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인플레이션' 선언했는데 일자리 급증…셈법 복잡해진 연준
미국에서 지난달 신규 일자리 증가 폭이 시장의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등 고용시장의 활황이 계속되고 있다. 고용시장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주목하는 서비스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통화 긴축의 고삐를 쥔 Fed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에서 발표한 1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비농업 일자리는 51만7000개 증가했다. 블룸버그 전망치인 18만8000개보다 2.75배가량 많이 늘었다. 실업률도 시장 전망치(3.6%)를 밑도는 3.4%로 1969년 5월 이후 54년 만에 가장 낮았다.
신규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 건 코로나19가 완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레저·접객업 일자리가 12만8000개 늘면서 고용 증가를 주도했다. 전문·기업서비스업(8만2000개), 정부 공공직(7만4000개), 보건의료업(5만8000개) 등에서도 일자리가 많이 늘어났다. 미 고용시장에서는 노동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활황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구인 건수는 1101만 개로, 시장 전망치(1025만 개)를 크게 웃돌았다.
앞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1일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이란 단어를 언급하면서 “처음으로 물가 상승률 완화가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다”며 긍정적 전망을 공식화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기자회견에 나와 금리 인상이 끝에 다다랐음을 암시하면서다. 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비둘기(통화완화 선호)적으로 해석했다. 나스닥 지수는 1일 기준 전 거래일 대비 2% 상승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지수(1.05%)와 다우 지수(0.02%)도 상승 마감했다.
이번 1월 고용보고서에서 확인된 고용시장의 활황은 Fed 정책 결정에 관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고용시장 강세가 계속되면 노동자의 임금 상승과 소비 여력을 뒷받침해 물가를 자극할 수 있어서다. Fed가 추가 긴축 카드를 쓸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 워치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5월 FOMC에서 기준금리가 연 4.75~5%로 결정될 확률을 56.9%로 봤다. 3월 FOMC에서 기준 금리를 한 번 정도(0.25%포인트) 더 올린 후 5월에는 동결할 거라는 예측이 반을 넘었다. Fed의 금리 인상이 빠르게 종료될 것이란 시장의 기대를 반영했다. 하지만 1월 고용보고서가 발표된 지난 3일 이 예측치는 39.5%로 떨어졌다.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한 번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3일 블룸버그TV에 “고용시장은 침체를 알리는 다른 지표와 다르게 작동 중이고, 내가 기억하는 한 가장 읽기 어려운 경제 상황”이라며 “어느 순간 경제가 급정지(sudden stop)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1월 고용보고서를 비관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용은 늘었지만, 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보다 0.3%, 전년 동월 대비 4.4% 증가하며 오름세가 둔화했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참가율도 전월(62.3%)보다 소폭 증가한 62.4%를 기록했다. 경제활동참가율이 늘면 고용시장의 초과 수요 즉, 구인난이 해소될 여지가 있다.
고용시장을 정확하게 분석하려면 앞으로 나올 수치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다. 1월에는 계절적 요인을 조정하면서 취업자 수가 부풀려지는 경향이 있어서다. 또 최근 아마존·구글·메타 등 빅테크 기업의 정리 해고 이슈를 전문가들이 과하게 받아들여 일자리 예상치가 지나치게 왜곡(과소 추계)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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