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않고 돌아온 이준석계, 골치 아파진 윤핵관들
[박현광 기자]
▲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해 9월 2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당헌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국회사진취재단 |
'이준석계'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밀어내고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하겠다는 것.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3일 국회에서 당 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주류, 친윤, 윤핵관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박살내고 있다"며 "대통령에게 충성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공당의 주인을 참칭하는 사람들이 결국 가장 큰 해를 끼치고 있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최고위원에 도전장을 내민 허은아 의원은 "줄 세우기와 정치적 폭력에 숨이 막히고 당내 민주적 다양성은 그 힘의 논리에 밟혀 자취를 감췄다"며 "누구라도 나서서, 권력이 아닌 다수 당원의 목소리를 이야기해야만 한다. 소위 '한 줌'으로 치부되는 사람들의 용기를 함께 일으켜 세우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직접 출마하진 않지만, 이준석 전 대표에게도 이번 3.8 전당대회는 본인의 정치생명을 건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전 대표는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한 대통령실과 '윤핵관'의 공세로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본인의 정치적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야 22대 총선 등에서 새로운 역할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현재 이른바 '이준석 표'가 15만 표 내외로 추산하고 있다. 이중 천하람 위원장 등 '이준석계' 후보들이 얼마나 선전하는지에 따라 실질적인 당내 친이준석 세력의 힘을 확인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당이 차기 총선 준비에 들어가기 전, 이 전 대표의 정치적 기사회생 여부도 결정될 전망이다.
▲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남소연 |
'윤핵관'은 이준석계의 등장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박성중 의원은 지난 2일 "당원권이 정지돼 선거권이 없는 이 전 대표가 후원회장을 하거나 특정인을 위해 선거운동을 하는 건 당헌·당규를 위반한 불법 선거 개입"이라며 "더 이상 당을 혼란케 하지 말라"고 규탄했다.
윤핵관은 그동안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무기 삼아 '비윤'을 제거하는 방식을 채택해왔다. 유승민 전 의원을 의식해 당원투표 100%로 전당대회 방식을 개정했고, 나경원 전 의원을 "반윤 우두머리"로 몰아 주저앉혔다. 최근엔 안철수 의원에 "윤심이 없다"면서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 남소연 |
윤핵관에게 이준석 전 대표가 껄끄러운 이유가 또 있다. 이준석계의 등장은 투표율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나경원·유승민 불출마로 지지후보를 상실해 투표 의사가 없던 책임당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안철수·김기현 양강구도가 결선투표까지 이어진다고 가정했을 때, 높은 투표율은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3일 <오마이뉴스>에 "이준석 등장은 투표하지 않으려던 사람들을 투표장에 끌고 오는 효과를 불러 올 것"이라며 "비교적 약한 후보인 천하람 (전남 순천당협) 위원장이 탈락한다고 봤을 때, 결선에서 높은 투표율은 김기현보다는 조직력이 약하고 일반 여론조사에서 강세를 보이는 안철수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지난 1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에서 당대표 대구 출정식을 가졌다. |
ⓒ 조정훈 |
반면, '이준석의 등장'이 김기현 의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천하람 위원장이 안철수 의원의 '윤핵관 반발 심리'와 '2030 표'를 나눠 가질 공산이 크고, 외려 당내 '반이준석' 표를 결집시킬 빌미를 줄 것이란 관측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준석계가 잠자고 있던 표를 가져오는 동시에 아무래도 김기현 표보다는 안철수 표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고, 또 윤핵관에게 오히려 이준석을 공격해 당내 '윤심' 표를 결집시키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이준석의 등장은 안철수보단 김기현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관측했다.
한편,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5일 각 후보들에 대한 자격 심사를 치를 예정이다. 이후 2월 8~9일 책임당원 6000명(무작위)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해 예비경선을 치러, 오는 10일 본경선 진출자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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