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은둔형외톨이 지원 20년, 문제 장기화 원인은…”

조효석 2023. 2. 2.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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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차 한·일청년포럼서 은둔형외톨이 사례 교류
“한국 상황 우려 커, 한국형 해법 필요”

“히키코모리(은둔형외톨이)는 다양한 어려움이 표출되는 형태 중 하나입니다. 밖으로 그들을 억지로 꺼내는 게 아니라 그 어려움을 하나하나 해결해야 합니다.”

일본 은둔형외톨이 분야 단체인 소다테아게넷의 구도 케이(사진) 이사장이 한국에 건넨 충고는 의미심장했다. 일본 사회가 은둔형외톨이 문제를 해결 못 한 잘못을 한국 사회가 답습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려운 상태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생각할지, 예산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반성하고 바꿔나가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은둔형외톨이 문제를 다뤄온 국내 비영리단체 씨즈는 서울시, 청년허브, 일본 시민단체 K2인터내셔널과 공동주관으로 2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미래청에서 제 11회 한·일청년포럼을 열었다. 자리에는 은둔형외톨이 분야를 다루고 있는 일본 시민단체 4곳, 국내 활동가와 기관 관계자, 일반 시민까지 100명 가까이가 참석해 현안을 나눴다.

“손쉬운 집중, 문제 본질서 멀어져”

일본 사회에서 은둔형외톨이 문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사회에 제기됐다. 중앙정부를 비롯해 지역사회 곳곳에서 팔을 걷어붙였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최근에는 50대 이상 고령층의 은둔 문제로까지 번졌다. 한국 사회 역시 최근 은둔형외톨이가 2019년 기준 37만여명까지 추산되는 등 문제가 심각해질 조짐이 드러나고 있다.

구도 이사장은 ‘은둔형외톨이 지원 20년, 왜 장기화하고 있나’를 주제로 일본 측 참석자 중 첫 발제에 나섰다. 그는 그간 일본 사회가 은둔형외톨이가 된 이들이 상담할 창구를 지역마다 다수 만들고 접근성을 높였다는 건 성과로 꼽았다. 그러나 몇몇 내세우기 쉬운 지표만을 중심으로 문제 해결이 집중된 것은 문제로 꼽았다.

구도 이사장은 “(일본에서) 취업이나 진로 지원 지표가 평가하기 쉬우므로 많이 쓰였다. 물론 중요한 지표지만 해당 문제와 거리가 먼 사람은 정책 대상에서 멀어진다”고 말했다. “은둔형외톨이는 전 세대의 문제이자 사회의 문제다. 어떤 부서가 예산을 붙여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도 했다. 은둔형외톨이 자체가 수많은 다른 문제로 인해 나타나는 만큼 단순히 몇 가지 지표로 평가하고 접근해선 해결할 수 없다는 반성이다.

“민간과 공공 함께 해야”

그렇다 해서 문제의 초점을 지나치게 넓히는 것도 구도 이사장은 경계했다. 그는 “우리 단체의 경우 문제를 일부에 국한해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평가지표를 애매하게 뒀던 것은 문제로 생각한다”면서 “목표를 너무 폭넓게 정하면 무엇을 위해 사업을 하는 것인지가 애매해진다”고 설명했다.

구도 이사장은 최근 일본 사회에서는 은둔형외톨이를 향한 문제의식 자체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사례 중에는 집밖으로 나오지 않으면서 온라인상으로 직업교육 훈련을 받고, 취업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례도 생겼다. 식생활은 (배달 서비스인) 우버이츠로 해결한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자체가 문제인지, 아니면 다른 게 문제인지를 사회가 스스로 물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했다.

그는 최근 일본 사회에서는 민간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형태로 은둔형외톨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한 두가지 과업에 초점을 맞추는 행정시스템의 한계상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걸 경험적으로 익혀서다. 그는 또한 “이른바 ‘신청주의’도 바꿔나가야 한다”면서 “어려운 이들이 직접 손을 들어야 지원해주는 구조는 바꿔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형 해법 찾아야”

구도 이사장 다음으로 발제에 나선 씨즈의 이은혜 이사장은 양국 은둔고립청년 생태계에는 차이가 있다면서 문제 해결책도 차별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주민들이 직접 상담에 나서는 등 지역복지 체제가 한국과 아주 다르다. 일본에서는 동네에서 사례가 드러나지만 우리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역성이 없으므로 지역 중심으로 인프라 체계를 만드는 게 답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 이사장은 “다른 국가의 활동가들과 세미나를 해보면 한국의 사례를 많이들 걱정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가 국제적으로도 우려를 사고 있을 정도로 은둔형외톨이 문제의 위험도가 높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사회는 양극화가 심하고 자살률도 높다. 능력주의도 심해 어느 나라보다 고립 양산할 수 있는 위험사례라는 걱정이 있다”면서 “다양한 대안적 경로를 한국화해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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