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은 아시안 투어, 속살은 LIV 투어?
2023년 아시안 투어 개막전이 2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로열 그린스 골프장에서 열린다.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이라는 이름으로 열릴 이 대회는 PGA 투어도, DP월드 투어(옛 유러피언 투어) 주관도 아니다. 그러나 골프계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크다. PGA 투어에서 ‘출가한’ LIV 투어 소속 스타들이 대거 출전하기 때문이다.
2019년 신설된 이 대회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PIF라는 사우디 국부펀드가 자금을 댄다. 중동 오일머니를 앞세운 거대 자본이다. 그런데 PIF가 지난해 LIV 투어를 창설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DP월드 투어와 PGA 투어가 LIV 투어와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PIF와도 갈등을 빚었다. 결국 여러 잡음 속에서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은 DP월드 투어의 손을 떠났고, 지난해부터 아시안 투어 정규대회로 배를 갈아탔다.
아시안 투어는 세계 투어에서 주류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만큼은 이야기가 다르다. 총상금 500만 달러로 DP월드 투어 못지않은 규모를 자랑한다. 총상금 100~200만 달러 수준의 다른 아시안 투어 정규대회와 비교하면 차이가 두드러진다.
출전 선수 명단도 화려하다. 필 미켈슨과 더스틴 존슨, 브룩스 켑카, 패트릭 리드, 브라이슨 디섐보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스타들이 우승 도전장을 내민다.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부터 LIV 투어를 뛰는 선수라는 점이다.
미켈슨과 켑카, 디섐보 등은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십수 년 동안 PGA 투어에서 활약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오일머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활동 반경을 옮겼다. 동료들로부터 ‘배신자’라는 꼬리표가 붙었지만, 조금 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길을 택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과 같은 LIV 투어 휴식기다. 이들은 PGA 투어로부터 사실상 ‘출전금지’ 징계를 받은 상태다. 이를 대신해 겨우내 기량을 점검할 무대가 필요한데 거액의 초청료가 있고, 경쟁자도 쟁쟁한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이 구미를 당기게 했다.
세계랭킹 포인트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LIV 투어에는 세계랭킹 포인트가 주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LIV 투어 소속 선수들로선 마스터스와 같은 메이저대회 출전을 위해 이 점수가 절실하다. 이들이 PIF 사우디 인터내셔널을 찾는 또 하나의 이유다.
한편 이번 대회에는 한국 선수들도 대거 출격한다. 문경준을 비롯해 박상현, 이태희, 김영수, 장이근, 김비오, 옥태훈, 김민규가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다툰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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