대응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정부는 계속해서 일본에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슈&탐사팀 이택현 정진영 박장군 이경원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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