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말라도 급등한 바이오 종목은? 크리스퍼·인비테 올 들어 두 자릿수 껑충

2023. 2. 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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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에서 살아남기] (66)
지난해 크리스퍼테라퓨틱스가 보스턴 사옥에 입주한 날 연설 중인 샘 쿨카르니 CEO. (AP)
미국 뉴욕 증시에서 성장주 투자 관심이 다시 살아나고 있지만 성장 산업 내에서도 바이오 부문 종목별 편차가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최근 주가 상승세로 가장 눈길을 끄는 종목이 크리스퍼테라퓨틱스(CRSP)와 인비테(NVTA)다. 두 종목은 2020년 하반기~2021년 ‘돈나무 언니’로 인기 끌던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선호하는 기업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다만 지난해부터 뉴욕 증시가 약세를 이어가면서 기피 대상으로 전락했다가 최근 증시가 다시 상승세를 타자 재조명받는 모양새다.

1월 25일(이하 미국 동부 현지 시간) 기준 나스닥증권거래소에서는 유전자 가위 기술 개발 업체인 ‘크리스퍼테라퓨틱스’ 주가 연중 상승률(YTD)이 25%에 육박했다. 올해 첫 거래일 1월 3일 이후 현재까지 해당 종목 주가는 23.8% 뛰면서 1주당 51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100지수가 같은 기간 각각 5%, 9% 오른 점에 비하면 시장 수익률 3~5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한편 같은 기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는 유전체 검사 기술 업체 인비테 주가 상승률도 39.1%를 기록했다. 크리스퍼테라퓨틱스와 인비테 시가총액은 각각 약 40억7800만달러(약 5조567억원), 6억5000만달러(약 8060억원)다. 크리스퍼테라퓨틱스 시총이 유전 공학 대기업인 일라이릴리(LLY)의 80분의 1 정도다. 두 종목은 시총 규모가 큰 다른 바이오 기업 주가 움직임에 비해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시총 순으로 일라이릴리와 암젠(AMGN)은 올해 주가 연중 변동률이 -4.2%, -2%다. 길리어드사이언스(GILD)의 경우 -1.5%고 모더나(MRNA)와 바이오젠(BIIB)이 각각 7.9%, 7.2% 상승한 정도다.

크리스퍼테라퓨틱스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선도하는 유전 공학 업체다. 유전자 가위 기술에는 크리스퍼라는 명칭이 따라붙는다. 유전자 가위란, 가위로 특정 부분만 오려내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유전자를 편집해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이다. 이미 수년 전부터 유전자 가위로 암 같은 대중적인 질병이나 희귀 유전자 질환 치료에 성공했다는 사례가 미국·유럽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나왔다. 중국에서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쓴 ‘크리스퍼 베이비’ 인간 배아를 조작하고 있다는 폭로가 2018년에 나와 세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크리스퍼테라퓨틱스는 2013년 스위스에서 설립됐고 본사는 스위스 추크 지역에 있다. 2016년 10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는데 상장 후 약 6년 동안 주가는 약 271% 올랐다. 최근 3개월간 월가 증권사나 투자은행들 분석을 보면 크리스퍼테라퓨틱스 투자 보고서를 낸 곳은 17곳이다. 이 중 10명은 매수, 6명은 중립, 1명은 매도 의견이다. 이들이 제시한 12개월 목표주가 범위는 37~220달러로 평균 목표주가는 98.22달러다. 현재 시세 대비 약 88%가량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 셈이다.

인비테는 유전체 검사 기술 개발 업체다. 암이나 심장병, 출산 등 유전자와 관련이 깊은 부문에서 필요한 유전체 검사 기술을 개발하는데 유전자 검사부터 예방·치료·추적 검사까지 유전자와 관련된 종합 서비스 사업을 한다. 2017년 굿스타트제네틱스와 콤비매트릭스를 인수했고 이어 2020년에는 암 유전자 검사 업체 아처DX 인수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몸집을 불려왔다.

인비테는 2010년 지노믹헬스 자회사로 만들어졌다가 2012년 분사했고 이어 2015년 2월 NYSE에서 상장했다. 상장 후 약 8년 동안 주가는 85% 하락해 크리스퍼테라퓨틱스에 비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월가 분석을 보면 인비테에 대한 투자 보고서를 낸 곳은 12곳이다. 이 중 9명은 보류, 3명은 매도 의견으로 매수 의견은 없다. 이들이 제시한 목표주가 범위는 2.8~18달러로 평균 목표주가는 8.04달러다. 현재 시세 대비 약 200%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 셈이다.

크리스퍼테라퓨틱스와 인비테는 상장지수펀드(ETF)인 ‘아크지노믹 레볼루션(ARKG)’ 구성 종목이다. 크리스퍼테라퓨틱스가 구성 종목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린 반면 인비테는 그간 주가 낙폭이 두드러졌고 이에 따른 ETF 비중 조정이 이뤄지면서 비중 순위가 35위 밖으로 밀려나 있다.

ARKG는 특히 유전 공학 기술에 집중하는 바이오 혁신 기업들에 투자하는 ETF다. 올해 연중 시세 상승률은 약 20%다. 올 들어서는 다른 대형 바이오 ETF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물론 크리스퍼테라퓨틱스와 인비테, ARKG는 지난해 하락장에서 낙폭이 두드러진 영향이 컸다. 크리스퍼테라퓨틱스와 인비테는 지난해 주가 변동률이 각각 -46%, -88%다. ARKG 시세는 같은 기간 54% 떨어졌다.

다만 해가 바뀌면서 거시경제 환경과 정책 방향, 시장 분위기가 달라진 만큼 투자자의 시선은 주가 반등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향한다. 마침 고강도 긴축 기조를 유지하던 금융·통화 정책이 올해는 숨통을 틔운 분위기라서다.

하지만…분위기 가라앉은 바이오 산업

하지만 투자업계에서는 아직 거시경제 환경(경제 침체 압박)이나 정책 불확실성도 완전 걷히지 않은 상태고, 바이오 산업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았다는 점을 들어 매매 전략을 신중하게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바이오 산업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가 올 1월 9~12일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투자 콘퍼런스’다.

JP모건 헬스케어 투자 콘퍼런스는 월가 대형 투자은행인 JP모건이 매년 1월에 주최하는 세계 최대 바이오 투자 행사다. 전 세계 바이오·제약 업체 수장들이 수천 명의 기관·전문 투자 관계자를 공개적으로 만나고 이 자리에서 비공개로 수십억달러 거래와 투자를 성사시킨다. 매년 이 기간 동안 개최지 샌프란시스코에는 인파가 몰려서 호텔 숙박료가 1박에 기본 1000달러를 넘기도 한다.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투자 콘퍼런스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 오프라인으로 열렸지만 전반적으로 참석률이 낮았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M&A 대화가 이따금씩 오가는 정도에 그쳤다. 블룸버그와 배런스 등 외신에 따르면 JP모건 측은 행사에 앞서 참석 인원 제한을 기존 1만명에서 8000명으로 줄이기도 했다. 참석 수요 자체가 적어 인원 제한도 줄인 것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업체인 EY는 매년 JP모건 헬스케어 투자 콘퍼런스에서 칵테일 파티를 열어서 기업 경영진과 투자자 사교 모임을 주도했는데 올해부터는 하지 않기로 했다. 바이오 기업들 경영진도 당장 임박한 투자나 인수·합병 계획이 없는 경우 콘퍼런스에 불참하거나 파견 인원 규모를 줄이는 대신 줌을 통해 화상 참석을 선택했다. 올해 행사에 참석했던 NYSE 상장 업체이자 의료 기기 제조 업체인 메드트로닉의 지오프 마사 CEO는 “6개월 전만 해도 우리가 인수하려던 기업들이 제안한 금액의 2배를 부르는 바람에 거래 성사가 안 됐지만 요즘 들어서는 해당 업체들이 다시 전화를 걸어 아직 인수 의사가 있는지를 물어오는 식으로 분위기가 뒤바뀌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바이오 업종 주가가 급락하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기 시작하자 기업공모(IPO) 시장은 물론 비상장 기업에 대한 사모펀드 투자가 줄어들었고, 금리 상승 탓에 바이오 기업의 부채 부담까지 커지고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등 겹쳤던 악재가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4호 (2023.02.01~2023.02.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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