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원끼리도 모른다…北간첩단 연결고리 추적 힘든 이유
방첩당국이 창원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에 이어 북한의 지령을 받은 시민단체·정치권 인사들과의 연결고리 추적에 나섰다. 그러나 북한의 ‘단선연계 복선포치(單線連繫 複線布置)’ 전술(상하 조직원만 일대일로 접촉하고 상위 조직원은 하위 조직원을 여러 명 두되 하위 조직원끼리 서로 알 수 없도록 차단하는 방식)에 따른 운영 때문에 전국 각지의 간첩단 사건들 사이 연결고리가 뚜렷하지 않다는 게 방첩당국의 고민거리다. 검찰과 방첨당국은 당분간 개별 관할청을 중심으로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2일 검찰과 방첩당국에 따르면 전주지검은 최근 전북민중행동 대표를 지낸 A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2013년부터 5~6년 동안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을 수차례 만나 지령을 받고 국내 현안 관련 보고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방첩당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제주의 ‘ㅎㄱㅎ’, 경남 창원의 자통, 민노총 전·현직 간부 등의 북한 공작원 접촉을 포함해 국보법 위반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자통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이, 민노총 전·현직 간부 관련 사건은 수원지검이, 제주의 ‘ㅎㄱㅎ’는 제주지검이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민노총과 ‘ㅎㄱㅎ’ 사건은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수사를 주도하고 있다.
북한 공작원과의 회합·통신과 더불어 북한 지령에 따른 남한 내 조직적인 활동도 수사의 대상이지만 방첩당국은 현재로선 개별 간첩단 의혹 사건들의 상호 연관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 ‘ㅎㄱㅎ’와 자통 핵심 인사들은 오랫동안 교류를 이어왔지만 뚜렷한 공통의 대공 용의점이 드러나지는 않은 상태다. ‘단선연계 복선포치’ 원칙 때문이기도 하지만 2006년 일심회 소탕, 2013년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전국단위 지하조직이 사라진 데다 북한의 경제난으로 인한 공작금 부족, 코로나19에 따른 접촉 차단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방첩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다만 방첩당국은 간첩단 의혹을 받는 이들의 시민단체 및 노동조합의 활동과 민족해방그룹(NL) 학생운동 이력을 중심으로 연결 고리를 찾고 있다. 국정원이 최근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인물과 최근 압수수색 대상이 된 민노총 간부의 최근 접촉 내용등을 적시하는 것도 이같은 네트워크 파악을 위한 시도다. 자통을 중심으로 제주·서울·전북 등으로 지하조직이 뻗어나갔는지 여부를 확인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북한 공작원과의 회합·통신 사실을 중심으로 수사 중”이라며 “상호 관계에 대해서는 추가로 확인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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