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델에 빠진 조성진 “매일 8시간씩 연습했죠”
피아니스트 조성진(28)이 도이치그라모폰(DG)에서 여섯 번째 정규 앨범 ‘헨델 프로젝트’를 발매했다. 그가 바로크 시대 작곡가를 다룬 최초의 앨범이다. 지난 4일 온라인으로 만난 조성진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혼자 오랫동안 연주하는 시간을 보냈다”면서 “헨델 작품이 마음에 와 닿아서 녹음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바로크 작곡가 중 건반악기로 연주되는 작품은 바흐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럼에도 조성진이 첫 바로크 음반의 작곡가를 헨델로 고른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 바흐를 녹음하거나 연주할 준비가 안 됐어요. 바흐가 이지적이고 복잡한 데 비해 헨델은 가슴에서 나오는 멜로디가 느껴졌죠. 처음 시작할 때는 헨델 쪽이 비교적 용이하다고 생각했는데 헨델 역시 공부해보니 만만치가 않더군요.”
조성진은 이번 헨델 음반 녹음을 위한 준비작업을 “태어나서 가장 많이 연습했던 시간들”이라고 회상했다. 지난해 6월 투어 취소 뒤 한 달 동안 집에서 매일 8시간가량 연습했다고 한다.
음반에는 1720년 런던에서 출판된 헨델의 하프시코드 모음곡 1권 중에서 조성진이 가장 아끼는 세 곡인 2번 HWV427, 8번 HWV433, ‘흥겨운 대장장이’로 유명한 5번 HWV430이 수록됐다. 모음곡 2권 중에서는 7번 HWV440 중 세 번째 악장 사라방드 B플랫장조와 빌헬름 켐프가 편곡한 1번 HWV434 중 미뉴에트 G단조가 담겼다.
“바로크 모음곡은 알르망드·사라방드 같은 옛날 춤곡들로 이뤄졌죠. 너무 정박자로 연주하면 춤추기 힘들어요. 타이밍을 맞추는 장식음이 중요합니다.”
조성진은 지난해 녹음을 앞두고 임선혜와 연주한 스위스 하프시코드 연주자 세바스티안 비난트를 만나 레슨을 받고 조언을 구했다. “하프시코드는 현을 뜯고 피아노는 해머로 현을 치죠. 작동법이 완전히 다른 악기였어요. 지난해 5월 밤베르크에 연주하러 갔을 때 악기 창고에 하프시코드가 많아서 쳐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까다롭더라구요. 반면 현대 피아노는 장점이 많습니다. 다양한 표현이 용이하죠.이번에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해석했어요.”
조성진은 작품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서스테인 페달의 사용을 자제하면서 강약을 조절했고 특유의 음색으로 각 성부를 투명하게 제시했다. 그래선지 피아노의 온기가 듣는 이에게 푸근하게 다가온다. 녹음 장소인 베를린의 지멘스 빌라도 피아노의 울림에 큰 영향을 끼쳤다.
“홀의 울림이 과다하지 않아서 헨델을 표현할 때 어렵지 않았어요. 바로크 작품을 녹음하기엔 교회가 더 좋을 수 있겠지만 제게는 아티큘레이션(각 음을 분명하고 명료하게 연주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모든 성부를 듣고 조절하기 용이하다는 점이 좋았어요.”
조성진은 이번 ‘헨델 프로젝트’ 앨범의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 투어에 나선다. 5일부터 하노버·뒤셀도르프·함부르크·도르트문트·런던·밀라노 등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한국에서는 3월 정명훈 지휘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협연 무대, 7월 리사이틀이 예정돼 있다.
류태형 객원기자·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 ryu.tae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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