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간 만에 철회된 '비동의 간음죄'…여진은 계속

윤슬기 2023. 2. 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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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검토했다가 9시간 만에 철회한 것을 두고 여진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26일 여가부는 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하면서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법무부와 여권의 반대로 철회했다.

반면 여가부의 비동의 간음죄 검토가 반나절 만에 철회되자 야권과 여성단체에서는 비판이 나왔다.

여성계도 비동의 간음죄 도입이 사실상 무산된 데 대해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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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협박 대신 동의 여부 따지는 비동의간음죄
도입 검토됐다 철회…야권·여성계 비판 확산
논란 커지자 여가부 "추진 절차 설명한 것"

[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여성가족부가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검토했다가 9시간 만에 철회한 것을 두고 여진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26일 여가부는 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하면서 비동의 간음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법무부와 여권의 반대로 철회했다.

비동의 간음죄는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라면 강간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도입 논의에 탄력이 붙은 건 2018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사건이 불거지면서다. 현행법상 강간죄는 폭행·협박을 동원해 상대를 강제로 간음한 경우에 성립되는데 성폭력 피해자 보호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동의 여부를 강간 구성요건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양성 평등정책 기본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하지만 동의 여부를 확인하거나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 나왔다. 법무부는 "여가부의 비동의 간음죄 신설 논의와 관련해 '성범죄의 근본 체계에 관한 문제이므로 사회 각층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반대 취지의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상대방이 무고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1월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합의한 관계였음에도 이후 상대방의 의사에 따라 무고당할 가능성도 있다"며 "피해자의 주관적 의사만을 범죄 성립의 구성요건으로 할 경우 이를 입증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현실에서는 성관계가 암묵적인 동의 하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비동의 간음죄가 도입되면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비동의 간음죄에 대해 "남자를 잠재적 성폭력자로 대못을 박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의원은 1월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성관계 시 동의를 묻고서 동의가 되고 나면 성관계를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실제 생활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남녀 간의 내밀한, 가장 내밀한 관계에 대한 국가의 관여는 가장 최소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사진제공=연합뉴스

반면 여가부의 비동의 간음죄 검토가 반나절 만에 철회되자 야권과 여성단체에서는 비판이 나왔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가 강간이 아니면 무엇이냐"며 "여성 인권을 후퇴시키는 만행"이라고 지적했다.

여성계도 비동의 간음죄 도입이 사실상 무산된 데 대해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등 200여개 여성인권단체 연합체로 구성된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는 성명서를 내고 "비동의 강간죄는 성폭력을 해소하기 위한 세계적 추세"라며 "비동의 강간죄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인 권인숙 민주당 의원도 1월 28일 페이스북에 "비동의 간음죄 신설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성폭력 의제에서 가장 핵심 과제"라며 "이미 서구 사회의 보편적 기준이며, UN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대한민국 정부에 개정을 권고한 사안으로 영국, 독일, 스웨덴, 아일랜드, 캐나다, 스페인에서도 비동의 간음죄를 도입해 국제사회 인권 수준에 맞추고자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논란이 지속되자 여가부는 '비동의 간음죄 신설 검토'가 담기게 된 배경에 대해 밝혔다. 조민경 여가부 대변인은 1월 30일 비동의 간음죄 도입에 관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여러 차례 각 부처 의견수렴을 했으며 법무부는 한 차례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도입을 염두에 둔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는 "'검토' 그 자체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며 "상세한 추진계획에 대해서 시행계획에 포함될 예정이라고 했는데 일반적 기본계획 과제에 대한 추진 절차를 설명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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