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압박, 프로젝트 중단, 불안해 하는 직원들. 코로나 이후의 게임업계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집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역대급 호황을 누린 게임업계가 다시 침체기로 돌아서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역대급 매출을 기록하면서 임금을 인상하고, 신사업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신사업이 아직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작 출시 지연,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매출이 하락하면서 심각한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아직 지난해 종합 실적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부분 2021년 대비 폭락한 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2021년 초에 개발자 몸값 폭등으로 인한 대규모 임금 인상 및 공격적인 영입으로 인건비 부담이 매우 커졌으며, 그에 반해 매출은 줄어들어 엄청난 영업손실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블록체인 시장 전망 악화, 전쟁, 금리 인상 등으로 주가가 작년 대비 폭락한 상태이지만, 지금도 바닥이 아닐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이렇다보니 게임업계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 얘기가 슬슬 나오는 추세다. 이미 해외 빅테크 기업들은 아마존 1만 8000명, 메타 1만 1000명, 트위터 약 3만 명, MS 약 1만 명 등 엄청난 인원을 해고했다. 전 세계 테크 기업 정리 해고 현황을 보여주는 플랫폼 레이오프.fyi에 따르면 지난 2022년에 전세계 1024개 기업에서 154336명을 정리 해고했으며, 올해는 현재까지 256개 기업에서 82769명을 정리 해고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대규모 정리 해고 소식이 발표되지 않고 있기는 하나, 넥슨에서 프로젝트 SF2로 알려졌던 ‘아르젠트 트와일라잇’의 개발 중단을 발표했고, 웹젠도 뮤 IP를 활용한 ‘프로젝트M’의 개발 중단 소식을 발표했다.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IP 글로벌 확대를 위해 설립했던 ‘마이쿠키런’ 사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으며, 관련 직원들의 당일 해고 소문이 돌아서, 당일 해고는 절대 아니며, 부서 재배치를 위한 개인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진땀을 흘리며 해명하는 일도 있었다.
이처럼 프로젝트 중단과 대규모 구조조정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 이유는 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신입 초임연봉을 개발 직군 5000만 원, 비개발직군 4500만 원으로 인상한 넥슨과 개발직군 2000만 원, 비개발직군 1500만 원 연봉 인상을 발표한 크래프톤 등 대부분의 게임사들이 직원 연봉을 크게 올렸으며, 2020년 4224명에서 2022년 4767명으로 늘어난 엔씨소프트, 2020년 1171명에서 2022년 1743명으로 늘어난 크래프톤, 2020년 768명에서 2022년 861명으로 늘어난 넷마블 등 직원 수도 대폭 증가했다.
흑자 상태에서 신사업을 위해 늘어난 인원이 아직까지 수익을 못 내면서 돈먹는 하마가 된 것이니, 늘어난 인원만 줄여도 다시 원상복구될 수 있다. 전체 직원의 반발을 살 수 있는 연봉 감축보다는 효용 가치가 떨어진 인원 정리가 훨씬 효율적이다.
막대한 금액이 투자된 프로젝트를 포기하는 것도 지금까지 들어간 비용보다 앞으로 더 투입되어야 할 금액에 대한 위험부담이 더 크기 때문이다. 요즘은 게임을 출시 버전까지 만드는 것이 끝이 아니라, 마케팅과 라이브 운영 비용 등 엄청난 추가 비용을 각오해야 한다. 회사 입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은 프로젝트는 당장 투입된 돈이 아깝더라도 포기하는 것이 더 큰 손해를 막는 방법이다.
비용대비 업무 효율을 올리기 위해 코로나19 기간 동안 확대됐던 재택근무를 폐지하고 정상 출근으로 돌리는 회사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재택근무로 인해 좋아진 점이 있다고는 하나, 직접 얼굴을 맞대고 실시간 대응하는 것만큼의 빠른 업무 처리가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재택근무로 업무 환경이 좋아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이 재택근무로 인해 개발 기간이 늘어나면서 신작 출시가 지연돼 막대한 손해를 봐야했다. 개발자 임금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에 출시 시기가 한달만 연기돼도 몇억이 금방 사라진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노조에 가입하는 직원들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IT 기업인 카카오는 사무실 전면 출근 제도 전환 발표 이후 노조 가입률이 급속도로 늘어나 임직원 가입률이 50%에 가까워졌으며, 게임업계 노조 1호인 넥슨도 가입자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일종의 복지 개념으로 받아들여졌던 재택근무가 축소된 것에 대한 실망감도 있지만, 갑작스런 해고에 대한 불안감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슈퍼피플2’를 개발한 원더피플은 허민 창업주가 종무식에서 다음달 월급도 주기 힘든 상황이라며 폐업을 언급해 직원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으며, ‘마이쿠키런’ 사업 중단을 발표한 데브시스터즈도 재배치를 위한 개별 면담을 진행한다고 하긴 했으나, 얼마나 많은 인원이 퇴사를 피해 재배치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많은 게임사들이 프로젝트 중단 이후 전환 배치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는 하나, 실제로는 재배치되는 경우가 드물어, ‘퇴사를 종용하기 위한 유배지’라는 표현까지 쓰는 이들도 많다.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분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경기 침체 및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게임 같은 취미 생활에 대한 지출이 대폭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기존 매출원의 수익이 감소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매출원이 되어야 할 신작들도 계속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
더구나 최근 확률형 아이템 표기 의무 입법이 문체부 전체회의를 통과하는 등 게임사의 주요 수익원인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제재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니, 매출을 늘리는 것보다는 비용 지출을 줄이는 것이 더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밖에 없다.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임금 동결 혹은 삭감은 많은 직원들의 반발을 살 수 있으나, 회사가 망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계속 되고 있기 때문에, 기존 매출원에서 수익을 더 확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인 만큼, 판호가 열리기 시작한 중국이나 서구권 콘솔 시장 진출 등 새로운 시장 진출을 성공시키거나,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신규 사업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허리띠 졸라매기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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