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자물쇠’인 흙을 보호하라
⑧ ‘식품 온실가스’ 연구, 아툴 제인 교수 인터뷰
토양은 탄소 가둬놓은 저장고…건드릴수록 온난화 커져
채식 늘리고 농업 바꾸는 것…‘모든 길은 흙으로 통한다’
“토양 교란은 토지 개간에 항상 따라붙는 현상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농경지를 만들기 위해 숲을 없애면, 땅은 작물 재배 용도로 바뀌어요. (땅을 건드리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됩니다. 마찬가지로 건조한 환경에서 흙이 분해되면(사막화), 온실가스가 배출되고요.”
아툴 제인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교수(대기과학)는 3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왜 흙을 강조할까?
우리는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탄소가 대기에만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흙이야말로 지상 최대의 탄소 저장고다. 흙이 잡아두고 있는 탄소량은 대기 탄소량의 2~3배나 된다. 흙에 있는 탄소가 대기로 풀려나면 어떻게 될까? 지구는 더 큰 온난화에 직면한다. 야생의 흙은 탄소를 가두는 자물쇠다. 땅을 건드리면 탄소가 배출된다.
아툴 제인 교수는 기후물리학적 과정과 생물의 상호작용, 농업 활동과 연관 관계를 모델링을 통해 연구하는 과학자다. 그와 동료들 함께 ‘식물성식품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동물성식품의 두 배다’라는 제목으로 2021년 학술지 <네이처 푸드>에 이 연구의 1차 결과를 실었다.
연구 결과는 200개국 이상의 171개 작물과 16개 동물성식품 자료를 토대로 토지 용도 변화 등을 고려해 산출했다. 과거 연구에서 곧잘 무시됐던 자연의 탄소 흡수 능력을 비롯해 경운(밭갈이), 작물 재배, 관개, 비료 투입, 곡물 수확, 농작 폐기물 등의 요소도 반영했다. 식품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조사로는 가장 방대하면서도 최신의 분석이다.
논문은 식물성식품과 동물성식품의 배출량을 비교했다. 생산 과정에서 수반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죄다 합하는 전주기 분석을 이용했다. 이를테면, 숲을 벌목해 농경지로 만들며 나오는 이산화탄소, 소가 되새김질 하며 내뿜는 메탄가스, 비료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아산화질소, 곡물과 육류를 싣고 다니는 교통수단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등을 모두 포함하는 식이다.
결과는 식물성식품을 만드는 데 연간 49억630만톤, 동물성식품을 만드는 데 연간 99억2300만톤의 온실가스가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성식품보다 동물성식품을 만드는 데 온실가스가 두 배 가량 더 드는 것이다.
식품별 배출량에서 차이는 더 벌어졌다. 제인 교수는 “2차 논문 출판을 위해 식품별 배출량 통계를 내고 있다”며 분석을 마친 몇 가지만 알려줬다.
“식품 1kg당 탄소배출량을 탄소배출 강도(탄소발자국)이라고 합니다. 옥수수와 밀은 각각 1㎏당 2.0㎏과 2.6㎏의 온실가스(이산화탄소환산량)가 나와요. 반면 돼지고기와 소고기는 각각 10.5㎏과 69.0㎏의 온실가스가 나오죠.”
하지만 우리가 밀과 소고기를 섭취하는 빈도는 다르고, 같은 양을 섭취할 때 얻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등 영양소도 다르다. 이 결과가 육식을 전면적으로 채식으로 대체하자는 주장으로 도약하는 근거가 되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동물성식품이 식물성식품보다 온실가스가 훨씬 많이 배출된다는 상식은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어떻게 식단을 개선해야 할지는 △식품별 영양소 분석 △식단의 개선 방향 △지구환경 영향을 고려한 정교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아툴 “재생농법 통해 온실가스 줄이자”
제인 교수도 “이 논문은 그런(채식을 권장하는) 정책적 질문을 다루는 논문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대신 그는 개인적 의견을 전제로 네 가지 대안을 제안했다.
우리가 계산한 바로는 토양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23억7700만톤입니다. 식품 부문 연간 배출량(17억318만톤)의 14%에 이르죠. 경운을 줄이거나 아예 경운하지 않은 것이 토양의 교란을 최소화하는 방법입니다. 그러면 토양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경운을 줄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오래된 숲이나 초지를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농사 짓고 가축 풀어놓는 땅으로 만들려면, 나무와 풀을 뽑고 흙이 파헤칠 수밖에 없다. 아마존강과 보르네오섬 등 열대우림 개발이 온난화의 화약고로 지목되는 이유다.
또 하나, 반세기 전부터 자리 잡은 관행농법을 바꾸는 것이다. 관행농법은 매년 씨를 뿌리기 전에 밭갈이하고 질소비료와 제초제를 쓴다. 미국에서는 밭갈이하지 않고 여러 작물을 섞거나 돌려 짓는 ‘재생농법’이 확산하고 있다. 땅심(토질)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둔다. (이에 대한 내용이 더 궁금하다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대지에 입맞춤을’을 보라!) 이번 시리즈 7회에 소개한 전북 정읍 다움목장의 손영수 대표도 소 방목과 일부 재생농법을 결합했다.
둘째, 식물 잔가지 같은 농업 폐기물을 토양으로 돌려보내는 것도 토양의 탄소 저장력을 높이는 겁니다. 토양의 영양분 손실을 막아줍니다.
이 또한 잔가지를 놔두고 잡초를 뽑지 않는 재생농법의 방식이다. 국내에서 재생농업은 미개척 분야다. 하지만 철학은 유기농과 맞닿아 있다. (‘잡초 공적비’를 세운 이해극 한국유기농연합회 대표의 이야기도 읽어보시라!) 유기농은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는 농법이고, 재생농업은 이를 포함해 지구환경의 회복과 재생에 초점을 둔다.
셋째, 비료의 효율성을 향상해야 합니다. 가장 최소한의 사용 지점을 찾아내는 거죠. 비료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술적 혁신도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가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줄여야 해요. 소가 되새김질할 때 나오는 메탄 비중이 상당합니다. 아직 개발 중이지만 메탄 발생을 줄여주는 가축 사료의 잠재력이 큽니다.
이상은 우리가 식품 생산 과정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는 소비자의 행동 변화도 촉구했다.
축산물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 우리가 식물성 식품의 섭취 비중을 늘리면, 방목지 수요는 줄어들 겁니다. 토지 개간 면적도 줄어서 탄소배출량도 줄어들겠죠.
하나의 해결책이 지구온난화 문제를 전부 다 해결하지는 못한다. 농사짓는 방법을 바꾸는 것, 육식을 줄이는 것, 메탄 저감 기술을 개발하는 것 등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야 한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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