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장연은 사회적 강자"... 박경석 "우리가 강자면, 기재부는?"
[조혜지, 이희훈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3일 서울시청에서 간담회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시작과 끝은 악수였다. 그러나 알맹이는 달랐다. 서울시가 서울시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연대(전장연)과의 단독 면담을 진행한 2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회의장으로 들어오는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에게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어진 대화에서의 발언은 곳곳에 날이 서 있었다.
"전장연이 굉장히 사회적 강자가 됐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 이 정도 사회적 강자는 없다."
"시민 출근길을 보장해야 하는 시장으로서는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단계다."
전장연이 별다른 처벌 없이 지하철 탑승 시위를 이어가고 있기에, 사회적 약자가 아닌 강자라는 주장이었다. 오 시장은 철도안전법을 언급하며 "굉장한 중형에 처해지는 범죄" "엄청난 중범죄" 등의 말을 꺼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다산 콜센터에 접수된 "서울시민은 약자"라는 표현을 소개했다. 전장연은 사회적 강자, 서울시민은 약자라는 두 프레임을 제시한 것이다.
"이분법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사회적 강자라고 여기신다면, 진짜 사회적 강자인 기획재정부에 문제 원인이 있다. 책임지지 못한 국가에 책임이 있다."
"(전장연을 향한 비판과) 같은 무게로, 기재부에도 서울시장으로서 요청해 달라."
박 공동대표는 22년간 이동권과 탈시설을 위해 시위를 이어왔음에도, 장애인 권리 예산을 위한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달라진 것 없는 장애인 이동권 현실을 먼저 바라봐 달라고 요청했다.
▲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3일 서울시청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박경석 공동대표는 "그렇게 흘러 온 22년 세월, 사법처리 당하고 구속당했다. 거기에 무슨 관용이 있나"라면서 "의도적으로 (시민과) 갈라치기 하고 혐오하는 분들도 많은데, 시장님이 (정부를 향해) 책임 있게 하라고 한 말씀만 해달라"고 말했다. "기재부에도 함께 요청해달라" "기재부의 책임이 더 무겁다"는 박 공동대표의 말에 오세훈 시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박 공동대표는 그러면서 한 초등학생이 보내 온 문자를 제시했다. 그는 "(한 초등학생이) 장애인 이동권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이동권 문제를 보고) 불합리하고 (이동권이) 비장애인 위주라고 느꼈다고 보내왔다"고 소개했다.
오 시장은 전장연이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다른 한편에서는, '또 다른 약자들'을 위한 비용 문제 때문에 "예산을 (전장연의 요구대로) 배정할 수 없다"고 했다. 전장연의 요구가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내용이라는 것은 인정한 것이다. 그는 "진심으로 도와드리고 싶고, 진심으로 예산 배정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저희들의 처지도 역지사지 해달라"고 말했다.
▲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3일 서울시청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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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공동대표는 다시 반론을 제기했다. 22년을 '외칠 만큼 외쳤음'에도 장애인 권리는 제자리걸음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2004년에 법으로 만들어놓고도 지금까지 국가 계획으로도 제대로 안 되는 것이 저상버스(예산)이다"라면서 "그 비용 문제 때문에 기본 시민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게 20년이라는 것도 이해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공동대표는 오 시장이 재임했던 2009년 당시, 서울시가 스스로 탈시설 정책을 추진했던 사실도 함께 언급했다. 그는 "(당시 오 시장의) 녹취록을 보면, 장애인 이동권도 필요하고, (탈시설을 위한) 주거확보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셨다"면서 "이런 부분은 서울시가 어느 시보다도 잘하는데, 왜 시장님은 이 문제를 이념적 논쟁으로 장애인 단체 간 갈등으로 풀어가나. 그렇게 풀지 말아 달라"고 했다.
▲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3일 서울시청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오 시장은 면담을 마무리하면서 "지하철 운행에 더 이상 지장 받지 않도록 배려하면, 그에 못지않게 전장연 주장에 귀 기울이고 균형 잡힌 장애인 정책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박 공동대표는 "지하철을 세우는 원인 자체를 봐달라"고 답했다.
한편, 약 50분간 진행된 이날 공개 면담은 김상한 복지정책실장의 발언을 제외하면 오 시장과 박 공동대표 간 대화가 40여 분을 차지했다. 박 대표는 면담 마무리께 다급히 오 시장에게 탈시설 문제를 다룬 책 <집으로 가는 길>과 오는 3월 23일까지 답변을 요청한 서울시 요구안을 부랴부랴 전했다. 오 시장은 이를 직접 받아 들었다.
박 공동대표는 이날 면담을 끝낸 뒤 기자들과 만나 "예산 문제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시장은 아무도 없고, 진심이 아니라고 말하는 정치인은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장애인 이동권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게 객관적 사실"이라면서 "면담 자리에서 토론 없이 일방 주장만 나와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오는 3일 오전 8시 진행하는 지하철 선전전에서 탑승 시위 재개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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