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대리인 세워 제재 회피”..개인·기업 22곳 제재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1일(현지시간) 미국의 대(對)러 제재를 회피해 러시아 국영 방산 업체에 첨단 국방 장비 등을 공급한 22명의 개인과 법인을 추가로 제재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는 러시아에 기반을 둔 거물급 무기 중개상 이고르 블라디미로비치 지멘코프가 이끄는 ‘지멘코프 네트워크’가 주요 대상이었다. 미 재무부는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를 잔혹하게 침공하는 데 필요한 군수 물자에 러시아의 접근을 막으려는 미국의 전략 중 일부”라고 설명했다.
OFAC에 따르면 이고르 지멘코프와 그의 아들 조나탄 지멘코프는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의 국영 방산 기업 로스텍과 군산복합체 로소보로넥스포트의 해외 창구로 활약해 왔다. 이들을 대신해 러시아가 제3국에 첨단 무기를 수출·입하는 데 관여했다는 게 재무부 판단이다.
OFAC은 “지멘코프 부자는 러시아 측과 직접 접촉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해외 무기 거래 정보를 제공하고, 러시아의 사이버 보안 장비·헬리콥터 거래에 관여했다”며 “이들과 연계된 ‘지멘코프 네트워크’는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겉으로는 합법적인 사업으로 위장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멘코프 네트워크에 속한 이스라엘 소재의 텍셀테크놀러지와 이 회사의 대표는 지난해 2월 개전 이후 러시아 측에 전기 광학·적외선 장치를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싱가포르 기반의 아시아 무역·건설 유한회사는 러시아 국영 로스텍을 대신해 중남미 정부에 헬리콥터를 판매한 것으로 나온다.
‘가족 경영’은 지멘코프 네트워크의 특징으로 꼽힌다. OFAC은 “네트워크 핵심 인사인 알렉산드르 볼포비치가 사이프러스에서 활동하면서 불가리아·이스라엘에 6개 법인을 세워 러시아 방산 업체와 거래했다”고 밝혔다. 볼포비치의 두 아들이 회사의 이사진으로 등록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활동하는 무기상 막스 보리소비치 피플락스도 자신의 자녀·배우자 등과 함께 지멘코프 네트워크 업체를 운영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 한해 러시아와 관련해 개인·단체에 100여 건 이상의 제재를 부과했다. 재무부의 제재 명단에 오르면 미국 내 이들의 재산이 동결되는 것은 물론, 전세계 미국 달러를 기반으로 한 은행·금융 시스템 이용이 금지된다. 이들과 거래한 상대 기업도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어 실물 거래도 사실상 차단되는 효과가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별도 성명을 내고 “러시아가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대리인을 이용했다는 건 우리의 제재가 효과가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러시아의 군산 복합체가 해외에서 자국 정부로 군수 물자를 조달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러시아는 이란과 북한 등 악질 공급자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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