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추모제 광화문광장 사용, 시민안전 위해 허가해달라”

이태원 참사 49일째인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49일 시민추모제에서 빨간 목도리를 한 희생자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서울시가 오는 4일 열리는 10·29 이태원참사 100일 추모제에 광화문광장 사용을 최종 불허했다. 다른 단체가 광화문광장 사용을 먼저 신청했다는 이유에서다.

1일 서울시와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31일 광화문광장에서 100일 추모제 개최가 불가능하다고 협의회에 최종 통보했다. 이유로는 KBS 방송 프로그램 촬영과의 ‘일정 중복’을 들었다. KBS는 오는 3~4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 사이 광화문광장에서 촬영을 한다고 사용 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26일 협의회에 광화문광장 사용 불가 통보를 보냈다. 협의회는 “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를 피력하며 재차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서울시의 답변은 같았다.

협의회는 서울시가 최소한의 조율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미현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은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KBS 측과 논의한 결과, 4일 오전에 철수할 계획이라고 전달받았다. 촬영 장소도 광장 남쪽인 이순신 장군 동상 주변”이라며 “반면 추모제는 북쪽 광장에서 열 예정이다. KBS와 시간·장소 모두 겹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정상 겹치는 부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어떤 노력도 없이 사용 신청을 반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의회는 광화문광장에서 추모제를 열 방법을 찾는 데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끝까지 광장 사용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광화문광장 옆 하위 3개 차선에서 추모대회를 열겠다고도 밝혔다. 이 실장은 “이미 광화문광장 주변 도로에 대한 집회 신고도 낸 상태”라며 “참사를 추모하려는 시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서라도 허가하는 방향으로 조율하는 것이 맞다”라고 부연했다.

서울시는 KBS의 방송 촬영 일정 외에도 광화문광장 내 매장문화재 발굴과 관련된 전시품 설치 일정이 4일부터 예정돼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협의회에 정말 죄송한 마음”이라면서도 “KBS 외에도 다른 전시회 일정이 잡혀 있는 상황이다. 원칙적으로 사전 신청된 일정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