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 존의 문화산책] 인공지능 시대, 저널리스트가 해야 할 일

입력 2023. 2. 2. 00:45 수정 2023. 2. 2. 05:5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에바 존 한국 프랑스학교 사서

최근 어느 토론회에 초대받아 저널리스트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주제가 광범위해 보는데,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크게 두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첫 번째 질문은 상당히 비관적이다. 과연 공개 토론이란 무엇이며, 실질적인 공개 토론이 프랑스에서, 한국에서, 또는 미국에서 정말 이루어지고 있는가. 퍽 염세적으로 들릴 수 있겠으나, 최근 우리 사회 양극화 현상을 생각해 보자. 때로는 토론은커녕 서로 자기 말만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양극화는 미디어에도 분명히 드러난다. 미국의 미디어는 좌파와 우파(CNN 대 폭스)로 확연히 양분되었고, 최근 보수 언론의 급진화가 선거 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한국 저널리즘도 당파적 경향이 심하다. 대북정책, 경제문제 등 다양한 쟁점에 대해 보수 언론과 진보 언론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 AI도 기사 쓸 수 있지만
비판적인 사고는 불가능
인종차별적 글 만들기도
저널리스트가 관리해야

프랑스 정부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신화사=연합뉴스]

프랑스에서는 지난 몇 주간 아예 노골적으로 토론이 부재했다. 지난가을 프랑스 총리는 표결 없이 법안 처리를 강행할 수 있는 ‘헌법 49조 3항’을 몇 차례 발동했다. 이제는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4세로 상향하는 개혁안이 논란에 휩싸이자 정부에서 또 헌법 49조 3항을 발동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저널리스트들이 공개 토론에 무슨 기여를 할 수 있겠는가.

두 번째 질문은 이렇다. 가까운 미래에도 저널리스트가 존재할 것인가. 최근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 최신 버전이 출시된 이래 미디어에서도 염려하는 주제다. 챗GPT는 광범위한 인터넷 텍스트를 기반으로 질문에 답하고 때로는 깜짝 놀랄 만한 대답을 내놓는다. 한국도 챗GPT에 대응하는 프로그램을 출시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기사 작성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미 몇 년 전, 주식 전문 저널리스트로 근무하는 지인이 짧은 기사 작성에 AI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AI의 글쓰기 능력이 향상되면, 저널리스트는 어느 범위까지 이 기술을 사용할 것인가. 나도 챗GPT에 로그인해 질문했다. “챗GPT는 저널리스트를 곧 대체할 것인가?” 대답은 이랬다.

“챗GPT 같은 언어 모델은 예컨대 뉴스 요약본을 생성시키거나 데이터에 기반한 통찰을 제공함으로써 저널리스트의 작업을 돕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판단, 비판적 사고, 창의력을 대체할 수 없기에, 저널리스트의 역할을 전적으로 대체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저널리스트는 정보의 진위를 검증하고 맥락을 제공할 책임이 있는데, 챗GPT 같은 언어 모델은 수행할 수 없는 작업입니다.”

현재 개발 초기 단계인 이 웹사이트는 “본 시스템은 때때로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생성해 공격적이거나 편향적인 글을 생성할 수 있고” “조언을 하기 위한 시스템이 아니고” “2021년 이후의 세계와 사건에 대한 한정적인 정보”를 갖고 있다고 경고한다.

챗GPT 최신 버전 이용자들은 챗GPT가 놀랍도록 정돈되고 정확한 결과를 낼 수 있지만, 상당한 오류와 가짜 뉴스, 부적절하거나 터무니없는 내용을 포함할 수도 있다는 데 동의하는 것 같다. 즉 AI에는 문체, 뉘앙스, 비판적 사고, 윤리성 같은 ‘인간적인 요소’가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인터넷에서 통용되는 정보를 기반으로 하기에 실제 세계의 편향을 재생산하는 경향이 있다. 앞에서 언급한 양극화를 강화할 수 있다. 또한 공격적이거나 인종 차별적인 내용을 생성하기도 한다.

한국 스타트업 스캐터랩에서 개발한 ‘이루다’라는 챗봇(채팅 로봇)의 경우 2021년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 표현이 담긴 답변을 생성해 비판에 시달렸다. 결국 출시 3주 만에 서비스를 중단하고 적절한 답변 생성 능력을 갖추고 나서야 새 버전으로 복귀했다.

공개 토론 문제로 돌아와서, 우리는 한층 긍정적인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도 있다. AI의 뉴스 생성 과정에서 저널리스트가 안전망 역할을 담당하면서 웹 스캐닝에 기반한 로봇이 뉴스를 생성하게 하면, 더 다양한 의견을 포괄하고 편향성이 적은 보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 기술은 초기 단계일 뿐이며 여전히 개발의 여지가 있다. 오픈 AI(챗GPT 개발사) 대표는 전반적인 기술 향상을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대마다 발명품이 출현하고, 그 발명품은 두려움을 일으킨다. 많은 사람이 그 발명품의 이용 방법과 그것을 이용하는 이들에게 의존할 것이다. 따라서 AI 기반 저널리즘에는 그것을 규제할 합법적인 근거가 필요할 것이다.

에바 존 한국 프랑스학교 사서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