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에 먹는 오곡밥은 어디에 좋을까 [한의사와 함께 떠나는 옛그림 여행]

윤소정 2023. 2. 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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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종에 좋은 팥, 변비와 설사에 좋은 보리

한의사로 일하면서 우리 조상들이 남긴 다양한 옛그림과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들여다봅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해 온 문화와 생활, 건강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기자말>

[윤소정 기자]

올 2023년 정월 대보름은 2월 5일이다. 음력 1월 15일은 부럼 깨물기, 더위팔기, 오곡밥 먹기, 귀밝이술 마시기, 달집 태우기, 다리밟기, 고싸움, 쥐불놀이 등 다양한 전통 풍속이 있는 명절이다.
 
▲ 오로회첩_벽오사소집도 유숙, 1861년, 종이에 담채, 14.9x21.3cm, 서울대학교박물관 소장
ⓒ 공유마당(CC BY)
 
<오로회첩>에 실려있는 '벽오사소집도'이다. 벽오사는 조희룡(1789∼1866)이 조직한 문학 동인이다. 그리고 오로회첩은 유최진(1791~1869)이 벽오사 다섯 동인의 서문이나 시를 모아 만든 것이다. 이들은 중인 계층으로, 함께 모여 시·서·화를 즐겼다. 

도화서 화원 유숙(1827~1873)이 그린 이 작품은 1861년 다섯 동인이 유최진의 벽오당에 모인 모습을 담았다. 벽오당은 유최진의 집으로, 우물가에 늙은 벽오동 나무가 있어 붙인 이름이다. 

이들은 신유년(1861) 대보름날 유최진의 집으로 모여 차를 마셨다. 이날 조희룡이 지은 시에 따르면, 비가 내리는 대보름날이었다고 한다. 그림에는 총 일곱 사람이 등장하는데, 조희룡과 유최진, 김익용, 이팔원, 이기복 5명과 유최진의 아들 유학영, 그리고 차를 끓이는 시동이 있다.

오로회첩은 이로부터 8년 후, 병이 깊어진 유최진이 이날을 회상하면서 만든 것이다. 8년 전 대보름과는 달리 1869년 대보름 날에는 보름달이 환하건만 함께 감상할 사람이 없어, 유최진은 등불을 걸고 홀로 누워있었다.

이때는 이미 조희룡과 이기복이 세상을 떠난 후였고, 김익용은 몹시 늙어 기력이 없는 데다 가는귀까지 먹었고, 이팔원은 우환이 얽혀 있으며, 유최진 자신은 빈궁한 홀아비로 살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 졍월망일에 답교하는 모양 광복 이후, 종이에 담채, 16.9x13cm
ⓒ 국립민속박물관
 
프랑스 국립 기메 동양박물관에 소장된 기산 김준근이 그린 풍속화의 모사 복원품이다. 정월 망일은 대보름날로 답교(다리밟기) 하는 모습을 그렸다. 포에 갓을 쓴 두 명의 선비와 댕기머리의 한 아이가 다리 위를 걷고 있다. 
다리밟기는 정월대보름 밤에 다리를 밟는 대표적인 민속 세시놀이다. 시설물인 다리를 밟는 것은 하체인 다리로 밟는 것으로, 이 행위를 하면 다리가 튼튼해지고 병이 낫는다고 믿었다.
 
▲ 다리밟기 이억영, 광복 이후, 45x70cm
ⓒ 국립민속박물관
 

유득공(1748~1807)이 지은 세시풍속지 <경도잡지>에는 "달이 뜬 뒤 서울 사람이 모두 종가(지금의 종로)로 나와 종소리를 듣고 헤어져 여러 다리를 밟는다. 대광통교·소광통교·수표교에 가장 많이 모인다. 이날 저녁은 관례적으로 통행금지를 완화한다. 따라서 사람들이 떼를 이루어 피리를 불고 북을 치며 떠들썩하다"라고 적혀 있다.

김매순(1776~1840)이 한양의 연중행사를 기록한 <열양세시기>에서는 "이날 열두 다리를 건너면 일 년 열두 달 동안의 액을 막는다고 하여 재상 귀인으로부터 미천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다리밟기를 했다"라고 하였다. 

정월대보름에는 오곡밥

오곡밥은 다섯 가지 곡식으로 지은 밥이다. 찰곡식만으로 지으려면 찹쌀·찰수수·차조·붉은팥·검정콩의 다섯 가지 곡식을 사용한다. 멥쌀에 보리·콩·수수·팥·조 또는 기장을 섞기도 한다. 하지만 오곡은 곡식의 총칭이라고 할 수 있고, 실제로 오곡밥에 들어가는 곡물은 지역마다, 가정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오곡밥은 다양한 곡식을 고루 먹을 수 있어 영양면에서 이상적이다. 쌀에 부족한 단백질과 비타민은 팥에서, 지방질은 조에서 각각 보충할 수 있다.

이 중 붉은 팥(적소두)은 약재로 널리 사용한다. 적소두의 맛은 달고 약간 시다. 습(濕)을 제거하고 혈액 순환을 촉진하며 부기를 가라앉히고 소변이 잘 나오게 한다. 고름을 배출시키고 해독하는 효능도 있다. 설사, 당뇨병, 황달, 간경변에 의한 복수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비타민 B1 · B2를 함유하여 각기를 예방, 치료하는 데도 좋다.

보리(대맥)는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변비에 도움이 되며, 이뇨 효과가 있다. 혈당조절, 성인병(생활습관병) 예방 등 건강식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대맥의 효능에 대해 동의보감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허한 것을 보하고 오장을 튼튼하게 하며, 오래 먹으면 건강해지고 몸이 윤택해진다. 소화기관을 조화시키며 설사를 멎게 한다'.

보리의 여문 씨를 싹을 틔워 말린 맥아는 지금까지도 한의원에서 자주 사용하는 약재이다. 맥아는 소화를 촉진하고 식욕을 돋운다. 특히 밀가루 등 탄수화물로 인한 식체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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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윤소정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nurilton7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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