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불구속’은 특혜?… “정치적 판단” vs “방어권 보장”

구자창 2023. 2. 4.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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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입시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법정 구속을 면한 것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조 전 장관 지지층은 “증거인멸의 염려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재판부 판단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향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등 감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면 비판층에서는 ‘다른 사건은 실형이면 구속하지 않느냐’ ‘평범한 피고인들은 누리기 어려운 혜택’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1부(재판장 마성영)는 이날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 “여러 사정을 고려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주요 증거에 대한 조사가 완료돼 더 이상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고, 조 전 장관이 고위 공직자를 지낸 신분에 비춰 도주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수감 중인 점을 불구속 이유 중 하나로 언급했다. 이를 두고 배우자가 같은 범죄로 재판을 받는 경우 부부 모두 구속시키는 건 가급적 피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적용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앞서 정 전 교수는 딸 입시비리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 확정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다. 이날 정 전 교수는 조 전 장관과 함께 아들 입시비리의 공범으로 징역 1년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조 전 장관의 불구속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여론은 엇갈렸다.

일각에서는 “일반인들에게는 찾아보기 어려운 판결”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확정판결 전까지 함부로 법정구속해선 안 된다는 취지엔 동의하지만, 조 전 장관 같은 고위공직자나 권력층이 주로 혜택을 누리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든다는 지적이었다.

일부 누리꾼은 “서민은 칼같이 법정구속 시키면서 고관대작은 특혜를 받는다”고 비꼬았다. “재판부가 죄책이 무겁다고 해놓고 법정구속하지 않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법부가 온정주의적으로 판단한 것 같다” “정치적 사건이라 부담돼서 그런 것 아닌가”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반면 조 전 장관 지지층에서는 ‘증거인멸 염려나 도주 우려가 낮다’는 불구속 이유를 수긍하는 반응이 나왔다. 항소심에서 조 전 장관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재판부 판단으로 보인다는 취지였다. 일부 누리꾼은 “나중에 유죄 받으면 그때 구속되는 거라 더 무섭긴 하다”고 반응하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이 법정구속됐다면 역풍이 불었을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집행유예가 딱 적당한 사안 아닌가”라며 “어느 편도 아닌 중도층이 보기에도 배우자인 정경심 전 교수에 이어 남편까지 구속하면 너무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고 짚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집회를 주도해온 촛불전환시민행동 공동상임대표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이 재판은 본질적으로 정치재판이다. 수사와 기소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정치적 사건”이라며 “민심은 이미 크게 분노하고 있고, 오늘 재판 결과는 거대한 역풍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유죄나 무죄에 대한 논리가 중요하지 않다. 애초부터 수사할 이유가 없던 일들을 별건으로 꺼내고 구실을 잡아 범죄로 만든 판에 무슨 논리 다툼이 의미가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과거 사법부는 하급심에서 실형을 선고할 경우 법정구속을 원칙으로 해왔다. 다만 대법원이 지난 2021년 1월 1일 법정 구속 기준을 다룬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를 만들어진 지 24년 만에 개정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기존 조항은 ‘피고인에 대하여 실형을 선고할 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에서 피고인을 구속한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이란 문구는 개정 조항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변경됐다. 이번 조 전 장관의 불구속 판단은 이 조항에 따라 이뤄진 것이다.

당시 전국 법관을 상대로 한 의견 수렴 과정에서 답변자 450여명 중 80% 이상이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주된 반응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예규로 실형 선고 시 구속이 원칙이라고 규정한 것은 재판권 침해”라는 것이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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