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사고로 친구 사망하자 “쟤가 운전했어요”

고속도로서 음주 운전 중 트럭 들이받아
현장서 친구 사망하자 책임 덮어 씌우려해

국민일보DB

만취 상태에서 과속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뒤 동승자가 사망하자 그에게 책임을 덮어씌우려 한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전주덕진경찰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상) 등 혐의로 A씨(29)를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26일 오전 1시30분쯤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호남고속도로 상행선 전주IC 인근에서 앞서가던 4.5t 트럭을 들이받은 혐의를 받는다. 당시 그는 자신의 포르쉐 차량을 몰며 상향등을 켜고 과속 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고로 조수석에 타고 있던 그의 친구 현직 경찰관 B씨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였다. A씨는 정신을 차린 뒤 음주 사고를 냈다는 불안감에 고속도로 옆 숲속으로 도주했으나 현장을 살피던 피해 차량 운전자에게 발견됐다.

A씨는 당초 “누가 운전했냐”는 트럭 운전자의 물음에 “내가 했다”고 답했다. “친구가 죽어가고 있으니 빨리 나와보라”는 트럭 운전자의 말에 사고 현장으로 간 A씨는 이미 사망한 B씨를 가리키며 “저 친구가 운전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경찰 수사에서도 “B씨가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씨와 B씨가 완주군의 한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나오는 CCTV 영상을 확보했다. CCTV에는 A씨가 운전석에, B씨가 조수석에 타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A씨는 증거를 제시한 경찰의 추궁에 결국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 관계자는 “진술을 번복한 A씨가 도주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구속했다”며 “유치장에 입감해 추가 조사를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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