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의 꿈' 박살났다…3년새 9억 뛴 헬리오시티 8억 급락, 왜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안장원 2023. 2. 1. 00: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끌족’ 선호한 1만 가구 대단지
가격 추락하며 2030세대 손절매
잠실 토지거래허가제 유탄 맞아
4월 지정만료 전 해제·축소 필요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서울 잠실 석촌호수 남쪽에 들어서 있는 1만 가구의 매머드 아파트인 헬리오시티. 얼마 전까지 ‘영끌’의 꿈이었으나 지금은 대표적인 집값 급락 단지로 꼽히며 눈물의 손절매가 잇따르는 단지로 전락했다.

서울 강남권 변두리인 송파구 가락동에 들어선 매머드급 단지인 헬리오시티. 1만가구에 가까운 9510가구 규모이고 2018년 말 준공해 지은 지 오래되지 않았다. [뉴시스]

헬리오시티는 옛 가락시영을 재건축해 2018년 말 준공했다. 9510가구로 현재 공사 중인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올림픽파크포레온)를 제외하고 국내 최대 규모다.

2007~2008년 입주한 ‘엘리트’(잠실엘스·리센츠·트리지움) 등 잠실 재건축 단지보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는 대단지이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젊은층의 주목을 받았다. 입주 직후 14억원대에 거래된 84㎡(이하 전용면적)가 3년 새 9억원가량 뛰어 2021년 10월 23억8000만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다 지난달 초 15억3000만원까지 내렸다.


풍선효과에 따른 시장왜곡 심각

‘영끌’ 젊은층이 급락 직격탄을 맞았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후 실거래가 신고된 26건 가운데 6건이 매수가격보다 싸게 되판 손절매다. 손절매 금액이 최고 5억원이고 4건 매도자가 20~30대다. 헬리오시티 몸값이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뒤늦게 올라탄 젊은층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은 데는 토지거래허가제라는 고강도 거래 규제가 한몫했다. 헬리오시티가 규제의 풍선효과를 보다 풍선이 터진 셈이다.

서울 송파구에서 잠실동이 2020년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며 아파트 거래가 제한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선 매수 직후 입주해 2년 이상 거주하는 조건으로만 매수할 수 있다. 다주택자가 매수할 수 없고 갭투자도 불가능하다.

초고가인 강남·서초구를 피해 송파구로 향하던 영끌 갭투자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막히자 인근 헬리오시티로 몰렸다. 국토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잠실동 엘리트와 헬리오시티 거래량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인 2019년 각각 887건과 135건이었다가, 지정 후인 2021년엔 잠실동 엘리트가 158건으로 급감하고 헬리오시티는 170건으로 급증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거래가 크게 늘며 헬리오시티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고 시장 침체와 함께 주저앉았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규제를 피한 반사이익이 결과적으로 거품을 더욱 부풀렸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해당 지역 집값을 안정시키지도 못했다. 거래가 줄었지만 엘리트 집값 상승세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후에도 꺾이지 않았다. 2019년 초 15억원대였던 엘스 84㎡가 2021년 10월 27억원까지 치솟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수요에 한계가 있다 보니 집값이 빠질 때는 거침없다. 엘스 84㎡가 지난해 말 19억원으로 30% 넘게 내렸다. 헬리오시티 사례가 보여주듯 토지거래허가제가 시장 왜곡을 낳아 가격 변동성을 키워 시장을 더욱 요동치게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강화된 현행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주택거래 규제의 ‘끝판왕’이다. 대출 제한, 양도세·보유세 등 세제 강화가 거래 시장에서 문턱을 높인 간접적인 거래 규제라면 토지거래허가는 바리케이드를 치고 대놓고 거래를 통제하는 것이다. 당초 토지거래허가제는 신도시 등 개발 예정지의 토지 투기를 막기 위한 명분이었다. 투기적인 거래가 성행하거나 땅값이 급격히 상승하는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주거지 허가 대상, 180㎡→6㎡로 확대

문 정부 토지거래허가제는 허가 대상 면적을 대폭 축소해 대지 지분이 작은 도심 아파트에 적용했다. 대지지분이 6㎡가 넘으면 허가 대상이어서 초소형 아파트도 사고팔 때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실상 노무현 정부가 도입하려다 포기한 주택거래허가제인 셈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직접적인 거래 규제의 효과 상실과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그 선명성으로 인해 오세훈 서울시장에서도 애용되고 있다. 투기 억제 명분으로 생색내기 좋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압구정동·여의도·목동 등 재건축 단지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전체 면적의 10%에 가까운 5842만㎡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거래허가제는 자유로운 거래를 바탕으로 형성되는 수요·공급에 따른 가격 형성을 근본적으로 저해한다”며 “거래 문턱을 낮추는 게 가격 변동성도 줄이고 경착륙을 방지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4월부터 돌아오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만료일을 기다리지 말고 도심 토지거래허가제를 서둘러 재검토할 때다. 토지거래허가제 관련 법령도 “허가구역의 지정 사유가 없어졌다고 인정되면 지체 없이 지정을 해제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 토지거래허가제= 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일정한 규모 이상의 토지 거래를 할 수 있다. 대지는 집을 짓거나 거주하기 위해, 농지는 농사를 짓기 위해서처럼 토지의 이용 목적에 맞게 사용하는 조건이다, 서울에서 주거지역 허가 대상 면적이 180㎡ 초과에서 문재인 정부 이후 6㎡ 초과로 대폭 줄었다. 대지 지분도 토지이기 때문에 아파트 등 주택도 허가 대상이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