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석운 칼럼] 교육감 선거 개혁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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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없는 교육감 후보가 시도지사보다 더 많은 비용 써
해외선 직선제 교육감 드물어 교육자치 근본 수술 필요
지방소멸 대응 전략 차원 교육청 역할과 기능 재편해야
시도지사, 지방의회 동의 교육전문가 임명 고려해볼 만
또다시 현직 교육감이 직을 상실할 위기에 빠졌다. 서울시교육감 최초로 3선 연임 중인 조희연 교육감이 기소된 지 1년 1개월 만인 지난달 27일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해직된 교사 5명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부탁을 받고 부당 채용한 혐의가 인정된 것이다. 이 중 한 명은 2018년 조 교육감의 재선 과정에서 단일화를 조건으로 사퇴한 후보였다. 조 교육감은 항소했지만 유죄가 확정될 경우 물러나야 한다. 그는 기소된 상태에서 출마해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당선됐다. 조 교육감이 사퇴한다면 직선제 이후 역대 서울시교육감 4명 중 3명이 중도 하차하게 된다. 주민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15년간 수사와 재판을 받은 교육감이 전국적으로 20명 넘는다.
교육감 선거가 비리로 얼룩지게 된 건 제도 탓이 크다. 현행 교육감 선거는 기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정당 공천이 금지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보수냐 진보냐’ 진영 대결 구도로 고착된 지 오래다. 모든 지역의 교육감 선거 이슈는 진영 간 후보 단일화로 귀착되면서 사실상 정치적 선거가 돼 버렸다. 단일화 이면에는 돈거래나 인사 특혜 등 대가가 따르기 일쑤였다.
교육감 출마 자격은 교사, 교수 혹은 교육공무원 출신으로 제한돼 있는데 투표권은 광역단체장을 뽑는 일반 유권자 모두에게 있다. 당초에는 교육공동체를 기반으로 교육자치를 구현하기 위해 교육위원이나 학교운영위원회 대의원 등이 교육감을 선출하는 작은 선거였는데 유권자 매수가 성행하자 일반 유권자 전체로 투표권을 확대한 것이다. 선거구가 엄청나게 커지자 평범한 교사들은 엄두를 못낼 정도의 선거 비용이 발생했다. 정당 같은 선거조직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교육감 후보들이 십수억~수십억원씩 썼다. 지난해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나선 성기선 후보는 46억5967만원을 지출했다고 선관위에 신고했는데 이는 당선된 임태희 후보(40억6000만원)는 물론 김동연 도지사(44억4000만원)의 선거 비용보다 많았다.
이렇게 돈을 쓰는데도 교육감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아주 낮다.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 중앙선관위가 실시한 유권자 의식조사에서 ‘교육감 선거에 관심없다’는 유권자들의 반응이 56.4%였다. 교육감 선거에 ‘관심 있다’(43.6%)는 반응은 지방의원 선거(46.9%)보다 낮았다. 일반 지방선거와 분리돼 별도로 실시되던 시절 교육감 선거 투표율은 처참할 정도로 낮았다. 2007년 처음 실시된 부산교육감 선거와 이듬해 서울교육감 선거의 투표율은 각 15%였다. 지나치게 낮은 투표율을 감추기 위해 2010년부터 일반지자체 선거와 통합해서 교육감 선거를 실시하고 있으나 무관심을 벗어나지 못하는 건 여전하다. 유권자들로부터 이렇게 철저히 외면받고 있는 교육감 선거제 개혁을 마냥 미뤄서는 안 된다.
전 세계에서 주민 직선제로 교육감을 선출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교육을 국가책무로 여기는 전통이 강한 유럽 국가는 대부분 임명제를 채택하고 있다. 프랑스는 전국 교육감 30명을 전원 대통령이 임명한다. 독일은 지자체별로 임명한다. 미국은 임명제와 선출제가 섞여 있는데 임명제를 채택하는 주가 더 많고, 선출제는 줄고 있다. 임명제는 주지사가 직접 임명하느냐 교육위원회가 임명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기업에서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듯 교육행정을 총괄할 교육감을 임명한다. 2007~2010년 워싱턴DC의 공교육 개혁을 주도해 미 전역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한국계 미셸 리(54)도 임명직이었다.
이제는 우리도 교육감의 위상과 교육청의 기능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시대에 교육청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초중등교육 지원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사회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 고등교육과 평생교육까지 아우르는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 윤석열정부의 교육부가 대학 정책 권한도 지방으로 이전하겠다고 하니 차제에 교육청이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지역 맞춤형 교육특구를 만들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교육청과 지자체 간 협력 관계는 더욱 강화돼야 하고 중복 기능이나 유사 사업은 통합하고 효율적으로 집행돼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시도지사가 자신과 교육철학을 공유하는 교육전문가를 지방의회의 동의를 거쳐 교육감으로 임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전석운 논설위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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