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이 반응 않는다고 외면 아니다”…협박 속 복선 北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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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력 딸리니 '밑밥' 깔기?
북한 외무성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대변인 담화에서 지난달 31일 한ㆍ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나온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전략자산 전개 확대 발언, 이달 예정된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 등을 거론하며 "미국의 그 어떤 군사적 기도에도 ‘핵에는 핵으로,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로!’라는 원칙에 따라 초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확장억제력 제공’과 ‘동맹 강화’의 간판 밑에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미국에 대해 일일이 반응하지 않는다고 하여 결코 이를 외면하거나 유념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러한 북한의 대응에 대해 외교가에선 북한이 향후 한ㆍ미의 확장억제 강화 움직임,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에 일일이 대응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밑밥'을 까는 성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무력 도발을 재개할 가능성은 살아있지만, 장기적으로 북한의 '도발 카드'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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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억제 강화에 '부담'
실제로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는 한ㆍ미의 확장억제 강화 움직임에 북한이 일일이 비례해 대응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외무성이 대변인 담화를 내기 바로 전날인 지난 1일에도 한ㆍ미 연합공중훈련이 실시돼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와 F-22·F-35B 전투기, 한국 측에선 F-35A가 참가했다. 한ㆍ미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 회담에서 "앞으로 F-22, F-35 등 5세대 전투기와 로널드 레이건 항모전단을 더 많이 전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지난해 70여발의 미사일을 무리해서 발사한 건 북한의 실제 도발 역량을 완전히 넘어선 수준"이라며 "그러나 무리한 무차별 도발을 했는데도 한·미 확장억제가 강화될 뿐 북한으로선 얻은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고강도 도발 국면을 꾸준히 이어가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다음 대형 도발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릴 얕잡아 보지 말라'고 말폭탄이라도 던져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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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뚱맞은 美 대화 언급 왜?
지난해 무차별 도발을 이어왔던 북한은 올해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상 각도 발사, 4월 전까지 군사정찰위성 발사 준비 완료 등 도발 스케줄을 예고해뒀다. 다만 이날 공개된 담화엔 북한이 직면한 압박감이 우회적으로 표출된 듯한 대목이 등장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미국이) 인권, 제재, 군사 등 각 방면에서 전면적인 대조선 압박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백악관이 지난 6년동안 공석이던 북한인권특사에 미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 소속 줄리 터너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과장을 임명하는 등 인권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우리와의 대화를 제창하며 시간을 얻어보려고 꾀하고 있다. 미국이 적대시 정책과 대결 노선을 추구하는 한 어떤 접촉과 대화에도 흥미가 없다"며 '미국과의 대화'를 언급했다.
최근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 추진과 관련한 별다른 전향적 입장을 낸 적이 없는데도 외무성이 굳이 '미국과의 대화'를 언급한 것에 대해선 "점차 코너에 몰리고 있는 북한이 우회적으로 속내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마치 대화를 목표에 둔 것처럼 해석될 수도 있는 북한의 묘한 입장 표명이 북한의 도발 의도를 감추기 위한 혼선 전술이란 관측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 위협에 원칙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전제 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에 열려 있다"는 공식 입장을 2021년 6월부터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엔 관련 질의가 없으면 백악관이나 국무부가 먼저 나서서 북한과의 대화 관련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위협과 도발이 아닌 대화와 협력을 선택해야 하며, 담대한 구상에 호응함으로써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대화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백악관도 이날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도가 없으며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추구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밝혔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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