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학생인권조례 놔두고 '성소수자'만 뺀다…서울시의회 추진
서울시의회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대신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소수자 차별 금지 등 보수단체의 반발이 큰 일부 조항을 수정해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취지다.
성소수자 보호·사생활 자유 조항 빠져
해당 조례안에는 기존의 학생인권조례에서 논란이 된 성소수자 관련 내용이 빠졌다. 차별을 금지한다는 조항은 유지됐지만 보수단체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며 격렬히 반대해온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으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라는 표현이 사라졌다. 종교 과목 수강을 강요할 수 없도록 한 ‘양심과 종교의 자유’ 조항과 학생 소지품 검사를 금지한 ‘사생활의 자유’ 조항은 통째로 삭제됐다.
대신 교권 보호 차원에서 교육활동 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내용을 추가했다. 지난해 말 서울시의회 의석수 과반을 차지한 국민의힘은 서울시교육청이 제출한 ‘교육활동 보호 조례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의원 발의 조례안에 관련 내용을 반영한 것이다.
여당에서도 “폐지까지는 부담스럽다”
이미 학생인권조례는 제정 절차와 내용을 두고 수차례 법적 분쟁이 벌어졌지만 대법원까지 모두 서울시교육청 손을 들어주면서 합법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달 25일 학생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서한을 한국에 전달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A시의원은 “사회 분위기가 옛날과 많이 바뀐 만큼 조례를 아예 폐지할 필요까지 있겠느냐는 문제의식이 있다”며 “학생 인권을 보호하는 취지는 살리면서 문제가 되는 특정 조항들만 손질하고 일부 개정으로 가자는 의견들이 있다”고 말했다.
해당 조례는 이미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검토의견서도 받은 상황이다. 김영준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은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인천에서 만든 학교구성원 인권증진 조례와 비슷한 내용이 많다”며 “다만 서울 학생인권조례 뿐만 아니라 인천의 조례와 비교했을 때도 학생 인권 보장에 있어 후퇴한 내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인천의 학교구성원 인권증진 조례는 현재 시의회가 같은 이름으로 추진 중인 개정안과 달리 ‘양심과 종교의 자유’나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보호받을 권리’가 존재한다.
한편 국민의힘 측은 현재 논란이 되는 이른바 ‘성 윤리 조례안’에 대해선 상정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기독교 보수단체가 제안한 이 조례안은 “성관계는 혼인 관계 안에서만 이뤄져야 한다” 등의 조항과 함께 ‘성·생명윤리책임관’을 통해 성·생명윤리 위반 행위를 관리감독하고 징계 처리한다는 내용을 담아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B시의원은 “학생인권조례를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개정해야 할지 논의를 집중해야 할 시기에 전혀 생각지도 못한 성 윤리 조례 이슈가 터져서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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