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처벌 면제 논란…“소송 부담에 기피" vs "입증책임 법부터"

이우림 2023. 2. 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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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 모습. 뉴스1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필수의료 지원대책’ 최종안에 의료사고 처벌 부담 완화를 위한 특례법 제정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의사단체는 필수의료 선택 기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환자 단체에선 처벌 면제 특권을 준다며 반대하고 있다.


전공의 기피 줄인다…의료사고 형사처벌 부담 완화 검토


복지부는 정상적인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의 경우 의료인에게 형법상 과실치사상죄 적용을 배제하고,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내용의 분쟁특례법을 검토할 전망이다. 단 의료인의 고의 또는 중과실에 의한 의료사고는 특례 적용 대상에 들지 않을 거로 보인다.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은 지난달 30일 사전 설명회에서 “전공의들이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고 안 오려는 이유가 안정적인 진료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지적 때문이라고 해 (특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며 “의료인들이 안전하고 적정한 환경에서 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기피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검토가 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시 의료진 구속수사


2017년 12월 19일 오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들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관련 신생아 중환자실을 압수수색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에선 지난 2017년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을 대표적인 예로 들고 있다. 앞서 2017년 이대목동병원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패혈증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오염된 주사기가 원인으로 지목되자 신생아 중환자실을 담당했던 주치의와 간호사 등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다른 전공의와 간호사 등도 불구속 송치됐는데 재판 결과 의료진 7명 모두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김지홍 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은 “사건 초기 사고 원인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는데 불필요하게 의료진들을 구속 수사하면서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했다”라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나 의료진의 방어적 진료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 이후 전공의들의 신생아 중환자실ㆍ응급실 기피 현상이 눈에 띄게 심해졌다”라며 “우리도 모든 의료사고를 면책해달라는 게 아니다. 잘못된 진료행위는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예기치 않은 결과가 나왔을 때 국가가 책임 소재 판단을 좀 더 신중하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13~2018년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연평균 750여명의 의사가 기소됐다. 일본보다 9.1배, 영국보다 31.5배 많은 수준이다. 특히 필수의료과의 경우 사망으로 인한 의료분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토론회에서 나온 '진료과목별 신청 건수 대비 사망 의료분쟁 건수' 비율을 보면 흉부외과 53.4%, 내과 44.3%, 응급의학과 37.3%, 가정의학과 26.5%, 외과 26.3% 순으로 나타났다.


환자단체 “의료소송, 지금도 기울어진 운동장”


환자단체에선 그러나 “의료소송은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인데 형사처벌 면제 특례법까지 추진하는 건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반대 하고 있다. 2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성명서에서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은 의학적 전문성과 정보 비대칭성으로 의료행위에 있어 의료과실과 의료사고와의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다. 의료분장에 있어 환자가 절대적 약자”라고 주장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회장은 오히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건을 두고 “한국에선 입증 책임이 환자에게 있다 보니 형사소송을 해도 대부분 무죄나 벌금 처벌이 된다. 이 결과가 추후 있는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패소하는 원인이 된다”라며 “특례법보다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인의 설명 의무법이나 입증책임 전환법 등의 의료사고 피해자·유족 중심의 입법적 조치부터 우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의료사고 피해자와 유족도 의료인이 신이 아닌 이상 의료과실은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때 의료인이 사고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고 사과ㆍ유감 등으로 애도의 표시를 한 후 재발방지대책과 적정한 피해보상을 신속하게 한다면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현장에선 이런 일이 드문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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