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전장연, 도돌이표 대화…지하철 시위 재개하나?
오세훈 서울시장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일 마주 앉아 50분간 대화를 나눴지만, 입장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전장연은 그간 주장해 왔던 지하철역사 내 장애인 사망사고에 대한 사과와 장애인 탈시설(장애인 거주시설을 벗어난 자립 지원) 보장 등을 요구했다. 반면 오 시장은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왜 지하철을 세우는 것인가”라며 시위 자제를 촉구했다.
━
오세훈 “전장연은 사회적 강자”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청에 마련된 면담장에서 “탈시설 등 전장연의 주장이 다 옳다고 해도 그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지하철을 세우는 것이 무슨 상관이 있는가”라며 “(전장연이) 얼마든지 시위해도 좋고, 요구하는 것도 좋지만, 지하철을 세우는 것(만)은 안 된다”고 말했다. “정시성(定時性)을 생명으로 하는 대중교통 속성상 그것을 이용하는 시민이 예측하지 못 하는 손해를 봐선 안 된다”고 했다.
오 시장은 전장연을 ‘사회적 강자’라고 표현했다. 그는 “전장연은 지하철 운행을 84번 지연시켰는데, 이는 철도안전법을 분명하게 위반하는 중범죄”라며 “경찰도 전장연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 이 정도의 사회적 강자는 없다”고 말했다.
전장연이 줄곧 주장해온 탈시설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이날 배석한 김상한 서울시 복지정책실장은 “전장연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개인에게 24시간 활동보조(인력) 등을 지원할 권리 보장 예산 2조9000억원을 요구하고 있다”며 “과연 24시간 보조인력을 붙여 장애인의 자립 생활을 돕는 게 정말 장애인을 위한 것인지, 그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체를 위한 것인지 여러 의구심이 있다”고 짚었다.
━
전장연 “서울시, 약속 안 지켜”
면담에 나선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지난해 지하철에서 장애인이 에스컬레이터를 타다가 떨어져 숨진 일이 있었는데도 관리 책임이 있는 서울시는 사과하지 않았다”며 “국가가 장애인의 죽음을 너무나 하찮게 여겨왔던 결과”라고 주장했다. 2001년 오이도역에서 리프트를 이용하다가 추락해 장애인이 숨졌는데 사과를 안 했다는 게 전장연 측 주장이다.
더욱이 박 대표는 오 시장과 서울시가 유엔(UN) ‘장애인권리협약’을 위반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오 시장은 (장애인) 시설을 ‘선택’이라 했지만, 협약은 시설 수용을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관행이라고 하고 있다”며 “시설 수용은 장애인 보호 조치 및 선택으로 고려해선 절대 안 된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김상한 복지정책실장은 “권리협약을 보는 시각이 조금 다를 수 있을 거 같다”며 “(발달장애인이) 혼자 사는 집도 시설화 요소를 분명히 갖고 있다면 자립적 주거 형태로 볼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체 맥락을 보면, 탈시설 여부가 꼭 주거 형태로 나누진 않는다는 의미다.
박 대표는 오 시장의 ‘전장연=강자’ 발언에 대해선 “이분법적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고 반박하면서 “진짜 사회적 강자는 기획재정부(기재부)”라고 했다. 박 대표는 면담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3일 오전 혜화역서 진행할 선전전에서 지하철 시위 재개 여부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숨진 남편 옆에 흉기 찔려 죽은 부인…충남 빌라서 무슨 일이 | 중앙일보
- 미성년 제자 성학대 교사 돌연 출소…스페인도 이 법에 발칵 | 중앙일보
- 심은하 측 '허위 복귀설'에 분노…"사과 필요없다, 끝까지 간다" | 중앙일보
- 한국·일본은 왜 마스크 계속 쓸까? NYT가 분석한 이유는… | 중앙일보
- 사이비 교주로 10대 성매매…영화상 7개 휩쓴 작품 배우였다 | 중앙일보
- "2년간 일 없었다"…샘 오취리가 겪었다는 '캔슬 컬처' 뭐길래 | 중앙일보
- [단독] '경기 배달앱'도 노린 김성태..."탈락하자 이화영에 화냈다" | 중앙일보
- 김기현vs안철수 지지율에 당원비율 반영하면…이렇게 달라진다 | 중앙일보
- 갱단 소탕 나선 엘살바도르…'여의도 절반 크기' 거대 감옥 생겼다 | 중앙일보
- 뉴욕서 발견된 '분홍색 비둘기'…알고보니 희귀종 아니였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