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머리 전시에 수육 파티'까지…해법찾지 못하는 대구 이슬람사원 갈등
2일 오후 1시쯤 대구 북구 대현동 좁은 골목길은 시끌벅적했다. 주민들은 골목 한쪽에 조리기구를 갖다놓고 소고깃국을 끓이고 있었다. 돼지고기 수육 100인분도 준비돼 있었다.
며칠 전부터 이 동네 곳곳에는 ‘돼지국밥 드시러 오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를 본 주민들은 이날 오전부터 찾아와 줄을 섰다. 주민들은 차례대로 소고기국밥과 돼지고기 수육을 받아 주최 측이 마련한 테이블에서 식사했다. 동네잔치 처럼 보였다.
문제는 이곳이 이슬람사원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이라는 점이었다. 이슬람은 돼지고기를 불경스러운 것으로 여겨 이를 먹는 것을 죄악으로 생각한다. 동네 주민들은 다른 곳도 아닌 하필 이슬람사원 공사현장 앞에서 ‘수육 잔치’를 하게 된 걸까.
이슬람사원 반대 주민들 두 번째 ‘돼지고기 잔치’
이곳에서 수육 잔치를 연 사람들은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립 반대 비대위’(비대위)다. 대현동 주민들로 구성된 비대위는 이슬람사원이 주거지 인근에 세워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반대 목소리를 높여 왔다. 지난해 9월 공사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났지만 반대는 여전하다.
이슬람사원 공사현장 바로 앞에서 돼지고기 수육 잔치를 연 것도 반대 활동 일환이다. 비대위는 지난해 12월에도 공사현장 인근에서 통돼지 바비큐 잔치를 열기도 했다. 성인 40∼50명이 먹을 수 있는 50㎏가량의 통돼지였다. 공사현장 인근에 돼지머리 3개와 족발 여러 개를 전시해두기도 했다.
이슬람 문화를 존중하지 않는 비판이 나왔지만, 비대위는 “돼지고기 요리를 만들어 나눠 먹는 것은 우리 문화”라고 반박했다.
비대위 김정애 부위원장은 “언제부터 주민들끼리 잔치를 하는 데 이유를 설명해야 했나”며 “대현동 주민들은 평화롭고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무슬림 측은 “이는 한국 문화가 아닌 이슬람 혐오”라며 지적했다. 경북대 박사과정인 유학생 무아즈 라자크(Muaz Razaq) 이슬람공동체 대표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돼지머리를 다른 사람 집 앞에 놔두거나 종교시설 앞에서 음주하는 것이 진정 한국 문화인가”라며 “이것은 ‘이슬람 포비아(공포증)’”라고 꼬집었다.
대구 이슬람사원 건립 갈등 벌써 3년째 접어들어
경북대 서문 인근 주택가인 이곳에서 발생한 이슬람사원 건립 갈등은 벌써 3년째를 맞았다. 대구 북구가 이슬람사원 건축을 허가한 2020년 9월부터다. 대구건축공사감리운영협의회가 고시한 건축허가표지에 따르면 이 시설은 북구로부터 ‘2종 근린생활시설’ 용도로 건축허가를 받았다. 사원은 2층 규모(연면적 245.14㎡)로 지을 예정이었다.
처음에는 공사가 문제없이 진행됐지만, 2020년 2월부터 철골 구조물이 설치되고 이슬람사원 외형이 갖춰지자 민원을 제기했다. 재산권 침해와 소음 등을 이유로 주민 반대가 이어지자 북구는 공사를 중단시켰다. 이슬람사원 건축주 측은 공사 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지난해 9월 대법원은 건축주 손을 들어줬다.
관할구청인 북구청은 대법원 판결 후에도 오랜 기간 갈등이 이어지자 중재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북구청이 이슬람사원 인근 용지를 매입하는 방안이다. 이에 앞서 북구청은 이슬람사원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건축주 측에서 이를 거부했다. 북구청은 현실적으로 사원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인근 주민 부동산 일부를 매입하는 방안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사원 이전·부지 매입…중재안도 양측 모두 부정적
이마저도 주민들은 부정적이다. 비대위는 2일 오전 대구 북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원 인접 용지 매입은 외국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 삶의 터전을 빼앗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구=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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