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싸움 봉변서 수천명 환호로…尹, 박정희 생가 3번째 찾은 이유
한정된 시간 속 대통령의 행보는 그 자체로 메시지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은 어떤 전직 대통령보다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2021년 6월 정치참여 선언을 한 뒤부터 윤 대통령은 경북 구미시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생가를 세 번이나 찾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방문에선 방명록에 “위대한 지도자가 이끈 위대한 미래, 국민과 함께 잊지 않고 이어가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보수의 텃밭이라 불리는 TK(대구·경북) 지역 답게 윤 대통령이 생가를 찾자 수천 명의 지지자가 환영 인사를 보냈다. 하지만 2년 전만 해도 분위기는 달랐다.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9월 처음으로 박 전 대통령의 생가를 찾았던 윤 대통령은 보수 단체의 시위에 겨우 조문만 한 채 현장을 도망치듯 떠나야 했다. 거친 몸싸움 속 비까지 내려 입고 있던 양복은 흠뻑 젖었다. 당시 항의에 나선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 수사했던 ‘검사 윤석열’을 문제 삼으며 “사과도 없이 어딜 오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실은 수출과 경제 성장, 과학 인재 양성을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사점을 찾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회의 중 박 전 대통령을 경제 혁명에 성공한 지도자라고 높이 평가한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생가를 찾은 지난 1일 박 전 대통령이 세운 금오공대도 찾아 ‘제1차 인재양성전략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도 윤 대통령은 “국가 미래에 대한 탁월한 통찰력을 가지신 분”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사전 회의에서 금오공대와 금오공고의 설립 연도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어 참모진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금오공대 총장을 지낸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과학기술 입국을 내세운다는 점에서 두 전·현직 대통령에겐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윤 대통령의 박 전 대통령 생가 방문의 이유 중 하나로 과거 국정농단 수사 이력을 들기도 한다. 여론조사업체인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했던 윤 대통령은 다른 보수 정부 대통령보다 TK 지지율이 단단하지 않다”며 “이번 생가 방문도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위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최근 TK 지역 내 늘어난 부정 여론에 민감히 반응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미디어트리뷴 의뢰, 1월 25일~27일간 성인 1504명 조사)에선 윤 대통령의 TK 내 국정 수행 부정평가가 54.3%로 과반을 넘겼다. 긍정평가는 41.7%였다.
한 대통령실 참모는 “이른바 나경원 사태의 여파로 TK 지지율이 조금 빠진 듯하다”며 “지지층이 단단해야 확장도 할 수 있다. TK 지역은 틈이 날 때마다 찾자는 것이 내부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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