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 절반 “내년 안에 등록금 올린다…교직원 처우부터 개선”

이후연 2023. 2. 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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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대교협 2023년 정기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대학총장 10명 중 5명은 ‘내년 안에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85%는 앞으로 10년 내 20개가 넘는 대학이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했다.

5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이 4년제 대학 총장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대학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라는 총장이 절반 이상(53.5%)을 차지했다. ‘내년쯤 인상 계획이 있다’는 응답자가 39.5%로 가장 많았고, ‘올해 안에 인상한다’는 응답자도 9.7%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대학 등록금은 정부의 규제에 묶여 14년째 동결된 상태다. 이에 재정난을 호소하던 대학 중 일부는 결국 올해 등록금 인상 카드를 꺼냈다. 부산 사립대인 동아대는 올해 학부 등록금 3.95%, 대학원 등록금 3.86%를 인상하기로 했다. 진주교대·춘천교대 등 전국 교대에서도 4%가량 등록금을 올렸다.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동아대 등록금 인상은 박수 칠 만한 일”이라며 “규제를 풀어 등록금을 자율화해야 한다”고 했다. 단, 교육부는 아직 등록금 자율화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등록금 인상에 대해 ‘정부 계획을 따르겠다’(34.2%), ‘인상 계획이 없다’(12.3%)는 응답도 많았다.

이번 설문조사는 온라인·오프라인을 통해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온라인 설문조사는 지난달 17~25일 대교협 회원 학교 193개를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124개교가 응답했다. 오프라인 설문조사는 지난달 31일 대교협 총장 세미나에 참석한 133개교 중 116개교가 답변했다. 온·오프라인 설문 항목이 다르고, 항목별 무응답자는 제외하고 집계했다.


“재원 마련되면 우수 교원 확보·교직원 처우 개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대학 총장들은 등록금 인상으로 재원이 마련되면 가장 먼저 ‘우수 교원 확보 및 교직원 처우 개선을 위해 사용하겠다’(45.6%)고 밝혔다. 등록금이 동결·인하되는 동안 교직원 임금도 동결·인하돼 왔기 때문이다. ‘노후 시설 및 교보재를 정리하겠다’(36.8%)는 총장들도 많았다. 이해우 동아대 총장은 지난 대교협 총회에서 “총학생회와 등록금 인상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등록금을 올리더라도 화장실 좀 고쳐달라’는 말이 나왔다”며 “실험장비나 기자재가 낡았지만, 최신형으로 들여올 엄두를 못 냈다”고 했다.

‘향후 10년 내 문 닫을 것으로 예상되는 4년제 일반대학은 몇 개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응답자 111명 중 95명(85.6%)이 ‘21개 이상’이라고 답했다. ‘31~40개’가 30명(27.0%)으로 가장 많았고, ‘60개 이상’이라고 답변한 총장도 17명(15.3%)이나 됐다. ‘문 닫을 대학이 없다’고 답한 총장은 한 명도 없었다.


총장 최고 관심사 ‘재정지원’…신입생 충원·재학생 유지 염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학령인구 감소·수도권 집중화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학 총장들의 최고 관심사는 ‘재정 지원’이었다. ‘현시점에서 총장들의 관심 영역’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복수응답 가능)의 72.6%가 ‘정부·지자체의 재정 지원 사업’을 꼽았다. 근소한 차이로 ‘신입생 모집 및 충원’(70.2%)이 뒤를 이었다. ‘재학생 등록 유지’(45.2%)를 염려하는 총장들도 많았다.

비수도권의 한 사립대 총장은 “신입생을 못 채우는 것은 물론이고, 있던 재학생도 빠져나가는 지방대가 속출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10년은커녕, 지방대 대다수가 5년 안에 망한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자체의 대학 지원, 명확한 가이드라인 필수”


지난달 31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23년 정기총회에 참석한 대학교 총장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대학 총장들은 대학의 재정지원 권한을 2025년부터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넘기는 교육부 추진 사업(RISE)에 대해 투명성·공정성 보장, 지자체의 전문성 결여, 배분 방식의 불균형 등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교협이 서술형 답변을 8개 주요 범주로 분류한 결과, 라이즈 사업에서 가장 고려돼야 할 부분으로 ‘재정지원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통한 투명성·공정성 보장’이 꼽혔다. ‘지자체의 전문성 결여에 대한 우려’도 많았다. 비수도권의 한 대학 기획처장은 “그동안 대학 관련 사업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 않았던 지자체가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대학 예산을 나눠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대학의 자율권과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문·이과 통합수능 “아직 효과 논할 때 아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한편, 문·이과 통합수능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는 ‘문·이과 완전 통합’(30.7%)을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수능 선택과목 난이도 조절’(20.7%)이 뒤를 이었다. 단, 해당 질문에 대해 가장 많은 응답자(38.7%)가 꼽은 대답은 ‘아직 통합수능의 효과를 논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대입 개편에 대해선 ‘자격고사화’ 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42.6%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현행 유지’(27.8%)가 꼽혔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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