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한파 속 경찰의 두 얼굴

한승주 2023. 2. 1.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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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한파 경보가 내려진 날이었다.

출동한 경찰들은 술에 취한 60대 남성을 발견해 주소지로 데려갔다.

혹한에 시민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건 다름 아닌 경찰이었다.

모녀가 바다에 들어가 위험해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경찰 두 명이 다급하게 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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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주 논설위원


서울에 한파 경보가 내려진 날이었다. 지난해 11월 30일 새벽 술에 취한 사람이 있어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112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들은 술에 취한 60대 남성을 발견해 주소지로 데려갔다. 그러나 그가 집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하지 않고 다세대 주택 출입문 안쪽 계단에 내버려 둔 채 가버렸다. 약 6시간 뒤 외출하던 주민이 계단에 쓰러져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이미 숨을 거둔 후였다. 당시 새벽 기온은 영하 7도. 혹한에 시민을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건 다름 아닌 경찰이었다.

지난 14일 부산의 한 지구대. 부산역에서 마지막 기차를 놓친 70대 여성이 추위를 피해 이곳으로 들어왔다. 지구대에서 몸을 녹이던 할머니는 40여분 만에 쫓겨났다. 경찰들은 할머니의 팔을 잡고 강제로 일으켜 세워 밖으로 끌어냈다. 다시 들어올까 봐 아예 문을 걸어 잠갔다. 당시 상황이 담긴 파출소 내부 CCTV 영상이 공개됐다. 관할 경찰서장이 사과한 건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난 후였다. 그랬던 부산 경찰이 최근 SNS에 사진을 공개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경찰이 백발의 할머니를 업은 채 아파트 단지를 걸어가는 모습이다. 설날 당일 아흔이 다 된 치매 할머니가 두꺼운 외투도 걸치지 않은 채 나왔다가 길을 잃었는데, 경찰이 보호자에게 안전하게 인계했다는 설명도 있었다. 하지만 여론은 냉랭했다. 춥다고 지구대에 들어온 할머니를 내친 게 불과 얼마 전 아니었던가.

하지만 이런 경찰만 있는 건 아니다. 지난 27일 저녁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모녀가 바다에 들어가 위험해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경찰 두 명이 다급하게 출동했다. 이들은 곧바로 차가운 바다로 뛰어들었다. 30m 정도를 들어가 “나가서 이야기하자”며 필사적으로 설득했다. 모녀는 구조됐다. 이들은 수년 전 남편과 아버지를 여의고 힘들어했다고 한다. 누군가는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어떤 이는 구할 수 있는 생명을 저버리기도 한다. 한파 속에 도움을 요청하는 시민을 쫓아내고, 몸을 가눌 수 없는 이를 방치하는 경찰은 경찰이 아니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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