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마지노선 넘어…금융 리스크 번질 수도”
“지난해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의 3분의 1 정도가 미분양됐다. 일부 지방에서는 이 비율이 40%를 넘는 심각한 상황이다.”
31일 서강대 남덕우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중앙일보, 서강대 지암남덕우경제연구원이 후원하는 ‘부동산 경제위기: 현황과 대응’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김승배(피데스개발 회장)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아파트 미분양발 위기가 올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미분양 6만5000가구를 마지노선으로 봤는데 그 수준을 넘어서면서 위기가 시작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 1년간 미분양이 월평균 13%씩 증가했는데 이 속도를 유지한다면 올해 상반기 중에는 10만 가구 가까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이 늘면서 금융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163조원으로 2021년 같은 기간보다 82% 증가했다”며 “비은행 금융기관의 위험 노출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사업성이 떨어지는 지방 쪽에 투자한 중소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집값 하락세가 예사롭지 않다고 봤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한국부동산원의 실거래 아파트가격지수를 기준으로 볼 때 최근 1년간 수도권 아파트값은 지수를 발표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거래량도 가장 적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고금리 충격이 커지고 있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부 연구석학교수는 “금리가 부동산 정책을 논하는 데 있어 독점적인 지위를 차지하는 형국이 됐다”며 “금리의 급격한 인상으로 부동산발 경제위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용만 교수는 “금리가 0.07%포인트 오를 때, 수도권의 실거래 아파트 가격은 1.5% 하락한다”며 “금리 상승에 의해 수도권에서 아파트 가격이 최대 30% 가까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데, 실거래가지수 기준으로 이미 정점 대비 23% 가까이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집값은 추가로 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셋값의 지속적인 하락이 매매가격을 더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경민 교수는 향후 3년간 강남권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점을 주목했다. 김 교수는 “내년 강남구 개포동 한 단지에서만 6750가구가 입주하고, 2025년 둔촌주공 재건축에서 1만2032가구가 나온다”며 “대규모 입주는 전셋값을 누르는 효과를 가져오는데, 이로 인해 갭투자 가능성이 2025년까지 낮아지고 이에 따라 수요의 한 축이 사라지면서 매매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부동산발 위기를 막기 위해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용만 교수는 “과도한 규제로 인해 주택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해온 것을 정상화해야 할 시점”이라며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정상화 속도를 좀 더 빨리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무 교수는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중첩된 규제를 과감히 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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