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은행·보험 두루 경험…‘준비된 행장
#2 하나은행은 1월 25일부터 영업점 창구에서 가입하는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일부 상품 금리를 0.2~0.3%포인트 낮췄다. 혼합금리모기지론, 혼합금리아파트론, 변동금리모기지론, 주택신보전세자금대출 등이 그 대상이다. 주택담보대출 채무 조정 프로그램인 프리워크아웃대출 금리 역시 0.3%포인트 낮췄다. 이와 더불어 1월 26일부터 1년 동안 중도상환 수수료도 면제한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상환일 직전 월말 기준 ‘KCB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가 대상이다.
최근 하나은행의 선제적인 행보다.
모두 이승열 신임 하나은행장(60) 취임 후 일어난 일이다. 이 행장은 올해 초 하나은행장에 선임되자마자 시장 친화적인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행장 취임 후 이처럼 곧바로 광폭 행보를 보일 수 있었던 이유는 임직원 시절부터 행장급 시각을 견지해왔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는 사실 지금의 하나은행, 즉 외환은행을 합병한 통합 하나은행의 산파 역할을 한 인물이다. 애초 외환은행에 입사했을 때부터 그는 두각을 나타냈다. 주식, 파생상품 딜러 경험은 물론 종합기획부·리스크관리부·재무기획부·IR팀 등 사원 시절부터 본점 부서를 두루 거쳤다. 차기 행장 후보가 될 수 있는 엘리트 코스, 전략기획부장과 경영기획부장 등 핵심 요직에도 올랐다. ‘전략통’이라는 이미지는 이때 그려졌다.
그러다 몸담았던 조직이 하나은행에 피인수되면서 이후 그의 장기는 통합 전략을 짜는 데 쓰였다. 이 과정에서 은행의 역할,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CEO가 구상하듯 밑그림을 그렸다. 통합 직후인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경영기획그룹장을 역임하며 은행의 수익 성장과 재무지표의 안정화를 이뤄내 통합 하나은행이 비상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랬던 이력 덕분에 그는 ‘외환 출신 행장’이라는 표현보다 통합 하나은행의 4대 은행장이라는 표현을 더 선호한다는 후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성공적인 하나·외환은행 통합 완수라는 성과에 이어 이승열 행장은 하나금융그룹의 재무총괄(CFO)을 역임하는 동안 그룹의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으며, 2022년 하나생명보험 사장(대표이사)에 취임한 후 고객 중심 보험 상품 판매 채널 확대, 상품 포트폴리오 개선을 이뤄내는 등 경영자로서의 능력과 성과가 입증된 ‘준비된 은행장’ ”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전략통’에 더해 ‘재무통’으로서 이 행장에 대해 거는 내외부 기대감도 크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3분기에만 외환거래(FX) 환산손실이 1368억원에 달했다. 원화 약세 여파 때문이다. 이는 당기순이익에도 치명적이었다. 외환 딜러 경험에 그룹 CFO 역할까지 해본 이 행장은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만큼 보다 전문성을 발휘한 위험 관리의 적임자로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런 관심을 잘 알고 있다는 듯 이 행장은 취임사부터 남달리 접근했다.
그는 변화의 파고를 넘어 하나은행이 위기에 더 강한 은행, 리딩뱅크로 도약하기 위한 3대 과제로 ‘손님’과 ‘현장’ ‘강점’에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
은행의 존재 이유인 ‘손님’에 집중해 모든 과정에서 손님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고민할 것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했으며 ‘손님 First’ 기업 문화를 하나은행의 DNA로 뿌리내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손님이 존재하는 ‘현장’에 집중해 권한과 책임을 과감하게 현장 앞으로 부여하고 영업 현장의 토털 마케팅 인재 육성은 물론 연금, IB, 글로벌, IT 등 핵심 사업 분야 전문가 양성을 통해 하나은행만의 영업 차별화를 실현해내겠다고 그림을 그렸다. 여기에 더해 자산관리·기업금융·외국환 등 ‘강점’에 집중해 경쟁자들과 확고한 격차를 만들고, 사람·조직·시스템을 한 단계 더 강화시켜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청득심(以聽得心). ‘귀를 기울여 경청하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최고의 지혜’라는 뜻으로 이 행장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사실 하나은행은 통합 과정에서 한 차례 노사 간 갈등이 있었다. 이후 어느 정도 진정 국면으로 들어섰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 최근에도 희망퇴직, 임금피크제, 근로 시간 등으로 갈등 요소는 곳곳에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 행장이 내세운 좌우명은 향후 그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를 예상케 한다. 이미 하나생명 사장 재직 시절 그는 다양한 소통으로 호응을 얻은 바 있다.
평소 소탈한 성격으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던 이 사장은 영업 현장을 방문하면 직원의 고충과 의견을 끝까지 경청하며, 마지막에는 위트 있는 조언과 해결책까지 더해준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진심 어린 대화에 감동받은 MZ세대 직원들이 이후에도 고민 상담을 요청할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하나생명 대표 시절에 세운 성장 전략도 현장 목소리를 적극 반영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이 사장은 하나생명이 하나은행에 기댄 보험 영업, 일명 방카슈랑스(잠깐용어 참조) 비중이 너무 높다고 진단했다. 현장 직원들은 하나은행 외 은행에서도 하나생명 보험 상품을 팔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고 이 사장은 이를 받아들여 직접 타 은행 영업에 나섰다. 더불어 보험영업 조직이 취약하다는 점과 관련해서는 젊은 직원들이 디지털GA, 즉 인터넷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조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했다.
그룹 임원추천위원회도 이 같은 일화에 주목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신념과 원칙에 기반해 조직을 원활히 이끌어나갈 수 있는 신뢰받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상생과 협업이 중시되는 현 금융 생태계에 적합한 인물로 하나은행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최고의 적임자”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리더는 어려운 일일수록 솔선수범해야 하며 모든 의사 결정의 기준은 오직 하나은행이어야 한다”며 “조직 안에 경청과 솔직한 소통, 조직을 위한 단단한 신뢰를 구축해 ‘위기에 더 강한 은행’ ‘건강한 하나은행’을 만들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잠깐용어 *방카슈랑스◀
프랑스어인 은행(Banque)과 보험(Assurance)의 합성어로 은행이 보험 회사 대리점 자격을 얻어 보험 상품을 파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는 2003년 도입됐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4호 (2023.02.01~2023.02.07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