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스公 사장 "文때 비정상 운영, 1·2급 30명이 무보직"

강찬호, 정수경, 김하나, 김은지 2023. 2. 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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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50일 가스수급 책임자 인터뷰
"전 정부때 쓴소리 직원 좌천 일쑤
겸직에 TF 남발, 조직 와해 수준"
"산자부, 요금인상 8번 요구하자
'동결함' 달랑 3글자 답신 보내"
"1월 난방비, 7500원쯤 더 나올 듯 "
오후5시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상세보도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1·2급 직원 30명이 무보직(직책이 없음)이었을 만큼 가스공사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돼, 취임해보니 조직이 와해 직전이었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1월 사용량이 지난해 12월보다 4.5% 더 늘어 난방비가 가구당 평균 7500원 가량 더 나올 듯하다. 난방비 급등에 대해 국민께 죄송하다"면서 지난 정부의 정책 실패가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12일 취임한 최 사장은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일문일답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 연합


-사장에 취임한 지 50일이 돼가는데
"내가 사장에 취임해 직원들을 만나니까 내 앞에서 숨도 못 쉬더라. 전 정부 시절 가스공사는 쓴소리한 직원이 마음에 안 든다고 다음날로 쫓아내는 식으로 조직을 비정상 운영했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이 주눅 들어서 무슨 말만 하면 혼내는 줄 알고 전전긍긍하고 있더라. 그래서 '사장은 한 식구'라면서 직원들 사기 진작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정상 운영의 사례를 들면
"가스공사 1,2급 직원 30명이 직책이 없었다. 이들은 연수원 등에 '귀양' 보내졌다. 그러다 보니 한 사람이 보직을 몇 개씩 겸직한 경우가 많다. 경험 없는 젊은 직원이 요직을 겸직하는 경우도 있더라. 또 수시로 여기저기 TF(태스크 포스)를 만든 탓에 조직 운영이 엉망이 됐다. 그랬던 사장 밑에서 가스 요금 인상안이 산자부에 올라간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다. 나는 사장 취임 직후 '(국회 등에서) 자료 요구하면 숨기지 말고 다 내주라' 했다. 그 결과 전임 정부가 가스 가격 인상을 억눌러온 진상이 밝혀져 다행이다."

-1,2급 30명이 무보직이라니 충격적이다.
"(가스) 도입 영업 본부가 대표적이다. 해외에서 가스를 사와야 하는, 공사의 핵심 부서인데 정원 대비 현원이 절반밖에 안 된다. 특히 차장이 중요한 자리인데 정원의 40%밖에 없다. 즉 10명이 있어야 할 자리가 4명밖에 없었다. 조직 와해 직전이더라. 내가 지난해 12월 12일 날 취임했는데 처리가 지연된 현안들이 너무 많아 한 달 반 동안 이사회만 4번을 했다."

-도시가스 요금은 LNG(액화천연가스) 국제가격이 급등하는 중에도 20개월간 동결됐다가 대선 직후인 지난해 4월에야 인상됐는데

"가스공사는 2020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8번 가스 요금 인상을 정부에 요구했지만, 번번이 묵살당했다. 당시 두 달마다 민수용 요금을 정산해 인상요인이 발생하면 문서로 인상을 요구했다. 그러나 산업부에서는 아무런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동결함'이라고 달랑 세 글자 답신을 줬다. 그게 문서로 남아 있다."

-난방비 폭등의 원인은 뭔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단위당 2~3달러던 가스 가격이 85달러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20달러 선으로 내려왔다. 이렇게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데다 수요마저 급증해 비싼 단기 가격으로 가스를 추가 도입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원가의 반 수준에서 요금이 책정되니 가스 공사가 '미수금 골병'이 들었다."

-미수금이라면?
"문 정부 5년 내내 가격 인상을 억제하니 미수금이 쌓이기 시작했다. 미수금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국민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김대중 정부가 가스공사 회계에 설정한 것이다. 가격을 낮게 정해, 일종의 외상장부를 만든 거다. 그러다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요금을 인상해 미수금을 거의 다 해소했다. 그런데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집권하며 미수금이 다시 쌓이기 시작해 5년만인 지난해 4월 현재 4.8조원에 달했다."

-그때까지는 천연가스 국제가격이 쌌지 않나
"가격은 쌌지만, 원가의 절반으로 공급한 데다 천연가스 발전 수요가 급증해 당초 정해진 수입물량을 초과하는 바람에 매년 비싼 '단기(Spot)가격'으로 가스를 추가 도입해야 했다. 그 숫자가 너무 충격적이라 말을 못할 정도다. 2022년의 경우 당초 도입량 3천여만t 에다가 960만 톤을 추가 도입했다. 2021년만 해도 500만 t 이상을 더 사야 했고, 700만 t을 더 산 해도 있다. 전부 문재인 정부 때 이뤄진 일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가스 가격 급등이 탈원전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천연가스 발전 수요 급증의 원인은
"문 정부가 탈원전을 밀어붙이고, 탈 석탄까지 강행한 탓이 컸다. 원전 가동 중단에 이어 석탄 발전소도 많이 줄이고 재생 에너지를 장려했는데 재생 에너지는 생산이 간헐적이고 인간이 통제할 수 없어 백업(비상)발전소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 이 발전소는 쉽게 끄고 켤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순발력과 유연성이 좋은 LNG를 백업 발전용으로 쓸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총수요가 늘어나면서 가스공사가 지난 5년 동안 비싼 스폿 가격으로 부족량을 추가 도입해야 했던 것이다. 재고를 확보하지 못하면 가스가 끊겨, 나라가 위험하니까 가격이 비싸도 울며 겨자 먹기로 구입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 현재 미수금이 9조원에 달하고 올해는 미수금이 1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부채 비율이 500%가 넘었다. 저가 요금 보장해 주느라고 적자를 언젠가는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의 '기타 자산'으로 잡다 보니, 전 세계에 없는 '미수금'이 됐다. 한전은 적자 나면 파산한다니까 전기요금을 올려주는데, 가스공사는 회계상 허수(미수금)를 두니까 가격 인상이 어려웠던 현실이 있다

- 당장 1월 치 난방비 '폭탄'이 우려되는데

"난방비 급등으로 난리가 난 게 지난해 12월 치인 데 1월 사용량을 결산해보니 전월 대비 4.5 % 늘어 가구당 평균 난방비가 12월보다 7500원 정도 더 나올 것 같다. 걱정이다.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금융을 차입해서 도입하는 가스라, 인상을 미루면 미룰수록 이자를 더 내야 한다."

-가스비 인상이 멈출 가능성은
"가스비 인상을 뉴노멀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더라도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가스를 안 쓰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천연가스 수요는 많은데 생산국은 19개국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2050년 LNG 사용이 중단될 전망이라 투자자가 모이지 않는다. 국민께서 어느 정도의 가격 현실화는 필요하다고 전향적으로 인식해주시면 좋겠다. 독일은 3배, 어떤 나라는 6배까지 올렸다고 한다."
(이 기사는 오후 5시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에 상세보도된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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