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의 권력야욕 3선개헌 반대투쟁 [김삼웅의 인물열전 - 월파 서민호 평전]

김삼웅 입력 2023. 2. 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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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웅의 인물열전 - 월파 서민호 평전 38] 서민호는 누구보다 박정희의 3선개헌을 반대하였다

[김삼웅 기자]

 3선개헌 반대 데모
ⓒ 의문사위 자료사진
 
박정희 대통령은 이승만 대통령이 영구집권을 기도하다가 60년 3·15 부정선거로 쫓겨난 지 9년 만에 다시 장기집권을 위한 3선개헌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전임자가 국민의 봉기로 권좌에서 쫓겨난 지 채 10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장기집권을 기도하는 개헌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전혀 역사에서 교훈을 배우지 못한 무지한 행동이었다.

6ㆍ8부정선거를 통해 개헌선을 확보한 박정희는 권력지향의 충성분자들을 동원하여 개헌에 대한 애드벌룬을 띄우기 시작했다. 7대 국회의원 선거는 3·15가 무색할 만큼 관권 부정선거였다. 개헌에 필요한 의석수를 채우기 위해 무리하게 부정선거를 감행한 것이다.

68년 12월 17일 공화당 당의장서리 윤치영은 부산에서 "조국근대화와 민족중흥의 과업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이 같은 지상명제를 위해서는 대통령 연임조항을 포함한 현행헌법상의 문제점을 개정하는 것이 연구되어야 한다"면서 3선개헌의 물꼬를 텄다. 윤치영은 자유당시대에는 "이승만은 단군 이래의 지도자"라고 아첨을 하여 지탄을 받았던 인물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개헌문제가 야당의 강력한 반대에 못지않게 공화당 내에서도 JP(김종필) 계열의 반발에 부닥치자 일차적으로 '항명파동'을 통해 이들을 숙당하는 등 정지작업을 벌였다. 이런 과정을 거친 박 대통령은 69년 7월 25일 "여당은 빠른 시일 안에 개헌안을 발의해 개헌추진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라"고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마침내 박정희는 이승만과 똑같이 민주주의의 '건널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무리수를 던진 것이다. 7월 28일 공화당은 백남억 정책의장이 마련한 대통령의 3선연임 허용과 국회의원의 각료직 겸직을 내용으로 하는 개헌안 골격을 확정한 뒤 소속의원들에 대한 설득작업에 나섰다. 국회의원의 각료직 겸임 등은 악세살이일뿐 목표는 대통령의 연임 조항에 있었다.

개헌안은 공화당 의원 108명, 정우회 11명, 신민당 의원 3명 등 모두 122명이 서명하여 국회에 제출되었다. 서명과정에서 청와대·중앙정보부 등 권력기관이 총동원되어 JP계 의원들을 협박과 회유로 끌어들이고, 성낙현·조흥만·연주흠 등 신민당 의원들까지 변절시켜 개헌대열에 끌어들이는 '솜씨'를 보였다. 이승만의 숫법보다는 많이 '근대화'되었다는 평가가 따랐다.

그러나 당총재를 지낸 정구영은 끝까지 개헌안 서명을 거부함으로써 공화당은 107명이 서명했다. 공화당 창당 과정에서 영입되었던 올곧은 법조인 출신 정구영은 권력의 갖은 위협에도 끝내 3선개헌 반대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나중에 민주회복 국민운동에 참여하였다.

서민호는 누구보다 박정희의 3선개헌을 반대하였다. 민주공화의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8월 5일 대중당 대표최고위원의 명의로 <3선개헌에 관한 나의 소신을 피력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주요 대목이다. 

2. 금년 초두의 기자회견 석상에서 이미 발표한 우리당의 정책기조에서 "무슨 방법으로던지 정권만 잡으면 그만이고 일단 잡은 정권은 민주질서를 배반하여서라도 잡고 느러져야만 하는 전근대적인 권력의식이 이땅에서 조속히 불식되기를" 나는 구상하고 당의 권위보다도 개인을 우상화하는 풍조가 지양되어야 하며 정책대결의 무드 속에 평화적인 정권교체가 이룩되어야 할 것임을 거듭 지적하여 조국근대화를 고창해온 공화당에 숙고 있기를 촉구한 바 있다.

3. 개헌은 원칙적으로 헌법조항이 역사의 진전에 따라 민권신장에 저해사항으로 경화되었을 때 시도되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행 헌법은 박정권 집권초에 스스로 제정공포한 것일 뿐더러 더욱이 국회통과와 국민투표의 2중절차까지 설정하여 집권연장의 폐해를 강력히 막아논 것을 당대에 스스로 파기하려 드는 의도에, 양식이 있는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찬동할 수 없다.

3선개헌 논자들은 언필칭 국가안보와 경제건설을 거론하지만 6.25 이래 20년간 우리는 계속하여 준전시상태인 휴전하에 국가질서를 유지해 왔으며 경제건설은 정책을 지닌 당이 주축이 되어 영위할 것이지 개인의 독점할 바 아닐 것이다. 우리에게는 지금 한 사람의 나폴레옹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여야를 초월한 국민전체의 총화와 단결만이 필요한 것이다. 

소위 생명을 걸고 한강을 건넜다고 하는 박정희 씨와 그의 동지들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나는 진심으로 박대통령에게 역사적 애국자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3선을 위한 개헌은 철회하여 줄 것을 기원하는 바이다. (주석 1)

주석
1> <자료집 03>,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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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월파 서민호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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