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동휘 “배우가 도무지 이해 안 되는 인물을 만났을 때? 도전해야죠”

김혜선 2023. 2. 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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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성진 작가

이별을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연락처의 애칭을 풀네임으로 바꾸면, 카톡 친구를 삭제하면, SNS 팔로우를 끊으면 될까.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마음 한구석이 찔리고, 꿈같은 재회가 없어 씁쓸한 영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도 모른다’는 보통의 남녀가 겪는 이별의 과정을 생생하게 그렸다.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도 모른다'는 오랫동안 만나온 연인이 지난한 과정을 통해 헤어지게 되는 이야기다.

영화 ‘극한직업’, 디즈니+ ‘카지노’ 등 굵직한 작품에서 웃음을 주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낸 배우 이동휘가 이번 영화에선 공무원 준비생 ‘준호’ 역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준호는 몇 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대학생 때부터 연인인 아영(정은채)의 집에 얹혀 사는 인물이다. 

이동휘에게 준호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인물”이어서 작품 선택부터가 도전이었다.

“전 어릴 적 부모님 잔소리 같은 말들을 고스란히 제가 남들에게 하는 유형의 사람이라서, 준호라는 캐릭터가 잘 이해가 안 갔어요. 전 뭔가를 계속하고 있는 사람이었거든요. 일이 없을 때도 영화사를 하나하나 돌아다니면서 프로필을 돌리고, 주변에 내가 놓친 영화가 없는지 계속 살피곤 했어요. 일주일에 6일을 그렇게 해서, 사실 ‘준호’같은 사람을 못 견디는 사람이죠.”

사진=안성진 작가

그러면서도 이동휘는 준호라는 인물에 호기심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나와 똑같은 사람을 영화로 만든다는 것에 대해 의구심이 들던 참이었다”며 “나에서 출발하는 연기도 좋지만, 배우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인물을 연기할 때 도전의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준호를 이해하기 위해 주변 인물부터 찾아보기 시작했고, 친구들과 함께 ‘너는 왜 그 친구를 만났니?’ ‘걔는 왜 너를 만나줬니?’라며 답 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때로는 웃긴, 때로는 한심한, 때로는 배려심 깊은 준호가 탄생했다.

자신과 정반대인 준호지만 이동휘는 자신에게서 준호를 찾아내기도 했다. 준호처럼 과거 불량 학생들을 훈계했던 기억을 끄집어냈다. 이동휘는 “언젠가 어머니께서 시장에서 돌아오셨는데 공원에서 공 차던 학생들이 어머니 머리를 세게 맞춘 적이 있었다”며 “정말 화가 나서 달려가서 ‘강렬한 단어’로 표현했다. 그러고선 그 친구들하고 같이 담배를 태우고 헤어졌다”고 회상했다.

사진=안성진 작가

촬영 과정은 형슬우 감독과 이동휘, 정은채, 강길우, 정다은 등 배우들이 치열하게 빈 칸을 채워가는 일이었다. 이동휘는 “형슬우 감독님은 신인 감독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배우를 ‘잘 뽑아먹는’ 능력이 출중한 분”이라며 “현장에서 배우들이 노는 것들을 잘 담아내시고, 또 많은 자유를 주셨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이동휘는 이 영화에서 그렇게 찾아낸 보편적 감성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많은 커플들이 가장 크게 고민하는 지점이 경제적인 문제와 현실의 벽”이라며 “영화 속의 모든 장면에 공감이 가진 않더라도, 어느 지점에서 ‘저건 내 이야기’라고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 이 시나리오를 택했던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매운맛, 신맛, 자극적인 맛이 있는 영화들 가운데 화려하진 않아도 슴슴한 영화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게 이동휘의 철학이다.

“전 작품을 골라서 만드는 배우가 아니에요. 제게 맞는 시기에 들어오는 작품을 자연스럽게 맡고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이런 ‘사람 사는 이야기’에 끌렸어요. 상업적인 공간에서 제 몫을 다할 때도 있지만, 우리들 사는 이야기를 다루는 데 더 관심이 많거든요.”

올해 배우 인생 딱 10년 차가 된다는 이동휘는 자신의 인생을 ‘기적 그 자체’로 정의했다. 이동휘는 “대학생 때는 제 얼굴을 보면서 ‘이 얼굴로 배우를 하겠다고?’라고 할 정도로 자신감이 없었다”며 “정말 운좋게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는 작품에 출연했다. 그 자체가 축복받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카지노’ 같은 작품은 혼자 속앓이하면서 ‘이런 역 한번 해 봐야 하는데’ 할 때는 오지 않다가 자연스럽게 시간이 흐르다보니 출연하게 됐다”며 “내가 과정 속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0년동안 했던 것처럼, 앞으로 10년, 20년도 꾸준히 제 자리에서 노력하다가 언젠가 ‘저 배우는 성실한 배우구나’라는 평가를 받게 되면 정말 기쁠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동휘가 바라는 배우의 상은 ‘인간’으로 보이는 배우다. 멋진 분장이나 이미지보다, 그 인물 자체로 보여지는 배우에게 존경심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래서일까, 이동휘는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도 모른다’에서는 분장을 거의 하지 않고 민낯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적당히 대사를 하고, 적당한 톤으로 연기할 수 있지만 저는 배우라면 제가 받은 것 이상의 것을 표현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멋진 모습보단 인물로 보여지고 싶고, 언젠가는 저도 꼭 그런 배우가 되겠습니다.”

김혜선 기자 hyese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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