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종사자 "국가가 성 착취 방치" 손배소…법원 기각
국가가 성매매 예방에 실패해 성 착취를 당하다 화재 피해를 봤다는 성매매 종사자의 주장에 대해 법원이 "국가의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2일 서울동부지법 민사12단독 박성인 판사는 천호동 성매매업소 화재 사건으로 상해를 입은 성매매업소 여성 A씨와 사망한 성매매업소 여성 유족 4명이 국가 및 서울시 등을 상대로 총 2800만원을 배상하라고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천호동 성매매업소 화재 사건은 2018년 12월 22일 이른바 '천호동 텍사스촌'으로 불리는 성매매 집결지에서 불이 나 성매매업소 여성을 포함한 3명이 사망하고 업소 여성 A씨 등 3명이 다친 사건을 말한다.
A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성매매 등을 예방하고 근절할 책무를 위반해 피해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성 착취를 당하도록 하고 화재로 사망 또는 상해를 입게 한 잘못이 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또한, 서울시가 업소가 소재하는 곳이 성매매 집결지로 화재 위험성이 높은데도 시 소속 소방공무원들은 시설 점검 및 화재 발생 시 피해자 구조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해당 업소 업주 B씨 등이 "성매매를 강요하여 성 착취를 했다"며 정신적 손해에 관한 위자료를 청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국가나 서울시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박 판사는 "대한민국 소속 경찰관이 법령상 의무를 위반해 A씨 등이 성 착취를 당하게 했다거나, 화재로 피해를 입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대한민국은 성매매업소를 지속해서 단속하고 성매매 여성의 자활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판시했다.
서울시에 대해서도 "시 소속 소방공무원들은 화재 발생 2분 만에 화재현장에 출동해 진화 및 구조 조치했다"며 "소방공무원들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거나, 구조의무에 소홀하였다고 보기 부족하다"라고 덧붙였다.
B씨 등에 대해선 "의사에 반하여 성매매에 종사하도록 강요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하면서도 화재 예방 의무를 소홀히 한 과실을 인정해 원고들에게 총 21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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