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쑥스럽지만, 일이 정말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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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천근만근, 정신은 고단함 가득한 순간에 "이 일 정말 재미있지 않아요?"라는 말을 듣고 "맞아요"라며 행복하게 맞받아친 순간이 세 번쯤 있다.
각자가 이 일을 너무 사랑하는 것을 눈치채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공감이 폭발하고 말았다.
같은 업종에 있는 선배가 수백명 관객 앞에서 "일이 재미있다"고 똑 부러지게 말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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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천근만근, 정신은 고단함 가득한 순간에 “이 일 정말 재미있지 않아요?”라는 말을 듣고 “맞아요”라며 행복하게 맞받아친 순간이 세 번쯤 있다. 처음은 막내 기자로 일할 때였다. 새로 막 개국한 방송국이라 밤낮없이 이리저리 쪼이던 때였다. 어느 날 갑자기 당시 바로 위 기수 선배가 물었다. “힘들긴 한데, 재미있지 않니?” 그 말을 나는 퍽 감동적이라고 생각했다. 각자가 이 일을 너무 사랑하는 것을 눈치채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공감이 폭발하고 말았다. 그 순간 무척 뭉클했던 것이 또렷하게 기억이 난다.
또 다른 한 번은 현 직장 우리 팀 동료와 이야기하던 중 나왔다. 여기서도 조직을 재편하고 우리만의 철학과 전략을 다져가는 작업을 해나가던 중이었고, 그러다 보니 모든 에너지를 쪽쪽 짜 가며 쓰고 있었다. 간신히 한숨 돌리고 홍차를 우려먹던 중 동료가 “근데, 일 너무 재미있지 않아요?”라고 한 것이었다. 서로가 일 중독자인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걸 발설하다니! 우리는 ‘약간 괴이하지만’이라는 표현을 곁들여가며 쑥스러워했다. 세 번째는 어떤 토크 콘서트에서였다. 같은 업종에 있는 선배가 수백명 관객 앞에서 “일이 재미있다”고 똑 부러지게 말한 것이었다. 나에게 직접 대고 한 말도 아니었고 나로선 당시가 일종의 번아웃 시기였는데도, 그 말이 예상치 못하게 위로가 되고 공감이 됐다. 단순히 ‘보람’이라는 말로는 채워지지 않는 행복감 같은 것이 공유되는 순간이었다.
일의 바깥에서 즐거움을 찾고 균형을 맞추는 것이 덕목인 세상에서 일 중독자는 엄한 상사나 고된 동료쯤으로 여겨질 법하다. 그래서 일이 좋다는 말은 철저히 비밀로 해야 하는 자기 고백이 될 수도 있다. 이토록 시대착오적 취향을 들켜가면서까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일이 너무 좋아서 에너지를 몰아 쓰는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 만나서 서로의 이 괴이한 취향과 희열의 순간들을 고백하고 공감해보자.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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