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전쟁사]'미국에 뜬 中 풍선기구'…일본은 80년전 폭탄풍선 날렸다
1차 세계대전 이후 훈련·정찰용에 주로 사용
2010년대 중동 내전 이후 주력무기로 급부상
편집자주 - [뉴스in전쟁사]는 시시각각 전해지는 전세계의 전쟁·분쟁 소식을 다각적인 시각으로 알려드리기 위해 만들어진 콘텐츠입니다. '뉴스(News)'를 통해 현재 상황을 먼저 알아보고, '역사(History)'를 통해 뉴스에 숨겨진 의미를 분석하며, 다가올 가까운 미래의 '시사점(Implication)'을 함께 제공해드리겠습니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개전 초기만 해도 사흘이면 끝날 것이라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진지도 1년 가까이 지났습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월동준비에 들어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군의 전선이 고착화되면서 최전선은 조용해졌지만, 오히려 후방 지역에 대한 공습은 더욱 심해지고 있죠.
이 공습을 주도하는 무기가 '드론(Drone)'입니다. 전쟁 장기화로 미사일까지 고갈된 러시아는 이제 이란에서 수입한 드론에 소형폭탄을 달아놓은 일명 '자폭드론'을 우크라이나 도심지로 대거 날리고 있죠. 이로인한 민간인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드론은 무인기(UAV)와 혼용돼 사용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약간 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데요. 무인기는 글자 그대로 '사람이 조종하지 않고 있는 항공기(Unmanned aerial vehicle)' 전체를 의미하는 포괄적 개념입니다. 드론도 무인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죠. 드론 뿐만 아니라 자율조종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전투기나 헬기도 모두 무인기에 속합니다.
이 무인기 중 드론은 원래 1930년대 공군 비행사들의 훈련용 표적으로 만든 무선조종 비행기를 통칭하는 용어였습니다. 원래 단어 뜻은 '수펄'인데요. 영국에서 1935년 개발한 '퀸비(Queen Bee)'라는 훈련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미군에서 이런 무선 조종기들을 통틀어 드론이라고 부르면서 명칭이 굳어지게 됐죠.
이제 드론은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메인기사에 늘 등장하는 화제의 무기가 됐습니다. 21세기의 복합 전쟁을 뜻하는 일명 '하이브리드(Hybrid) 전쟁'을 주도하는 첨단무기처럼 인식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드론의 사전적 의미를 '지상 공격용 무인기' 전체로 확장한다면, 실제 드론의 역사는 이보다 훨씬 더 길어진다고 합니다. 바로 19세기 중반에 쓰였던 '풍선폭탄(Ballon Bomb)'이 세계 최초의 전쟁용 드론이라는 것이죠. 물론 그 당시부터 극히 최근까지 드론은 지금과 같이 전장을 뒤흔드는 지위의 무기는 아니었습니다.
170년 이상 전쟁의 조역만 맡다가 갑자기 주역이 된 셈입니다. 온갖 첨단무기가 난무하는 21세기에 상대적으로 구조도 간단하고 저렴한 이 드론은 어떻게 전장의 주요 무기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일까요?
뉴스(News) : 美, 러에 드론 수출하는 이란기업 제재먼저 드론의 현재 위상을 알 수 있는 뉴스부터 살펴보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된 드론을 생산한 이란 기관 7곳에 대해 수출제한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달 26일 키이우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역을 이란제 드론으로 공습했습니다. 해당 공습으로 우크라이나에선 11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죠.
정작 러시아에 드론을 수출하는 이란 또한 드론에 피격을 당했습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이란 국방부는 수도 테헤란 남쪽의 이스파한주의 군사장비 생산시설이 자폭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죠. 배후는 이스라엘 군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에 반격할 드론을 만들고 있는데요.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해 드론과 무인항공기(UAV) 구입에 5억 4500만달러(약 6700억원)를 지출할 것"이라고 썼습니다. 막대한 재정난에도 전장의 필수품이 된 드론 구매에는 돈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죠.
역사(History) : 1849년 베네치아 공방전에 쓰인 '풍선폭탄'에서 유래이렇게 전세계 분쟁지역의 뉴스 1면을 장식 중인 드론이 처음 실전에 쓰인 것은 1849년이었다고 합니다. 지금부터 무려 174년 전인데요.
구글이나 검색사이트에서 '드론의 역사(History of Drone)'란 단어를 입력하면, 1849년 7월 오스트리아군이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를 공격할 때 사용했다는 기록상 세계 최초의 드론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마을 위에 풍선들이 잔뜩 떠있는 그림이 있는데, 여기 나온 풍선이 바로 최초의 드론인 '풍선폭탄(Balloon Bomb)' 입니다.
이 풍선폭탄에 대한 기록은 네덜란드의 국제사법 연구기관인 어셔 인스티튜트(TMC Asser institute)에서 2016년 출간한 '드론 사용의 미래(The Future of Drone Use)'라는 책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 당시 쓰인 풍선폭탄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자세히 나와있죠.
1848년 당시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던 베네치아에서 독립운동이 일어나자, 오스트리아군이 이를 진압하기 위해 출격했는데 이 진압부대를 이끌던 프란츠 폰 우하티우스(Franz von Uchatius)란 장군이 이 풍선폭탄을 고안했다고 전해집니다.
지금이나 그때나 물의 도시인 베네치아는 도시 전체가 수로로 거미줄처럼 얽힌데다 지중해로 연결된 항구가 있어 포위공격이나 포격이 매우 어려웠다고 하는데요. 이에 우하티우스 장군은 베네치아 수비대의 사기를 꺾기 위해 군함에 풍선폭탄을 가득싣고 해상으로 나간 뒤, 도심지로 풍선에 매단 폭탄을 날려 떨어뜨리는 세계 최초의 공습 작전을 감행합니다.
당시 풍선에 매달 수 있는 폭탄은 11~14kg 정도였다고 하고, 이 폭탄들은 시한폭탄이라 약 30분 뒤에 폭발하도록 설계됐다고 합니다. 지상에서 수많은 시험을 거쳐 해안 인근에서 띄운 풍선이 베니스 시내까지 도달하는데 20~30분 정도 소요되는 것을 감안해 고안한 것인데요. 이런 풍선폭탄을 무려 200개나 날려보냈다고 하죠.
하지만 이 우하티우스 장군의 풍선 드론은 전황을 크게 뒤집진 못했다고 합니다. 작전 도중 바람 방향이 바뀌면서 도시 내로 들어간 폭탄은 1개 뿐이었고, 큰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고 하죠. 그래도 병력 손실 없이 적에게 반격받을 우려도 없다는 장점이 부각됐죠.
이 풍선폭탄 드론 아이디어는 이후 1944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다시 활용하게 됩니다. 일본 군부는 1944년 11월부터 1945년 4월까지 풍선에 매단 폭탄 9300개를 캘리포니아로 띄웠는데, 이중 실제 미국까지 당도한 것은 300개 정도였고 사상자도 6명에 그쳤죠.
이러한 공격용 무기로서의 자폭드론이 아닌 일반 무인기로서의 드론은 공군 훈련용으로 많이 사용됐습니다. 영국 임페리얼 전쟁박물관(IWM)에 따르면 최초의 비행기 형태의 드론은 1917년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당시 오늘날 무선조종(RC) 비행기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보통 신병들의 사격훈련이나 정찰, 적군의 사격을 유도하기 위한 작전용 미끼 역할을 하다보니 전장에서 주목받던 무기는 아니었죠. 특히 공습용 무기로서의 지위는 1944년 나치 독일이 V-2 로켓을 개발한 이후 미사일로 넘어가게 되면서 드론은 전장의 중심에서 멀어졌습니다.
시사점(Implication) : 21세기 '하이브리드 전쟁' 정점에 선 드론이처럼 주요 전쟁에서 조역으로 등장했던 드론이 주력 공격 무기로 새롭게 조명받게 된 것은 2010년대부터였는데요. 미국의 미사일방어시스템(MD)과 러시아의 S-300, S-400 등 첨단 방공시스템이 등장하면서 드론의 가치가 재확인됐습니다. 기존 폭격기를 동원한 지상공격이나 공대지 순항미사일이 전부 이 방공시스템에 의해 차단되면서 그 틈을 노릴 수 있는 더 작고 날렵한 드론이 각광을 받게 된 것이죠.
특히 드론은 2010년 12월 튀니지를 시작으로 전 중동에 퍼졌던 이른바 '아랍의 봄' 이후 시리아, 이라크, 예멘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중동 내전에서 맹활약했습니다. 드론의 공습 능력이 전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2019년 9월 예멘 후티 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세계 최대 유전시설인 아브카이크 정유공장을 드론으로 타격한 이후인데요.
당시 예멘 후티 반군은 사거리 700km의 드론 수십대로 아브카이크 정유시설을 타격했고 사우디군의 방공망은 이 드론들을 제대로 격퇴하지 못하면서 전세계에 드론 쇼크를 안겨줬습니다.
연간 국방예산만 500억 달러 (약 61조원)가 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무기를 수입한다는 사우디는 미국으로부터 구매한 패트리어트 방공시설까지 갖추고 있었지만 후티 반군이 쏜 이란제 드론을 막지 못했던 것이죠. 1발에 100만 달러가 넘는 패트리어트 방공 미사일로 고작 2만달러 남짓인 이란제 드론을 전혀 막지 못한 것입니다.
러시아도 2014년부터 이어지는 시리아 내전에서 이 드론을 활용한 공습작전을 적극 활용하게 됐다고 알려져있죠. 미국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 러시아군을 총괄 중인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참모총장은 2015년 이후 러시아의 지역사령관 및 여단 이상을 이끄는 주요 장교들을 시리아에 순환 파견했고 특히 자폭용 드론과 UAV의 지상 공습 운용을 군에 학습하는데 노력해왔다고 합니다. 이것이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드론 공습으로 이어졌다는 것이죠.
결국 앞으로의 미래 전장에서도 드론은 뛰어난 가성비를 바탕으로 각광받게 될 전망입니다. 시대의 변화가 가져온 틈새시장이 제품의 위상을 순식간에 뒤바꿔 놓는 것은 상품시장이나 전쟁터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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