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승은 축구게임…13연속 무패행진 이끈 92년생 임시감독
지난달 30일 프랑스 프로축구 스타드 드 랭스가 0-1로 뒤진 후반 추가 시간 6분에 극적인 동점 골을 터뜨렸다. 그 순간 윌리엄 스틸(31) 임시 감독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방방 뛰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쳤다. 상대 팀은 리오넬 메시, 킬리안 음바페, 네이마르가 뛴 ‘최강’ 파리 생제르맹이었다.
1992년생 스틸 감독은 프로축구 팀을 이끌기 위해 필요한 지도자 라이선스(유럽축구연맹 공인 P급)를 아직 취득하지 못했다. 때문에 랭스 구단은 임시 감독을 위해 매 경기 2만5000유로(3300만원)의 벌금을 문다. 그럼에도 감독을 교체하지 않는 이유는 지난해 10월 스틸 감독 부임 이후 강등권을 헤매던 랭스가 각종 대회에서 13경기 연속 무패(7승6무) 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스틸 감독 본인도 현재 상황이 꿈만 같다. 그는 “예전에 누군가가 나에게 ‘서른 살에 리그1(프랑스 1부리그) 감독이 될 것’이라 말했다면 ‘차라리 내 얼굴에 주먹을 날리라’고 받아쳤을 것이다. 내가 네이마르와 음바페에 맞서는 상대팀을 지휘할 것이란 생각도 미친 짓”이라 말했다.
영국인 부모 사이에서 벨기에에서 태어난 스틸은 축구 시뮬레이션 게임 ‘풋볼 매니저(FM)’를 통해 전술과 구단 운영 노하우를 연마했다. 그는 “어릴 시절 밤 10시에 ‘한 게임만 더’라며 게임을 돌렸는데 다시 시계를 보니 새벽 4시였다. 내가 깨달은 사실은 (게임이) 너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FM은 확실히 내 경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다가 일찌감치 축구화를 벗은 그는 벨기에 신트 트라위던에 연락해 비디오분석관으로 취업했다. 이후 스탕다드 리에주, 랭스 코치를 거쳐 감독직에 올라 전술적 천재성을 발휘하고 있다. ‘게임 폐인이 성덕(성공한 덕후)이 됐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는 잉글랜드 웨스트햄 팬이며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 감독을 존경한다. 그의 목표 중 하나는 영국에서 감독을 맡는 거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숨진 남편 옆에 흉기 찔려 죽은 부인…충남 빌라서 무슨 일이 | 중앙일보
- 미성년 제자 성학대 교사 돌연 출소…스페인도 이 법에 발칵 | 중앙일보
- 심은하 측 '허위 복귀설'에 분노…"사과 필요없다, 끝까지 간다" | 중앙일보
- 한국·일본은 왜 마스크 계속 쓸까? NYT가 분석한 이유는… | 중앙일보
- 사이비 교주로 10대 성매매…영화상 7개 휩쓴 작품 배우였다 | 중앙일보
- "2년간 일 없었다"…샘 오취리가 겪었다는 '캔슬 컬처' 뭐길래 | 중앙일보
- [단독] '경기 배달앱'도 노린 김성태..."탈락하자 이화영에 화냈다" | 중앙일보
- 김기현vs안철수 지지율에 당원비율 반영하면…이렇게 달라진다 | 중앙일보
- 갱단 소탕 나선 엘살바도르…'여의도 절반 크기' 거대 감옥 생겼다 | 중앙일보
- 뉴욕서 발견된 '분홍색 비둘기'…알고보니 희귀종 아니였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