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고 인파 몰릴텐데…식당·호텔 울린 뜻밖 구인난
“가게마다 찬모(식당에서 주방일과 서빙 등을 담당하는 직원) 모시기가 하늘의 별 따기에요. 본격적으로 손님이 몰려오면 제대로 응대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2일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만난 김옥중씨가 한 말이다. 김씨는 이곳 민락회타운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고 있다. 민락회타운 맞은 편에는 광안대교 야경과 밤바다를 지척에 두고 술을 마실 수 있는 수변공원이 있다. 수백명이 둘러앉아 술판을 벌일 수 있는 야외 공간이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세를 무색케 했다. 지난 3년 동안 ‘헌팅 성지’로 불리며 젊은이들로 들끓었다.
이밖에도 수영구가 주말마다 수백 대의 드론을 해수욕장 밤바다에 띄우는 ‘광안리 M 드론라이트쇼’에 힘입어 광안리는 ‘코시국’ 부산 관광 1번지의 명성을 이었다. 하지만 실내 마스크 의무착용 해제와 관광 성수기에 맞춰 재정비에 나선 상인들은 당황하고 있다.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식당ㆍ호텔 울린 ‘예상 밖 구인난’
김씨가 호소한 ‘찬모 구인난’엔 지난 3년간 급변한 일자리 환경이 영향을 줬다. 관광지 등 식당의 ‘찬모’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은 주로 40~60대 여성이다.
반면 코로나19 시기 홀몸노인 등 취약계층을 돌볼 요양보호사 수요가 급증하며 실직자 신세가 된 이들을 흡수했다. 김씨는 “예전 찬모로 일하던 분들께 연락해보면 대부분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있다. 식당 일보다 업무 강도가 낮고, 휴일이나 급여가 들쭉날쭉하지 않아 안정적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부산지역 호텔들도 구인난에 당혹스러워한다. 호텔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투숙객은 물론 세미나와 전시·공연 등 행사 수요도 회복세를 보인다. 수요가 크게 꺾인 지난 3년간 근무 인력이 줄어든 대부분 호텔에서 일손을 구하고 있다. 입지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사무를 보거나 식음료를 맡는 이들은 호텔에서 자체 채용한다. 하우스키핑과 객실관리는 외주화한 지 오래이며, 행사가 몰릴 땐 단기 임시직을 채용해 일을 처리한다.
부산역 인근 한 중견 호텔 관계자는 “4성급 이하 소형ㆍ중견 호텔은 자체 채용에, 5성급 이상 특급 호텔은 단기 임시직 구인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호텔 일은 겉으론 화려해 보이지만 손님 접대와 수발, 교대근무 등 힘든 게 많다. 관련 학과 학생들 사이에서도 기피 경향이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직업 안정성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나 구직 기피 현상이 심화한 거로 보인다”고 짚었다.
해운대구 특급호텔 관계자도 “전시 등 행사 때 인력업체를 통해 단기 임시직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대부분 20대인데, 상당수가 배달업 등 인력시장에 흡수된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뒤집힌 ‘코로나 특수’에 엇갈린 명암
코로나19로 얻었던 ‘예상 밖 특수’도 사라졌다. 전남 함평군은 2021년 1월 엑스포공원 주차장에 자동차극장을 열었다. 이 극장은 지역 영화관이 모두 문을 닫아 광주 등지 시내까지 1시간 넘게 이동하던 주민 불편을 해소하려고 만들었다. 스크린 2개를 갖춰 ‘교섭’ 등 최신영화를 상영하며, 최대 차량 180대를 수용할 수 있다. 1대당 입장료는 2만원이다.
반면 유통가는 ‘해외여행 수요 잡기’에 분주하다. G마켓이 지난달 2일부터 17일까지 판매된 해외항공권 예약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해외여행 예약 인원이 전월과 비교해 8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가에서는 억눌렸던 ‘보복 해외여행’이 폭발할 것으로 전망한다. 업체마다 해외항공권 할인, 1만원 이상 구매 시 2000원당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 등 혜택을 내세우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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