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 권력을 잡고 유지하는 법

전재우 2023. 2. 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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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잡으려면 스스로 권력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부터 가져야 한다.

권력 언저리에 있어야 쉽게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무슨 수를 쓰든 권력 주변에 머물러야 한다.

권력자가 될 거란 믿음이 없더라도, 권력 주변에 있지 않더라도 대중의 눈에 자주 띄면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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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우 사회2부 선임기자


권력을 잡으려면 스스로 권력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부터 가져야 한다. 굳이 낮은 자리부터 밟아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기회가 올 때를 기다리다 잡으면 수월하다. 권력 언저리에 있어야 쉽게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무슨 수를 쓰든 권력 주변에 머물러야 한다. 권력자가 될 거란 믿음이 없더라도, 권력 주변에 있지 않더라도 대중의 눈에 자주 띄면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생사를 함께할 동지는 꼭 필요하고 많을수록 좋다. 믿을 만한 심복은 필수다. 동지가 변심하지 않게 신뢰를 주고 콩알 하나라도 나눠야 한다. 그렇다고 내 곳간을 다 비워줘선 안 된다.

내부 세력을 규합했다면 대중을 설득해야 한다. 불만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신뢰를 주면 된다. 자유, 공산주의, 경제정의 등 보편적 개념에 약간의 주장을 모호하게 섞으면 쉽게 내 편을 만들 수 있다.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들을 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공공의 적을 설정하면 내 의견에 동조하는 대중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복장은 되도록 서민적이어야 한다. 대중이 이질감을 가지면 내 편으로 만들기 어렵다.

대중을 포함해 진영을 구축했다면 이제 정적을 제거할 차례다. 순식간에 해치워야 편하다. 계획에 차질이 생겨 제거하는 기간이 길어진다면 명예 도덕성 등에 흠집을 내면서 재기할 수 없도록 철저하게 밟아야 한다. 지나온 삶의 조그만 실수라도 찾아내 단죄해야 한다. 설령 유죄 판결이 나오지 않더라도 괜찮다. 법원의 결정은 아주 오래 걸리고, 흠집을 보고 선입견에 빠진 대중의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법원 결정에도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훗날 자리를 위협할 것으로 보이는 잠재적 정적은 설사 내 편이라도 쉽게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희생시켜야 한다.

언론은 통제 대상이다. 유리한 정보만 유통되도록 감시하고 검열해야 긍정적인 선전과 홍보의 공고한 토대를 구축할 수 있다. 검열이 어렵다면 불리한 내용을 가짜라고 주장하며 유통자를 협박하는 것도 방법이다. 과다한 배상을 요구한다면 자기 검열을 강화할 것이다. 다양한 미디어를 적합하게 사용해 스스로와 정책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

법을 정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입법부를 장악하지 못했다면 어려울 수 있지만 길이 없는 건 아니다. 법에서 규정하지 못하는 부분을 찾아 입법이 필요 없는 다른 규칙을 만들면 된다. 치적으로 삼을 건설사업에도 힘써야 한다. 국민에게 유용하다고 평가된다면 정치적 평가와 관계없이 영원히 이름을 기억시킬 수 있다. 정치제도도 바꿔야 한다. 새롭다는 이미지를 심을 수도 있고, 판을 바꿔버릴 수도 있고, 세력을 공고히 할 수도 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 전 회자됐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폭군이 되는 법’에 나오는 핵심 33가지 중 일부를 조금 각색해봤다. 폭군이 되는 법은 근현대사를 장식했던 독재정권들을 6회로 나눠 분석하고 있다.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권력을 잡는 과정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경쟁자를 숙청하는 방법을 다룬다. 우간다의 이디 아민,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북한의 김씨 왕조 등의 특징을 공포 통치, 진실 통제, 새 사회 건설, 영원한 지배 등으로 각각 설명한다.

폭군이 되는 법에서 제시하는 방법 중에는 당장 사용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이 많다. 어쩌면 지금 사용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당시 폭군의 지배를 받았던 사람들이 우매해서 당한 게 아니다. 객관성을 잃고 부화뇌동한다면 언제든 폭군은 나타날 수 있다. 누구나 폭군이 될 수 있고, 누구나 폭군에게 지배를 당할 수 있다.

전재우 사회2부 선임기자 jw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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