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들이고 비둘기 풀었다…리움미술관 한 방 먹인 '악동'
미술관 현관, 로비에 노숙자 배치
전시장에 박제 동물 수두룩 동원
바나나, 교황, 히틀러 등 '논쟁작'
웃기고, 기이하고, 섬뜩한 작품들
2019년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아트페어 '아트바젤 마이애미'에서 테이프로 벽에 붙인 바나나 한 개가 12만 달러(약 1억4000만원)에 팔렸다. 작품 제목이 '코미디언'이다. 바나나 한 개로 시작된 '코미디'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한 행위예술가가 "배가 고프다"며 바나나를 떼어 먹어버렸고, 해당 갤러리 측은 "그가 작품을 파괴한 게 아니다. 바나나는 발상"이라며 벽에 새 바나나를 붙였다. 바나나는 이듬해 한 소장자의 기증으로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 소장됐다. 이 기상천외한 '코미디언'의 쇼는 지금도 충실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번엔 서울 리움미술관이다.
세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현대미술가로 꼽히는 마우리치오 카텔란(62)의 한국 첫 개인전이 지난달 31일 서울 리움미술관에서 개막했다. 그가 바로 바나나 한 개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주인공이다. 이번 전시는 2011년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회고전 이후 최대 규모로, 조각, 설치, 벽화와 사진 등 총 38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카텔란 전시를 기획한 김성원 리움미술관 부관장은 "4년 전 당시 바나나 한 개가 비싸게 팔린 이유는 작가가 바로 카텔란이었기 때문이었다"며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작업을 어떻게 해야 유명해지는지, 작품 가격이 어떻게 형성되고 판매되는지 등 현대 미술시장의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작가가 지난 30년간 도발적인 작품으로 사회 전반적인 가치체계에 꾸준히 도전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리움미술관도 한 방 먹었다
특유의 유머와 풍자로 온갖 '권위'에 물음표를 다는 카텔란의 작업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지금 우리 곁의 미술관이 어떤 곳인지 그 의미와 역할을 돌아보라는 작가의 의도로 읽힌다.
웃기고, 기이하고, 서글프다
전시장엔 작가 자신의 얼굴을 한 작품이 많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해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특유의 전략이다. 미술관 바닥을 뚫고 엉뚱한 곳으로 나와버린 듯한 남자('무제'),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는 두 명의 남자('우리')도 모두 카텔란 자신이다. 세발자전거를 타고 전시장을 누비는 '찰리', 벽을 바라보고 책상 앞에 앉은 소년('찰리는 서핑을 안 하잖나')도 어린 시절 자신의 모습이다. 실물 크기의 60% 정도로 크기를 줄인 인물들이 기이한 느낌을 자아낸다.
섬뜩해 보이는 작품도 눈에 띈다. '찰리는 서핑을 안 하잖나'가 그중 하나다. 언뜻 보면 열심히 공부하는 듯한 소년의 뒷모습인데, 가까이 보면 그의 두 손등은 연필로 찍혀 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렇게 표현한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관람객은 각자 유추해야 한다. 이 밖에 운석에 맞아 쓰러진 교황을 표현한 '아홉 번째 시간', 공손히 무릎 꿇은 히틀러 얼굴의 작품 '그' 등은 이미 세계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킨 작품들이다.
죽음은 어디에나 있다
‘죽음’이라는 주제에 대한 각별한 관심도 엿보인다. 비둘기와 말 등 전시장에 놓인 많은 박제 동물은 그 자체로 끊임없이 죽음을 환기시킨다.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사람 곁에 같이 누워 있는 강아지를 표현한 조각 '숨'도 있다. 여러 사람이 함께 목숨을 잃은 비극을 연상케 하는 대리석 조각 '모두'도 있다. 김 부관장은 "그의 작업엔 암울하고 시니컬하고 슬픈 면도 있다"며 "다소 무례하고, 뻔뻔하고, 불편하지만 그런 삶의 모습을 과감하게 드러내 마주하게 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말하지 않는다"
M2 공간의 재발견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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