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대신 경영을···자영업 스케일업

노승욱 매경이코노미 기자(inyeon@mk.co.kr) 2023. 2. 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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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정신 지닌 ‘혁신형 자영업자’···육성 예산 전년비 3배↑’최대 5억’ 지원
중기부는 지난해 최대 1억원의 지원금을 내걸고 강한 소상공인 오디션을 처음으로 개최했다.
일단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자.

‘기업가형 소상공인’이란 누구일까. 일반 소상공인과 무엇이 다르길래 앞에 ‘기업가형’이 붙은 걸까. 이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통계는 없다. 혹자는 로컬 크리에이터(지역 가치 창출가·창업가), 혹자는 메가 프랜차이지(다점포 점주)를 떠올린다. 단, 지난해 9월 열린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 정책토론회(포럼)’에서 조주현 중기부 차관이 한 말에 힌트가 있다. “소상공인에 기업가 정신과 장인 정신 그리고 창의성을 결합시킨다면, 고부가 서비스 기업 또는 창조적 신(新)제조 기업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즉, ‘기업가 정신’과 ‘장인 정신’을 갖추고 창의적 사업 모델을 통해 새로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소상공인 정도로 요약된다.

기업가형 소상공인이 최근 화두로 떠오른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기존 자영업에 대한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갈수록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서 부가가치 낮은 생계형 소상공인을 ‘보호’만 하는 기존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 또한 지역성에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MZ세대 자영업자가 부상한 것도 주요한 동인이 됐다.

‘춘천 감자빵’으로 유명한 이미소 농업회사법인 밭 대표가 대표 사례다. 아버지가 일궈온 감자밭을 활용해 감자와 흡사한 모양에 색다른 맛을 내는 감자빵을 개발, 춘천의 명물이 됐다. 지난해 중기부가 개최한 ‘강한 소상공인 오디션’에서 1등을 한 김성래 선미한과 대표도 비슷한 경우다. 강릉 한과마을에서 3대째 한과를 만들고 있는 그는 인력 위주 생산 방식에서 탈피했다. 자동화 설비와 스마트 생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생산량을 크게 높이고 품질 표준화에도 성공했다. 여기에 선미한과만의 헤리티지(역사적 유산)를 부각시키고 고급 포장재를 도입하는 등 브랜드 가치 높이기에도 한창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1980~1990년대부터 현대적 의미의 기업가형 소상공인 부상이 시작됐다.

미국의 경우, 1990년께 경기 침체를 겪으며 젊은 사무직(white-collar) 직장인이 대거 퇴사, 소상공인이 됐다. 이전 세대와 달리 교육 수준이 높고 경영, 마케팅, 재무 분야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었던 이들은 보다 전문적으로 가게를 경영하며 다점포 확장과 기업화를 꾀했다.

“미국도 과거에는 평범한 맘앤팝스토어(잠깐용어 참조)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보통 한 가게의 사장이 돼서 그 가게만 쭉 운영하는 전통적인 자영업자였다. 그러나 1990년대부터 젊고 역량 있는(sophisticated) 점주가 늘어나며 ‘메가 프랜차이지’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첫 가게를 성공시키면, 그들은 해당 시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른 분야에서도 기존점과 상호보완적인 브랜드를 출점하게 된다. 이것은 누가 시켜서 되는 것이 아니다. 자연스러운 성장(organic growth)이다.”

테어리스 틸젠 미국 다점포 점주 콘퍼런스(MUFC·Multi-Unit Franchising Conference) 설립자 겸 대표의 설명이다.

이 같은 변화를 감지한 정부는 올해 소상공인 정책 자금 3조원 중 40%(1조2000억원)를 기업가형 소상공인 육성에 배정했다.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신규 생산 설비 등을 도입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6000억원 규모로 지원한다. 로컬 크리에이터 등 업력 3년 이상 성장기 소상공인 대상으로는 성장 촉진 자금 4500억원을 지원한다. 스마트 기술(스마트 미러, 서빙 로봇 등) 활용 기업 등 혁신 스마트화 소상공인에게도 1100억원을 투자한다. 더불어 유망 소상공인의 도약과 성장을 위해 벤처캐피털, 창업 기획자 등 민간으로부터 투자 유치에 성공한 소상공인에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최대 5억원까지 빌려주는 민간선투자매칭융자를 신설해 4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대희 중기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은 “기업가형 소상공인은 한마디로 ‘기업가 정신을 지닌 소상공인’이다. 혁신과 성장을 대단히 중시한다. 이들이 중견 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기업으로도 뻗어나가도록 지원하려 한다. 그럼 소상공인이 속한 산업 생태계가 역동적으로 변하고, 생산성도 높아져 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잠깐용어 *맘앤팝스토어(mom-and-pop store)◀

‘엄마 아빠의 가게’라는 뜻으로, 보통 은퇴한 중년 세대가 운영하는 평범한 소상공인 가게를 의미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4호 (2023.02.01~2023.02.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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