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 PD "예전에는 경쟁, 지금은 '1박2일'에 전우애 느껴"
[오수미 기자]
▲ 지난 1월 26일 서울 상암동 SBS 사옥에서 <런닝맨> 최형인 PD가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SBS |
"어떻게 하면 점점 더 궁금해질까. 어떻게 점점 더 몰입하게 만들 수 있을까. 편집하는 PD들은 모두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이걸 처음 보는 사람은 어떤 생각일까. 어떻게 하면 출연자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까."
SBS 대표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이 어느덧 13년째를 맞았다. 지난해 8월부터 새롭게 연출을 맡은 최형인 PD를 지난 26일 서울 상암동 SBS 사옥에서 만났다. PD가 되고 첫 인터뷰라며 쑥스러워하던 그는 "<런닝맨>이라는 프로그램은 SBS의 모든 PD들이 한 번쯤 맡고 싶어 하는 프로그램"이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최 PD는 2015년 SBS에 입사한 9년 차 PD로 <런닝맨> 연출을 맡은 첫 여성 PD이기도 하다. 2020년부터 약 2년여간의 조연출 생활 끝에 메인 PD가 된 최형인 PD는 "생각보다 빨리 기회를 얻게 돼서 설레는 마음 반, 걱정 반이었다. 이전에 최보필 선배가 워낙 잘해줬으니까 그에 대한 부담감도 컸지만 저한테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고민 없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의연하게 말했다. 이어 최 PD는 메인 PD가 되고 나니 조연출 시절과 달라진 것도 많다고 고백했다.
▲ SBS <런닝맨> 스틸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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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월요일 촬영하고 일요일에 방송되는 <런닝맨>의 일주일 스케줄은 매우 바쁘게 돌아간다. 지난해 연말 < SBS 연예대상 >에서 올해의 프로그램상을 수상한 최형인 PD는 당시 수상소감을 밝히며 "<런닝맨>은 그동안 쉬지 않고 12년간 달려왔다. 이제 4개월째인 저는 앞으로 12년은 못할 것 같다"고 장난스러운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보내는 일주일을 들어보니 충분히 그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요일 촬영이 끝나면 화요일부터는 일요일 방송분 시사와 그다음 주 월요일 촬영 회의를 함께 시작한다. 저와 작가들은 화수목 회의하고, PD들은 계속 편집하고 있고 금요일부터는 마지막 편집과 시사를 다시 하고 자막 쓰고. 일주일이 풀로 채워진 스케줄이다. 방송 날만 조금 마음 편히 쉴 수 있는데 마음이 편하지 않다. 방송이 나가는 날이니까(웃음). 내일 다시 촬영하는 날이기도 하고. 일주일이 너무 빠르다."
매주 동고동락 하는 스태프들도 이젠 가족 같은 사이가 됐다. <런닝맨>은 PD 7명, 작가 11명, 외주 연출팀 8명, 카메라 감독과 조명, 오디오, 의상 등 많은 숫자의 스태프들이 모두 힘을 합쳐 제작한다.
매주 월요일 촬영장에 모이는 인원만 해도 100명에서 150명이 될 정도라고. 최 PD는 "카메라 감독님들, 오디오팀 등 워낙 오래 함께한 팀들이라 출연자들과도 모두 친하다. 12년을 함께한 사이니까. 처음으로 메인 PD를 맡게 된 저를 많이 도와주셔서 늘 힘이 되는 존재"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강찬희 촬영감독이나 류권열 VJ 등 오랜 기간 함께한 스태프들 중에는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한 얼굴들이 적지 않다. 특히 최근 뉴진스의 '하이프 보이(Hype boy)' 커버 댄스로 유명해진 윤종서 조연출 PD는 유튜브 조회수 370만 회를 넘기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최형인 PD는 "<연예대상> 끝나고 회식을 할 때, 분위기가 무르익어서 노래도 틀고 춤을 췄다. 윤종서 PD가 뉴진스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연예대상> 날에 뉴진스가 왔는데 열심히 보고 있길래 춤을 출 수도 있겠다 싶어서 장난으로 '종서도 잘 추는데?' 이렇게 (놀렸더니) 정말 나가서 추더라. 그걸 (김)종국 오빠가 보고, 다음에 언젠가 방송에서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더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이어 최 PD는 윤종서 PD가 유튜브 댓글을 모두 확인하며 갑자기 쏟아진 세간의 관심을 즐기고 있다는 후문도 덧붙였다. 최근 <런닝맨> '순박 그룹 상속 전쟁'편에서 윤종서 PD는 변호사 역할로 특별출연하기도 했다. 최 PD는 "다른 춤도 연습 중이다. 뉴진스의 신곡 'OMG'도 연습한다. 언제든 카메라 앞에 나갈 수 있게. 얼마 전 방송에 나왔을 때도 많은 분들이 반가워해 주시더라. 앞으로도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 SBS <런닝맨> 스틸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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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이 12년간 열심히 달리는 동안 프로그램의 포맷도 조금씩 변화해 왔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이름표 뜯기'와 '달리기'는 멤버들의 건강상 이유 등으로 사라진 지 오래고, 대신 다양한 콘셉트의 게임이 자리하고 있다.
최형인 PD는 매주 아이디어 회의를 하는 것은 물론 어렵지만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준다고 말했다. 그는 "유재석, 지석진씨가 특히 적극적이고 1월이라 그런지 모든 멤버들이 다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준다.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방송을 보니 이렇더라' 등 많이 얘기해 주는 편이다"라며 "인터넷, SNS에서 재밌는 게임을 보면 보내기도 한다. 하하씨도 많이 보낸다. '이거 우리 스타일이지 않냐', TV를 보다가도 '이거 응용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연락해 준다"고 설명했다. 또 어떤 게임, 콘셉트를 가져가더라도 멤버들이 부정적이거나 거부하는 경우도 잘 없다고.
"멤버들이 정말 고마운 게 싫다고 하는 경우가 없다. '이거 어때요?' 했을 때, '어떤 그림이 나올 것 같아?'라고 물어보시고 '네가 그렇다면 하자'라고 해주신다. <런닝맨>은 촬영 시간도 길지 않다. 비효율적으로 길게 찍으면 멤버들도 불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정해진 시간 동안 '여기서 3~4시간 구르고 재미있게 놀고 들어가자'는 식이라 다들 싫다고 하지 않는다. 너무 감사하지.
게임 아이디어는 작가님들이 대부분 준비해서 회의 때 발전을 시키는 편인데,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 나오기는 이제 어렵다. 다른 버라이어티 예능들도 비슷하게 가는 과정인 것 같다. 그래도 어떤 포인트에서 다르게 만드느냐가 중요한 것 아니겠나. 그 포인트를 위해 회의를 다같이 한다."
<런닝맨>은 오는 3월부터 국내 및 해외여행 형식의 특집을 기획하고 있다. 지난 1월 방송됐던 '런닝맨이 떴다' 편의 힘이 컸다. 과거 SBS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패밀리가 떴다>를 떠올리게 만든 이날 방송은 시청률 5.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최형인 PD는 "그때처럼 멤버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먹는 형식까지는 아니겠지만, 멤버들이 원하는 여행을 해볼 생각이다. 서울 근교가 아니라 먼 지역도 상관없고 해외도 갈 것이다. 3월부터 장기 프로젝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 지난 1월 26일 서울 상암동 SBS 사옥에서 <런닝맨> 최형인 PD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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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프로그램이니 만큼, <런닝맨>은 때론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지난 11월 '가을을 찾습니다' 편이 방송된 이후 일부 멤버들에게 비난이 쏟아진 일이 있었다. 멤버들 중 가장 연장자인 지석진을 과도하게 놀리는 모습이 무례해 보인다는 이유였다.
최형인 PD는 당시를 회상하며 "지석진씨는 오히려 시청자 분들이 자신을 이렇게까지 생각해 주시는 줄 몰랐다며 기분 좋게 받아들이셨다.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네'라고 하시더라"며 "저희 입장에선 무조건 제작진이 잘못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편집으로 더 조절했어야 하는데 안일했던 것 같다. 멤버들에게도 사과하며 앞으로 더 조심하겠다고 했다. 멤버들도 앞으로는 선을 잘 맞춰가보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최형인 PD는 "(방송에서는) 멤버들이 놀리는 것만 보일 수 있지만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는) 멤버들이 조잘조잘 지석진씨 옆에 가서 떠들고 있다. 워낙 말씀을 잘하시고 웃기게 얘기를 받아주신다. 같이 얘기하고 싶은 형이자 오빠라서 더 멤버들이 편하게 장난치는 것 같다"고 멤버들을 두둔했다. 이어 가까이에서 함께 일하면서 느낀 지석진에 대해서는 "나 역시 닮고 싶은 어른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저렇게 후배들과 재밌게 지낼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하하 오빠도 롤모델이라고 그러더라. 석진 오빠처럼 살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평소 아이디어 회의를 하거나, 방송을 편집하고 자막을 수정할 때도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단어 하나하나까지 많이 신경 쓰려한다. 멤버들이 편하게 촬영을 하려면 제작진이 더 조심해야 한다. 현장에선 농담으로 재미있게 웃고 넘어갔던 어떤 장면도 방송으로 보면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으면 빼기도 한다. 물론 재미있는 장면이니까 아쉽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시청자분들이) 불쾌함을 느끼거나 논란이 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나. 회의를 할 때도 '이건 너무 가학적이지 않을까' 싶은 건 빼고 그러기도 한다. 예능 프로그램의 숙명이지. 당연히 거쳐가야 할 수순이고. 이제 지상파 예능을 봐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시대지 않나. 보시는 분들에게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SBS <런닝맨> 스틸 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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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런닝맨>은 지난 1월 1일부터 오후 4시 50분에서 6시 20분으로 방송시간을 변경했다. 2017년 방송 시간을 옮긴 이후 6년 만에 다시 6시 '예능계 골든 타임'으로 돌아온 것.
최형인 PD는 "앞 시간대에 2049 타깃 시청률 1위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6시 타임으로 옮겼을 때도 그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며 "솔직히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재석을 비롯한 멤버들은 정작 시간대 변경을 반겼단다.
최 PD는 "방송시간을 바꾼 이후로 (멤버들이) 더 적극적이고 분위기도 좋아졌다. 멤버들은 6시 시간대가 <런닝맨>의 원래 방송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더 열심히 해서 결과를 만들어보자고 의욕을 보이고 있다. 유재석씨가 늘 하는 말인데 '쫓기는 놈은 불안해도 쫓는 놈은 안 불안하다'이다. 쫓아가면 된다고 다같이 으쌰으쌰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형인 PD는 이제 < 1박2일 > <놀면 뭐하니> 등 타 방송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제작진들에게도 전우애를 느낀다며 응원을 전했다.
"그전에는 경쟁이라고 생각했거든. 지금은 오히려 동료애가 더 크다. < 1박2일 >도 경쟁 프로그램이지만 매주 힘드시겠다는 마음이 든다. 일종의 전우애가 아닐까. 그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다. 특히 멤버들이 일요일 6시로 방송시간을 옮기면서 좋아했던 건 (1박2일과) 서로 경쟁이 되면 더 시너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이길 거야'라는 마음이라기 보단 경쟁해서 더 재미있는, 더 좋은 버라이어티 만들어보자는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최 PD는 요즘 제작진의 최대 고민으로 자연스러운 웃음을 꼽았다. <런닝맨>의 상징과도 같은 게임과 최근 팬들이 좋아하는 멤버들의 소소한 대화 사이에서 적정 선을 찾아가는 중이라고. <런닝맨>이 12년 동안 변함없이 사랑받아온 비결 역시 제작진의 이러한 끊임없는 고민 덕분이 아닐까.
"요즘 많은 분들이 미션, 게임에서 나오는 웃음보다 실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웃음을 더 좋아하는 건가 싶다. 이에 대한 고민이 크다. 그동안 저희는 미션 하나, 둘, 셋 이런 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왔다면 지금은 출근 시간에 모여서 멤버들이 하는 대화들, 소소하게 이야기하는 데서 나오는 웃음을 더 많이 (방송에) 내려고 한다. 그걸 좋아해 주시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대놓고 '웃기세요' 보다는 '편하게 놀아보세요' 했을 때의 웃음을 더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그렇다면 미션, 게임을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가져가야 할까. 요즘 핫한 콘텐츠들을 보면 게임 위주가 아니지 않나. 이를 <런닝맨>에 어떻게 녹여낼까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고 미션을 하지 않는다면 그건 <런닝맨>이 아니기도 하니까, 그 간극을 좁혀 나가는 게 저희의 최대 과제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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